직장에서 참을 인(忍) 세 번이면 ‘호구’되는 사회
직장에서 참을 인(忍) 세 번이면 ‘호구’되는 사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3.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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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되면 굳이 한국사회에서 영혼을 팔면서 직장을 다녀야할까요?” 전수경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가 되물었다. 30분을 조금 넘겨 끝날 걸로 예상했던 인터뷰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인터뷰 끝자락에 그에게 던진 질문은 “사람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요”였다.

직장갑질 119는 조직되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90%의 노동자들을 위해 3개월째 상담활동을 하고있다. 시민단체와 변호사, 노무사 등 총 240명의 전문가들이 직장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뭉쳤다. SNS 오픈 채팅방을 통해 기존의 무겁고 어려운 노동상담의 이미지도 깼다.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과 춤을 강요한 한림성심병원을 포함한 다양한 병원, 방송계, 어린이집 등 최근 사회적으로 갑질문제가 불거진 곳 모두 직장갑질 119 상담이 기폭제가 됐다.

내로라하는 노동현장 전문가들인 직장갑질 119 스텝들도 상담을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한다. 한국사회의 직장 내 갑질 문화(?)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전 운영위원도 “노조나 모임이 아닌 개별 노동자들의 현실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직장 내 문제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해야할 일을 직장갑질 119라는 민간조직이 대신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비판의 화살은 소관 정부부처와 기관으로 향한다. 취업 선택지는커녕 취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 경제 침체도 주요 배경이다. 전 운영위원장은 일터에서 수단화, 도구화 된 노동자들의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촛불 광장에서 국민이라는 주체로 나섰듯이 직장 문턱을 넘어서도 주체가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어떻게’ 라는 현실적인 방안에 물음표가 달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곳곳에서 직장 내 부당한 문화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 중 하나였던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식”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어록 하나, 이 시대의 철학자 개그맨 박명수 선생의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된다!”는 말이다. 자, 어깨를 열어젖히고 다 함께 이 말을 주문처럼 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