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법적·정치적 교섭으로 현안 타파 나선다
공무원노조 법적·정치적 교섭으로 현안 타파 나선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3.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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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말 규약 개정 내부 동의 구해 설립신고 추진
[인터뷰]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지난 1월 27일 재선에 성공한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당선된 기쁨보다 중압감에 대해 먼저 말했다. 재선한 위원장이라면 그렇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느냐 만은, 김 위원장이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는 남다르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조합특별법’ 제정에 앞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의 보장을 촉구하며 출범했다. 법적 토대가 마련된 이후 10년 동안 5차례나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모두 반려했다. 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본 규약이 이유였다. 공무원노조는 난감하다. 지금까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134명의 해고자는 법보다 먼저 공무원의 기본권을 촉구한 노조활동 과정에서 징계를 받은 이들이다. 이중 12명은 올해 정년을 맞이해 영영 복귀가 불가능하다.

노조의 법적 지위 획득과 해직자 원직복직 문제가 얽혀 있다. 공무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정권의 의지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작년 5월 노동존중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과 직접 교섭해 교섭시대를 열고 조합원들의 권리를 실질적인 삶 속에서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로 다시 위원장에 출마했다.

제9대 위원장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선 직후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말하셨는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중압감이 크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는 노조가 지키고 저지하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다. 어려운 국면에서 노조가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조합원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의 정세는 이전과 다르다. 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의 기대도 커졌다. 이제는 지키고 사수하는 문제가 아니라 획득하고 쟁취해 나가야 할 때다. 산별노조에서 재선을 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앞으로 잘 해야 한다.

노동존중 사회를 말하는 현 정부는 어떻게 보시나?

문재인 정부를 100% 신뢰하진 않는다. 정부의 노동에 대한 철학이 빈약하다.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과 우리가 말하는 노동존중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전 정권에 비해 좀 진전된 철학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에 대한 철학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얕다.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멘토 아니었나. 하지만 문 대통령은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이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한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 즉 지지 기반이 있다. 객관적인 조건은 훨씬 좋다. 노조가 정부를 강제하고 견인한다면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와 노조가 말하는 ‘노동존중’의 현격한 차이라면?

노조가 말하는 노동존중은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대접받고 지위를 행사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은 특혜적 시혜적이다. 자본과 노동을 두고, 자본을 우선하고 노동은 자본이 베풀어 줘야 하는 대상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난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들은 조합원들의 바람은 무엇이었나?

현실적인 요구가 많았다. 임금 인상, 수당 현실화. 인사제도를 포함한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등을 말했다. 현상적인 부분 이면을 봐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제기는 공무원으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바람은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하는데 이런 대우까지 받아야 하나’,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요구의 표현이었다.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이 한 예다.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기준인 근로기준법은 시급의 1,5배를 시간외 수당으로 지급하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자기 단가의 2분의 1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또 아무리 오래 추가로 일해도 하루 최대 4시간만 인정된다. 연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흔히 공무원은 대학생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자세히 알지 못한 채 공무원이 과도한 처우를 보장받고 있다고 공격한다. 또 공무원 집단은 쉽게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곤 한다.

지난 선거에서 ‘교섭시대를 열겠다’며 대정부 교섭을 강조했다. 주요의제는?

우선은 해직자 원직복직이다. 두 번째는 공무원들의 정치기본권과 노동기본권 문제이다. 세 번째는 임금과 수당의 현실화 문제라고 간단히 표현하지만, 이면에 복잡하게 담긴 근로기준법의 적용부터 각종 인사제도와 행정제도의 개선 등이다.

대정부 교섭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논의되고 진행되나?

법에 보장된 교섭이 기본 축이고, 대통령과의 정치적 교섭이 또 다른 한 축이다. 법에 의하면 제공무원단체는 창구를 단일화해서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정치적 교섭은 대통령을 만나서 대선 전에 노조가 보낸 정책 질의서를 통해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겠다고 직접 선언토록하고 재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세 가지 파트에 대해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바가 있다. 대통령과 정치적 교섭을 하면 정부도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법적 교섭도 잘 이뤄질 것 같다. 두 축 다 쉽지는 않다. 앞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앞서 각 지부단위 교섭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 또한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도 각 본부와 지부 단위에서 각자의 의제를 가지고 교섭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부산과 광주 쪽이 그렇다. 교섭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실무협의회 또는 노사협의회 등으로 논의를 해온 곳도 있다.

그런데 각 단위에서는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기초자치단체의 권한 자체가 많지 않다. 권한 내에서 정할 수 있는 틀로 논의 내용이 한계가 있다. 복지포인트나 시간외수당, 연가보상비, 특별 휴가, 직장민주화, 직장분위기 쇄신 등의 틀로 그 한계가 뚜렷하다. 각 단위에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고, 하고 있는 곳도 정식교섭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중앙정부와의 교섭과 함께 현장 교섭도 진행해야 한다.

‘노조의 법적 지위 확보’와 ‘해직자 원직복직’이 가장 큰 두 가지 과제다. 노조의 설립신고 후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신 바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공무원노조는 대중조직이다. 합법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 역대 지도부는 노조의 합법적 지위 획득을 주요 과제로 삼아왔다. 다만, 노조로서 가지고 있는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합법적 지위를 획득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내부적으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규정하는 규약이 문제가 됐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본다. 현 정부도 해고자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을 말하지만, 합법적 지위를 줄 마음이 전혀 없었던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 관련해 작년에 정부와 교섭을 해왔다. 내부적으로 그동안 고민해 온 조항 개정에 대한 동의를 구해 3월 말 설립신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에 반대하는 분들도 꽤 있다. 규약을 바꾸는 것에 대해 조직의 자주성 훼손 문제와 해고자를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노조의 설립신고와 해직자 원직복직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의 합법적 지위 획득이 해고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교섭의제로 해고자 복직을 다루면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국회에 제출된 해고자 원직 복직을 위한 법이 통과돼야 해결 가능하다. 현재의 정치역학적 관계를 보면 어려운 실정이다. 법적, 정치적 교섭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2030청년특별위원회 신설 공약이 눈에 띈다.

 

청년공무원들을 노조 간부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조직을 운영, 유지하려면 후배들을 계속 간부로 양성해야 한다. 모든 조직이 하는 고민이다. 노조마저도 초창기 사람들이 지금 활동하는 이들의 대부분이다. 노조를 운영하는 방식도 문화도 많은 부분 그 당시 그대로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가 노조에 참여를 잘 안 한다. 후배들 중에서 간부가 나오지 않고, 조직은 예전 그대로다. 이는 또다시 젊은 공무원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의 의견과 정서가 반영된 노조로 바뀌지 못하면 공무원노조의 미래는 없다. 35세에 노조 활동을 시작해 지금 50세가 넘었다. 어느새 기성세대다. 돌이켜보면 30대일 때 50대 선배를 보면 우리들의 마음과 문화를 모르는 꼰대라고 생각했었다. 새롭게 들어오는 청춘 공무원들이 40%에 육박해가고 있다. 저들이 과거에 내가 그랬듯이 나를 보겠구나 생각했다.

청년들이 스스로 주인이 돼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2030세대를 위원장으로 세우고, 전담할 사람도 채용할 예정이다. 위원장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8기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지난 2년간 유사한 사업을 몇 번 했다. 활발하게 추진되진 못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험을 해 본 셈이다. 현장 지부장과 본부장도 다들 청년 공무원들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아주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욕 안 얻어먹는 위원장(웃음). 제일 어렵다. 위원장에 대한 가장 좋은 평가는 현장 조합원들의 ‘무난했다’는 평가가 아니겠나. 물론 안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없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50%정도의 조합원들에겐 무난했던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