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패자로 떠오른 카카오, 막아서는 업계
택시 패자로 떠오른 카카오, 막아서는 업계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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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유료화에 카풀 앱까지, 지각변동
모바일 업체 공세에 택시 노사 견제

카카오의 영토 확장은 어디까지 이루어질 것인가. 모바일 이동 서비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부분유료화를 추진하고 카풀 앱 ‘럭시’를 인수하면서 택시운송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카카오T는 기존의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 등 콜택시 서비스와 대리운전기사 호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모빌리티 앱이다. 카카오T는 이동수단 호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큰 호응을 일으켰다. 이용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 편의성과 수입 양 측면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카카오T는 이를 바탕으로 운송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일부 기사들이 단거리 승객의 콜을 수락하지 않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문제가 드러났다. 심야시간대 도심에서 횡행하던 택시 승차거부가 재현된 것이다.

카카오T가 꺼낸 해결책은 콜비를 내는 승객에게 차를 우선 배정해 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부분 유료화는 카카오T의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빠르면 이달 말 도입될 ‘우선호출’과 ‘즉시배차’ 서비스로 승객들이 부담할 금액은 회당 5천 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19일 성명을 내고 카카오T의 부분유료화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승객과 택시기사 간 시비와 분쟁의 빌미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택시업계의 의견은 물론 승객의 경제적 부담을 도외시한 채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통한 이익만 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최근 국토교통부에 택시 합승 부활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택시 노사 단체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택시 합승은 승객에게는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하고 요금 시스템에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카카오T 부분유료화와 택시 합승 부활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택시운송시장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하나의 기업에 종속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즉시배차 서비스의 경우 추가요금(콜비)을 낸 승객이 단거리를 가더라도 택시기사가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장거리 승객을 선호하는 기사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다. 여기에 택시 합승이 부활한다면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 부족이 완화되겠지만,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승객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가 252억 원에 럭시를 인수한 일을 놓고서도 택시 업계가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럭시’는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이 카풀을 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앱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앱으로까지 손길을 뻗치려 하면서 카카오T는 택시기사들의 수익을 늘려주던 ‘효자’에서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패륜아’로 전락한 형국이다. 기존 택시업계는 카풀 앱이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정부가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의 운행 실적과 고객만족도 등을 평가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야흐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가 택시운송시장의 ‘슈퍼 갑’ 지위에 오르는 셈이다. 택시 노사 단체는 “카카오T의 호출 서비스 유료화, 자가용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택시 노사 단체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예정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련의 서비스에 대해 최근 국토부로부터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