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회지속성’ 관점 개혁 필요
국민연금, ‘사회지속성’ 관점 개혁 필요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3.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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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민연금 시행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열려
▲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민 연금 고갈 우려에 패닉(공황)에 빠져 있기보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이라는 틀에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은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으로서 적절한 급여수준을 보장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을 개혁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방향과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었다.

국민연금 제도 시행과 노조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노조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남인순·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한국노총, 민주노총, 사회공공연구원,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 저출산극복연구포럼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급여적절성'과 '지속가능성' 동전의 양면

독일 본라인지크 대학의 하게메이어 교수는 ‘국민연금의 급여적절성과 지속가능성의 조화’에 대한 제언에 나서 “연금 혜택의 적정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대치되어선 안 되는, 경합하는 두 가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적정성을, 재무부는 재정성 등을 우선한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도 서로 간 적정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며 “연금 제도의 적정성은 국가별로 사회적 대화를 기반으로 정의되는데, ▲은퇴의 의미와 시기 ▲연금의 역할과 보장 대상 ▲적정 수준의 기금의 정도 등에 대한 국내 합의를 해나가면서 통합적으로 봐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금기금 운용을 정치와 분리하기 위해 연금 수령 자격을 정하는 정년, 보험료 납부 기간, 임금산출 등이 자동으로 조종되는 장치를 만든 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양질의 정책 결정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며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 자동조정장치로 인해 빈곤층을 보호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이 오히려 축소돼 사회적인 저항이 발생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선호와 국가 환경에 따라 연금 정책의 목표와 원칙의 우선순위가 다양하게 정해질 수 있지만 연금제도의 다양한 목표 중 ‘노후 빈곤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정하고 있느 국제 기준도 고려해야한다”고 전했다.

'재정' 넘어 '사회' 지속성 관점서 개혁해야

누노 메이라 ILO 선임연구원은 ‘ILO 연금개혁 원칙’을 설명하고 한국 국민연금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그는 “고령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도 당면하고 있는 과제”라며 “한국은 1988년에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후발주자로, 역사가 짧고 그에 따라 가입자 수, 적정 급여를 받는 사람 수가 적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추세 속에서 연금의 재정 부담만 우려하는데, 아울러 ‘사회적 지속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연금지급 수준이 사람들에게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제도에 가입할 의지가 없어지고 제도는 유명무실해진다”며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ILO 협약 제120조에 따르면 퇴직 후 소득 적절성을 기준으로 두고, 연금 30년 가입 시 최소 소득대체율 40%, 연 증가율 1.3%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1988년 40년 가입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70%이던 소득대체율을 1998년 60%, 2008년 50%, 이후 매년 0.5%씩 줄여 2028년에 40%까지 줄여나갈 예정이다.

발제에 이어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한 토론도 진행됐다. 토론에는 권문일 덕성여자대학교 교수와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 남찬섭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연구센터장, 류근혁 연금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급여 적절성과 재정 지속성이 함께 고려하는 것이 제도 개혁의 중요한 과제라는 발제자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권문일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의 급여 적절성과 재정 지속성을 같이 생각하며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이 제도 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발제자들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국민연금 재정방식은 사회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올려나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민연금 재정방식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가 부족해 국민연금 재정불안을 과도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가입해 연금 수급이 가능인구는 전체의 30% 정도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 수준도 국제 기준과 비교해 낮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기 보다는 급여 적절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크레딧(가입기간 산입)제도의 확대와 동시에 600조 이상의 국민연금 기금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에 앞서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용돈연금’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기존 정치권의 일방적인 재정안정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급여 적절성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