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정규직 전환 의지, 퇴색되지 않아야”
“대통령의 비정규직 전환 의지, 퇴색되지 않아야”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3.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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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중간평가 토론회 개최
전환 지연, 가이드라인 불명확…‘비정규직 제로 선언’ 퇴색 우려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주최로 30일 국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중간평가와 개선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나름 성과를 이뤘으나 각 기관의 자율적 시행으로 성과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며 “전환 대상 제한, 소통 부재 등으로 곳곳에서 갈등 표출된 만큼 전환 성과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차별을 몸으로 겪었던 입장으로서 이러한 토론회나 논의 기구 역할이 아주 절실하다”며 “대통령의 의지가 퇴색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그동안 거꾸로 희망고문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토론은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 진행과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의 중간 평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의 개선 과제 등의 발제로 구성됐다. 박 국장은 “애초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가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과감한 가이드라인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일정 지연, 노동자 당사자 제외, 전환 대상 축소, 무기계약직 및 자회사 남발 등 문제 많아

그간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성과를 평가하며 박 국장은 일정 지연, 전환 과정 정당성, 전환 규모 축소,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전환 기준 적용, 전환 형태 등 전환 후 상황 등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정 지연 문제가 제기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인 기간제 대상 전환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파견용역 대상 전환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2017년 말까지, 불가피한 경우 2018년 상반기까지 기간제 대상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정부 원래 계획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현재 전환 결정 기관이 전체 36.7% 수준이며 계약 만료일이 도래해 1,2년 간접고용 계약 연장을 해버려서 논의 자체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환 과정의 정당성 문제도 지적됐다. 각 기관별 기간제 전환 기구로 제시된 전환심의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여 문제가 됐고, 파견용역 전환 기구인 노사전문가협의체는 당사자 참여가 가능하나 현장 구성에서 당사자가 제외되거나 산별노조의 참여가 제한되고 심지어 용역업체 관리자가 노동자 대표로 구성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 박 국장은 당사자 논의 제외는 물론이고 미조직되거나 교섭력이 약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의 전문적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것은 유의미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전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전환 규모에 있어서도 상시지속 노동자 등 전환 대상의 축소가 문제로 지적됐다. 2017년 10월 정부가 예측한 전체 전환 규모는 17.5만명으로 이는 전체 비정규직의 42.1% 수준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심의 과정에서 이미 축소된 정부 전환 목표보다도 소극적인 전환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박 국장의 지적. 특히 현재 전환 심의가 완료된 교육기관 기간제의 경우 정부 목표치의 53.5%만이 전환 결정됐다. 박 국장은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전환심의위원회의 사전 배제 결정과 현장에서 전환 예외 사유의 자의적 해석이 문제의 원인으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전환 예외 사유의 엄정한 재검토와 각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환 결과 대다수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직에 불과한 전환 후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처우 개선이 제한적인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정규직화라고 볼 수 있는지, 또한 공공기관 등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을 직접고용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정부는 올해 초 무기계약직 표준인사관리규정을 발표하고 무기계약직의 이름을 공무직 등으로 바꾸고 직렬별로 승진, 승급 체계를 마련하고 출입증 등의 차별을 없애겠다고 밝혔으나 정규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한 대안이라는 게 박 국장의 지적.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합리적 근거 없이 자회사로 전환을 추진하거나 잘못된 정보와 논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공해 자회사 전환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자회사 전환 후에도 고용관계와 사용관계의 분리라는 간접고용의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상시 지속 업무의 직접고용을 통해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 보장 및 전환 기구 당사자 참여 보장 필요

개선 과제 발제를 맡은 김철 실장은 “구조적으로 이전의 문제가 되었던 원인을 고치지 않으려 하다보니 자회사 설립이나 무기계약직 고용 같은 문제가 나온다”며 “당장의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근본 과제로 나누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김 실장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행정기관, 교육기관의 경우 공무직 제도화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공공기관의 경우는 아예 무기계약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정규직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환 제외자에 대한 단계적 처우 개선, 미전환된 간접 고용에 대한 보호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실장은 전환자의 처우 개선에 필요한 예산 보장이 불확실한 관계로 현장에서 정규직 전환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총액인건비제, 경영평가, 국고보조금 사업에 있어서 명확한 조정과 정책 취지에 조응하는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정규직 전환 기구의 정상화를 위해 이미 제외된 기간제 정규직 심의를 노사 간 직접 대화로 재논의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노사 간 직접 교섭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표준임금체계에 대한 논란도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는 청소·경비·시설관리·사무보조·조리 등 가장 규모가 큰 5대 다수 정규직 전환 직종에 대하여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하여 동일가치노동의 동일임금 취지를 반영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표준임금체계가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하향 평준화의 명분이 되고 해당 직무에 대한 저임금, 임금 차별 등을 정당화하는 데에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해고사유를 광범위하게 기재하고 기관별 참고안 수준에 그치는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 표준인사관리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경영평가 및 예산편성기준 반영, 규정 법제화를 통한 임의적 적용 가능성 제거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회사 채용 남발에 대해서도 자회사 형태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확정하고 간접고용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취지에 맞는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장 무기계약직 수용하더라도 2단계 로드맵 수립으로 정규직화 해야

결국 장기적으로 공공부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직화 문제를 인정하고 2단계 정규직화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진단이다. 무기계약직을 과도기적 고용형태로 수용하되 정규직 전환의 단계로 설정하여 추가적인 정규직 전환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는 것.

더불어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의 실효성 확보, 노노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기존 정규직 채용의 공정성 문제 해결 역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가이드라인 불충분 이해하지만 정부도 다양한 이해관계 고려한 것"

정부 측 인사로 토론에 참여한 권구형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 과장은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만든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 수행에 있어서 공공이 너무 가버리면 민간이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도 우려로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표준임금체계의 하향 평준화 우려에 대해 권 과장은 “표준임금체계는 저임금 고착화하려는 의도로 만든 것이 전혀 아니”라며 “몇십만명이 한꺼번에 전환을 하는 데에 있어 최소한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스무스’하게 전환하려는 것”라고 밝혔다.

류승수 기획재정부 인재경영과 팀장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개념 정의한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은 공공기관의 요구도 있었다”며 “어떤 기관에서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이 똑같은 일을 하는데 이번 전환에서 기간제만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무기계약직이 차별을 느끼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심의하면 정원이 늘어나고 거기에 맞게 총인건비를 늘릴 수 있다”며 “다만 임금 부분을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라고 지침 준 것은 없고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정 행정안전부 공기업지원과 과장은 “경영평가를 할 때, 실태 조사한 것과 전환심의의 대상자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경우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가급적 노사 합의라는 큰 틀을 담당자들이 존중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보고자 한다”며 “행안부도 실무협의회를 따로 운영하여 지방 공공기관의 노정 간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등 좀 더 노동계가 생각하는 어려움을 받아들여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비정규직 정책 넘어 정부 고용 구조 개혁 주춧돌로 삼아야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비정규직 정책’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전반적인 공공부문 고용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보아야 한다”며 “중간평가를 하려면 얼마나 정규직을 전환했느냐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공공부문 고용구조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공공부문 고용 개혁의 출발지점이며 앞으로는 거시적인 고용 구조 개혁의 방향을 논의해야 실질적으로 현 상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두고 입직구에 따른 공정성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강원랜드 정규직 공개채용은 공정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그간 자의적으로 비정규직 채용이 이어졌던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이야기하기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노동조합이 없는 곳의 노동자나 있어도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 상담받고 의논할 수 있는 국가 기구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펴기도 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지금 이 정책이 정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할 정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논의를 앞으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될까에는 의문이 있다”며 “앞으로는 청와대와 관련 부처 차관급 정도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애초에 의도한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문순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일자리위원회에서 직접 본 바로는 대통령은 분명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데 ‘손발’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통해서 정부가 노동시장에서의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