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경영성과 ‘합격’, 지역경제 밀착 어쩌나
지방은행 경영성과 ‘합격’, 지역경제 밀착 어쩌나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4.0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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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산이익률 등 지표 시중은행 대비 양호해
지방은행 지원·육성에는 공감, 방식에는 이견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시중은행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다 많은 역할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지원·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방은행이 지역의 자금이 지역경제 내에서 잘 돌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 ‘지방은행 역할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금융노조와 이학영·이용득·정재호·심상정 의원의 주최로 2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허권, 이하 ‘금융노조’)과 이학영·이용득·정재호·심상정 의원 등은 2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지방은행 역할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최진배 전 경성대 교수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여했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은행 역할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강다연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총 자산은 168조 5천억 원 규모로 국민·신한·우리·SC·씨티·하나 등 시중은행 대비 12.6% 수준이다. 강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원화 대출의 60%를 중소기업에 대출하여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방은행 육성 정책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대비 지방은행의 각종 지표는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총 자산 대비 당기순이익을 뜻하는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 2016년 시중은행이 평균 0.42%인 데 반해 지방은행은 평균 0.53%였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해 지방은행이 평균 1.04%로 시중은행 평균 0.77%보다 다소 높았지만, 위험선(8%)보다는 낮았다. BIS 자기자본비율이나 신용등급 등 지표 역시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강다연 연구위원은 다만 “지역 중소기업의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고령화 및 인구 감소에 따라 역외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지방은행이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해당 지역의 차입자에게 대출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지역재투자법 도입 ▲지역밀착형 관계금융 정착 ▲지역자금 환원 시스템 구축 ▲지역 금융기관 업무영역 확대 및 금융서비스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재투자법(CRA)은 특정 지역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해당 지역 저소득층 및 소수민족, 소기업 등의 대출 수요에 적극 대응토록 의무화한 법으로 미국에서는 1977년 제정됐다.

이어 지역밀착형 관계금융의 사례로 독일의 ‘스피카센’을 언급했다. 스피카센은 독일의 지방정부가 소유한 저축은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경제적 취약자 보호와 같은 공익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독일에서는 ‘지방정부-스피카센-중소기업’ 간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지원과 육성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그 방안에 대해서는 반론이 나왔다.

최진배 전 경성대 교수는 “먼저 지방은행이 지역경제 성장이나 안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면서 “지방은행과 지역 문제를 발전적으로 이해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재투자법 제정에 대해 “지방은행이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면서 전국화를 추진하고 있어 반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외유출 실태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부유층이 많은 서울의 예금을 가져다가 전국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역외유출을 지방은행의 이슈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강원·충청지역에는 지방은행이 설립돼 있지 않고 시중은행 지점이 있는데, 기존 지방은행들이 이들 지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