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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4.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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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저는 사실 드라마 보기를 무척 즐겨합니다. 작정하고 폐인 모드로 ‘정주행(시리즈 물을 연달아 한몫에 몰아보는 것)’ 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미드’나 ‘영드’도 좋아하고, ‘일드’나 ‘중드’도 즐겨 봅니다. 대하 사극에서부터 통속 멜로물까지 별로 가리지 않습니다. 연속극도 좋고 단막극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뭔가 딱히 취향이 명확한 거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줄 알았는데, 점점 콘텐츠 제작에 막강한 자본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메디치’ 가문을 다룬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최근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오반니, 코지모, 로렌조, 3대가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인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은행업에 진출하며 큰 부를 쌓고 정치적으로 가장 막강한 가문이 됩니다. 이들은 학문과 예술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쏟아 부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멸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이 남아 있게 한 조력자였습니다.

당시처럼 예술인이나 기능인들이 사회적으로 천대 받지는 않더라도, 재정적 투자와 지원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매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물론 이제 예술도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손 치더라도 말이지요.

대중들이 소비하지 않는 문화는 이제 금방 기세가 수그러집니다. 혹자는 한 때 각광 받던 일본의 영화산업이 주요한 영화 관객인 2, 30대 젊은층들의 문화소비 감소로, 투자 규모가 줄어들어 현재 한국 영화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점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진위야 잘 모르겠지만 그럴듯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는 좀 엇나간 방향인 거 같지만, 우리 주변에는 삶에서 꼭 필요한 일인데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한 일을 도맡는 이들은 또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기피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기피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 우울한 현실이 악화의 하강작용을 부추기는 건지 답답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