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대기업의 더 큰 관심이 시급!
장애인 고용, 대기업의 더 큰 관심이 시급!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4.06 10:5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여 년 세월 동안 장애인 고용 현실은 어떻게 변화했나?
[인터뷰]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해 말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취임은 공단 내외에서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조 이사장은 지난 1990년 공단이 창립하면서 입사해 24년 동안 근무해 왔다. 장애인 고용 전문기관으로서 공단이 입지를 다지는 세월,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겪어왔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으로 인해 2017년 한 해 동안 공단의 노사관계가 갈등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앞으로의 모습에 기대를 가질만 하다.

▲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취임 이후 몇개월을 기관장으로 지낸 소감이 어떤가?

오기 전에도 그렇게 마음이 가볍진 않았는데, 막상 오고나니 더욱 책임감이 무겁다. 내외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 바람들이 함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알다시피 내부적으로 조직을 추슬러야 하며, 외부에서도 공단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개인적 성향 상 한번에 무언가를 모두 뒤집는 것은 잘 못한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 취임 이후 뿐만 아니라, 현업에서 일할 때도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고 있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에 맞게 기본이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기관장 뿐만 아니라 공단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들을 위해 바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의 현실과 현재 공단의 상황을 진단해 보자면 어떠한가?

24년을 공단에서 근무했으니 실무를 오래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사장 취임 전 4년 동안은 복지관 관장으로 일했는데, 밖에 나가 있었던 기간이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공단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장애인들이 실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반성도 많이 했고, 공단에 돌아온다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에는 공단 안에서는 구성원들이 너무 힘들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왜 호응을 안 해주는지에 대해 섭섭하기도 하고 불만도 있었다. 원인은 공단에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안에서만 열심히 일했지, 이게 누구를 위한 일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공단은 장애인들과 끊임없이 스킨십이 필요한 곳이고 소통을 해야하는 기관이다. 또한 장애인 고용이란 것이 공단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민간 영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좀 부족했던 부분에 좀 더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정책이 만들어지면, 공단은 그걸 사업화시켜서 집행하는 기관이다. 직접 고객인 장애인들과 정부의 중간에 있는 게 공단이다. 거기서 오는 고충이 있다. 정부의 입장도 받아야 하고, 현장에서 원하는 것도 절충해야 한다. 그게 제대로 안 될 때, 가령 어느 한 쪽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든지의 경우에 우리 한계를 많이 느낀다.

또한 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공단의 입장에선 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보니까,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서 사업을 구상하고 설계하진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 공단에서 근무할 때는 나도 잘 몰랐는데, 밖에 나가 있으니 그런 점이 보이더라.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위해서는 늘 현장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으며,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역시 비중이 높다. 장애인 고용 역시 이와 같은 맥락과 다르지 않나?

당연히 장애인 고용 역시 공공부문에서 중심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도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이 높으며, 이 비율은 점점 더 높여가는 추세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조직 특성상 민간기업에 비해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정책 추진이 좀 더 협조적인 부분도 있다. 정부가 이를 주도한다면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거나 이를 평가, 통제할 장치도 갖고 있으니 가시적인 결과도 바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장애인들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선호도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장애인들 중에는 굳이 공단의 도움이 없더라도 취업을 할 수 있는 이들도 있다. 비교적 장애의 정도가 가볍거나,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이들의 경우. 물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처음 시행될 30년 전을 떠올리면, 그런 이들도 공단의 도움 없이는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제도가 정착하면서 이제는 기업이 알아서 이런 인재들을 찾고, 장애인들도 스스로 취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공단이 집중해야 할 점은 도움이 없이는 취업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이다. 예전과 달리 중증 장애인 고용에 좀 더 많이 힘써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지금은 장애인 고용 역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도기라고 보면 된다.

장애인 고용 역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 변화가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람들의 인식인 거 같다. 그래도 내가 처음 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장애인 고용을 마치 시혜의 차원에서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데려다 어디에 써?’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제도가 생기면서 부담금은 내기 싫고, 그런 차원에서 고용을 했던 것이다. 장애인을 데리고 왔는데 기업에 이익이 없다면 절대 채용하지 않는다. 차라리 부담금을 내고 말지. 장애인들이 장애가 있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편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단 구성원들이 하는 얘기지만, 한 번도 장애인 고용을 안 한 기업은 있어도, 딱 한 번만 고용한 기업은 없다고 한다. 막상 고용해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수준과 비교하자면 인식 개선은 아직도 정말 필요한 부분이고, 아직 많이 개선되어야 한다. 올해 5월부터는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장 교육에 대한 규제가 훨씬 강화된다. 그동안에는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였다면, 이제는 전 사업장에서 모든 사업주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법정 의무교육으로.

▲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공공기관마다 마찬가지의 고민이겠지만, 막상 기관장이라 해도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도 느낄 거라고 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자리 문제가 주요 국정과제로 부각되면서 공단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인력은 늘었다. 하지만 공단은 그렇지 못하다. 기관의 특성상 공단의 업무는 원스톱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선 한 사람이 전담으로 붙어서 상담부터 시작해, 준비를 시키고, 취업을 시키고, 사후관리까지 해야 한다.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 공단의 인력구조 상 그게 전혀 불가능하다.

정작 공단 사업에 대한 평가는 양적으로 이뤄진다. 몇 명이나 취업시켰냐는 식으로. 결국 공단의 구성원들은 이것도 갖춰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 아니냐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런 가운데 공단 직원들은 우리 사업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다.

또 구체적인 실무 현장에서 받는 고충 중 하나가 고객을 상대하면서 오는 거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외국의 관련기관 장, 차관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상황과 비교를 하자면,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들의 삶을 상당 부분 사회복지를 통해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이 있으면 임금을 조금만 주더라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 것이다. 물론 고객인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다. 우리의 경우 기본적인 보장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일터에서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장애인이 취업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직업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 등록만 된다면 공단에 취업을 요구할 수 있다. 이들을 다 취업시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취업하지 못한 장애인들의 경우 본인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공단 직원들에게 전가된다. 상담하는 직원들에게 풀고. 일의 양이 많은 것도 힘들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이런 애로사항을 많이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거기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끼리의 힐링이라든지, 서로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 기관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토닥이고 잘 한다고 격려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조직문화가 좀 더 성과를 내라고 다그치는 문화였다면, 앞으로는 좀 더 직원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문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 정책의 큰 줄기와 공단의 운영과 관련해 정리를 부탁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정책에 굉장히 많은 지원이 주어지고 있다. 이런 기회에 장애인 고용도 좀 더 자기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쫓기는 상황이다. 행여라도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도 장애인들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물론 이사장부터 발 벗고 나서서 이 문제를 계속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 현장의 눈부신 변화 속도를 감안하자면 지금의 제도나 공단의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이 필요하다. 고용의무제와 같은 제도도 28년 동안 시행되면서 처음 입었을 때랑 달리,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일수도 있다. 좀 더 많은 장애인들이 포함될 수 있고, 좀 더 중증의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업으로 조금씩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개혁이고, 한 번에 뭔가를 바꾸려고 하면 구성원들의 피로감과 거부감도 있을 테니 하나씩 변화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기업들의 관심이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은 낮다. 물론 워낙에 규모가 큰 기업들은 모수인 전체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많이 채용하더라도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애인 고용의 여력이 되는 것은 대기업이다. 그리고 가장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본다. 그런 대기업들이 과감하게 장애인 고용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기업도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데, 이 부분을 부담금으로만 해결할 게 아니라 직접 채용을 해서 해결했으면 좋겠다.

꼭 장애인 직접고용만이 방법이냐고 물어본다면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전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이 많은 사업장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모두 구비하자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고용이 유용한, 조금 더 장애 친화적인 직무들을 모아서 자회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대거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면 자회사에서 고용한 인원을 모회사의 고용으로 산입해주는 제도도 있다. 그런 방법으로라도 좀 고민을 했으면 한다. 아직 우리의 입장에선 대기업의 움직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좀 더 적극적인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