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승리를 위한 조건 아닌 그 자체가 목적
연대, 승리를 위한 조건 아닌 그 자체가 목적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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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끌어안아 30만 조직 목표
[인터뷰]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학교비정규직에서부터 궤도, 버스,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총망라된 조직이다. 2014년 공공운수노조연맹이 산별연맹에서 산별노조로 위상을 바꾸고, 기존에 있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를 흡수통합하면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당시 약 14만 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19만 명을 넘어섰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작년 말 직선 2기 공공운수노조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최준식 위원장은 “연대는 노조가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며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는데 노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직선 2기 위원장으로 당선된 후 지난 2월 말 첫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소감은?

앞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자 공공기관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권의 성과연봉제를 막아내기 위한 공공부문 전면 파업 이후 촛불시민들이 일어났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부위원장으로서 부분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법칙이 통하도록 게임의 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어렵고 부담감이 크다.

우려와 달리 지난 정기대대서 노조의 올해 목표와 사업은 명확하게 정해졌는데?

내부에서 많은 토론을 거쳤다. ‘늘리자 공공서비스, 만들자 좋은일자리 끝내자 비정규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에 맞춰 2018년 기점으로 조직 확대 사업은 물론, 소외받고 약한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선거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로부터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1에서 100까지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과거의 성과연봉제 투쟁 국면과는 다르다. 그때는 나쁜 제도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막기만 하면 됐다. 지금은 많은 의견들을 종합해 나가야한다. 이전에 노조가 해왔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전략이 있는 산별노조로서 전환기를 주도해야 한다.

호봉제를 둘러싼 의견들이 한 예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금체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호봉제가 최고의 임금체계인가라는 부분에서부터 조합원들의 의견이 갈린다. 호봉제를 지켜야한다는 분부터 공공부문 안에서 노동자들 간의 비정상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넓은 측면에서 보고 새로운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분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선거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한 지향점으로 모임을 여러 번 확인했다. 바로 연대의 가치가 살아있는 노조다. 약하고 뒤쳐진 노동자들을 위해 때로는 앞에서 끌어주고 때론 뒤에서 밀어주는 큰 힘이 되는 노조를 조합원들은 원했다. 노조가 가장 뒤처지는 약자의 기록이 팀 전체의 기록이 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팀추월 경기 원칙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대’는 어느 노조에서나 중요하게 꼽는 가치이지만, 막상 실현하기는 어려운데?

2017년을 거쳐 올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실현되는 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연대를 해야 할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결과는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다. 공공운수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은 안전하고 편리한 손발이 되기도 하고, 밝은 빛과 따뜻한 온기가 돼 국민들에게 흘러간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시민들과 연대해 노동 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이야기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지금 이대로 두면 훗날 누군가의 딸과 아들들이 비정규직 자리를 채우게 된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은 훗날 우리 자식들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 간에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있다. 노동자들 간의 연대는 어떤가?

인천공항공사가 만들어질 때, 비용절감과 고용관계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상시적인 업무를 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어왔다. 처음부터 상황을 쭉 훑어보면,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공기관 평가를 잘 받고, 비정규직을 고용해 사업비로 인건비를 돌려 막으면 막을수록 좋은 기관으로 분류됐다. 참 이상한 나라에서 우리가 살아왔던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현시점만 보면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정규직들의 말이 일면 맞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넓게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국가가 공공기관을 압박해서 자행한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인천공항 예로 돌아와서, 수십 년 동안 공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노동자들의 공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가벼우냐. 비정규직들도 최선을 다해 세계적인 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온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주자는 것이 과연 공정하지 않은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대목이다.

산별노조로서 정권이 교체된 지금의 전환기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전환기를 주도하고 연대하는 노조’ 라는 말에 다 포함돼 있다. 결국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노동자들을 위해서 노조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올해와 2019년, 2020년을 관통하는 전략이라면, 노정교섭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고 최대한 노정교섭을 끌어내야 한다. 우리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투쟁 전략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꼼수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달에도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실현하기 위한 모든 연대를 해 나가야 한다.

▲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앞서 공공운수노조 노정교섭은 어떤 형태로 진행됐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과 한 교섭이 가장 구체적이었다. 다만 정부는 이를 논의였다고 이야기 한다. 노정교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노정교섭을 제대로 하려면 국가의 대표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공공기관과 관련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가 돼야한다. 공공부문 뿐만이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까지 포괄한다면 국무총리가 교섭대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정교섭의 큰 틀 속에서 각 부문별, 부처별 교섭이 있을 수 있다. 철도노조와 국토부장관, 국민연금노조와 보건복지부장관과 같은 교섭 구조도 중요하다. 이 부분도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았다. 노정교섭과 함께 부처 간 교섭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노정교섭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된 것인가?

지난 정권에 비해서 문재인 정부의 접촉할 수 있 폭이 열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조와 진정한 교섭이 되고 있는가라고 봤을 때 부족한 점이 많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아직 미흡하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노동을 제공받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다르지 않고 본다. 국가기관들이 그동안 노동자들을 대해온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민주노총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통과됐다. 민주노총이 어렵게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음에도 노동계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 절차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상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와 관련된 ▲보건업 ▲기타운송서비스업 ▲육상운송업 ▲해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등 5개 업종의 노동시간 특례 유지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 업종들을 노동시간 특례 적용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인력을 보강하는 등 투자에 나서야 했다. 신뢰가 바탕이 된 교섭이면 좋겠지만, 어떻게든 진정성을 가지고 교섭을 시작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운수노조 안에는 학교비정규직, 운수업, 공공기관 등 서로 상황이 너무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한 데 모여 있다. 조합원들을 결집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운수노조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최초에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민간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 그리고 운수노동자가 있었다. 지배구조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만 공공영역인 것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이루는 분야 중 공공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나. 이런 측면에서 많은 업종이 들어와 있고, 업종 간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노동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한국 사회를 이루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공공운수노조라는 축소판 안에서 한국사회의 갈등 조정 기능과 필요한 모든 연대가 이뤄지는 셈이다. 공공운수노조 운영 자체가 연대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연대는 노조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인가, 역으로 연대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연대가 곧 결과인 것이다. 다양한 업종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2기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30만 조직화를 공약했는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한발 앞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단순히 30만이라는 목표 조합원 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소외되고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설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내면서 정규직화 과정에 나서도록 하기 위함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중앙행정기관 뿐만 아니라 학교, 보육, 요양 등 다양한 사회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해나갈 것이다.

어떤 위원장으로 남고 싶으신지?

조직이 워낙 많아서 위원장이 현장과의 결합이 약화될 수 있다. 19만 조합원을 다 만나 볼 순 없겠지만, 조합원 한분 한분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지부, 산하 조직 중에는 아직 자체적인 역량이 사측과 대등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작고 약한 조직에게 큰 힘이 되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 현재 19만 조합원이 다 함께 ‘우리는 공공운수노조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서 30만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으로 임기를 마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