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노동시장 성 평등으로 이어져야
미투운동, 노동시장 성 평등으로 이어져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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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는 결과, 원인은 노동시장 성차별
[리포트] 노동시장 성차별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10년 전 이날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직업환경 개선과 평등한 임금,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며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UN은 1975년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3월 8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한국에서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는 남달랐다. 지난 2월 20일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UN이 공식 기념일로 정한지 43년 만이다. 여검사가 조직 내 성폭행 사건을 폭로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의 미투운동을 넘어서야 할 때이다.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 전반의 차별을 공론화하고 없애야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이 대표적인 문제다.

노동시장 진입부터 차별받는 여성

KB국민은행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올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상·하반기와 2016년 하반기 서류단계에서 은행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점수를 올린 남성 지원자 수는 300명을 넘는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아진 일부 여성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은행 측이 “조작이 아닌 조정이다. 여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해 남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준 것”이라고 밝힌 입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은행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명백한 노동시장 진입단계에서의 성차별이다.

채용단계에서의 남녀 차별은 불법이다. 금감원의 의뢰로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하던 중 문제가 되는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 6일 KB국민은행 인사팀장을 구속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7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 여성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채용단계에서 여성들이 느끼고 또 실제로 당하는 불이익은 그동안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끊임없이 확인됐다. 지난 3월 8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세계여성의 날 행사 무대에 오른 박휘원 대학생은 “면접에서 남자친구가 있는지, 결혼과 출산을 할 계획인지, 심지어 자녀 학예회와 상사의 호출이 동시에 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더라”고 말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과거에는 남성 우대를 서류에 명시해 놨다면, 지금은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만 않을 뿐”이라며 “여성이 많은 경우 역으로 남자할당제를 두면서 여성을 우대하는 직종은 딱히 없다”고 지적한다.

최악의 남녀임금격차

노동시장에 성불평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주요지표가 바로 ‘남녀임금격차’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성별임금격차가 36.6%로 가장 큰 국가다. 같은 해 OECD 회원국의 성별임금격차 평균은 14.5%였다.

주목할 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소되던 남녀임금격차가 최근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9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의 연구용역 과제를 맡아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임금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내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임금격차는 이후 소폭 증가해 현재는 답보상태다.

남녀임금격차를 연령대별로 나눠 살펴볼 필요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4세 이하 –2.1% ▲25∼34세 11.7% ▲35∼44세 33.9% ▲45∼54세 51.1% ▲55∼64세 45.3% ▲65세 이상 27.1% 등이다. 10대의 경우 남녀 임금 격차가 거의 없고, 20대 초반의 경우 오히려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은 30대부터 남성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40대 후반에는 남성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출산과 육아로 이전보다 낮아진다. 이후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남성보다 낮은 임금의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출산은 보장해야할 것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 ‘독박육아’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는 사회적인 용어가 생겼다.

물론 남녀임금격차가 성차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형태와 근속연수, 개인의 자유의지 등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원인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국사회에서 남녀임금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성별에 따른 ‘차이’와 부당한 성별 ‘차별’이 있으며, 후자는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달리 출산이라는 특수한 생애사건을 겪는 여성이 출산으로 일을 못하는 것 자체는 차별이 아니지만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노동시장 진입 후 승진하는 과정’에서, ‘출산 후 재취업을 원해도 경력이 단절’되며 겪는 배제와 어려움은 엄연한 성차별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인식을 바꿔나가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