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내부 고용 격차와 외부 경쟁력 강화 동시에 고민해야
울산, 내부 고용 격차와 외부 경쟁력 강화 동시에 고민해야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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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위기 극복 위해 모든 주체 협력 구축 필요
[커버스토리]울산의 내일을 보다 ⑤ 윤동열 울산대 교수

‘노동자의 도시’ ‘산업수도’ 울산이 심상치 않다. 지역의 3대 주력산업 중 조선은 장기간의 침체에, 자동차는 수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석유화학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앞날은 또 모를 일이다.

주력산업의 부진은 지역의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골목경기는 스산하고, 인구는 감소 추세다. 지역의 소득수준도 1위 자리를 내줬다.

울산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타 지역과 공통점이 많다. 어쩌면 정부 주도 아래 ‘산업수도’로 육성되면서, 그동안 실패의 경험 없이 내달려온 울산이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이 더 크게 와 닿는지도 모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는 물론,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줄여나가는 산업 생태계 복원 없이는 지금 당장 급한 불은 끄더라도 언제고 다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과정에서 노동은, 자본은, 행정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찾아야 하는가?

울산 지역 고용 위기 해결과 일자리 창출 전략 수립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윤동열 울산대 교수를 만났다. 지역 중심 고용 전략 수립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자신의 활동과 생각을 담은 저서 ‘고용위기 극복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력 운영’을 출간하기도 한 윤 교수는 울산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선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최근까지 울산 지역 산업 전문가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먼저 울산 지역 내 분위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윤 교수는 자신도 울산에 들어와서 처음 알게 된 게 많다며 지역의 분위기를 중앙은 잘 모를 것이라 했다. 서울 출신인 그는 울산에 온 지 7년이 되었다고 한다. 윤 교수는 과문한 초임 기자의 질문에서 더 나아가 거침없이 이야기를 주도해 갔다. 울산 내 산업 위기의 실재, 구조적 한계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그는 큰 그림으로 그려나가고 있었다.

울산, 산업수도라지만 연구 및 본부 기능 부재

울산 지역 위기라는 말은 많은데, 실제 지역 내 체감은 어떤가

위기다. 울산을 산업수도라 한다. 울산 내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화학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업수도 울산에 각 주력 산업별 헤드쿼터가 다 들어와 있는가? 본사는 다 중앙에 있다. 현대중공업도 이번에 위기를 겪으면서 연구 기능과 헤드쿼터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서비스는 부산으로, 로보틱스 분야는 대구로, 연구 기능은 판교로 갔다. 조선만 남았고 오퍼레이션 생산 기지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업황이 회복된다지만 올해, 내년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감을 내부 인력이 먼저 가져가고 그다음이 사내 하청, 그다음이 사외 하청인데 정말 급한 물량은 물량팀, 돌관팀에 맡기고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려고 할 것이다.

거기에 근본적으로 산업 자체가 경쟁이 심하다. 중국도 있고, 인도, 베트남도 배를 만들겠다고 한다. 최근에 수주할 수 있었던 건 환경 규제 강화 때문인데 이마저도 중국에 기술이 따라잡힐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98년 무렵부터 이전해 나갔고 남양연구소의 통합 이후 울산에 기술 개발 기능은 없다. 거기에 해외 생산 비중도 늘려나갔다. 해외 생산을 50% 정도로 통제했던 것이 지금은 70% 수준까지 높였다. 해외에서 제공하는 세제 혜택, 부지 제공 혜택, 규제 완화 혜택에 유도되는 것이다.

사실 화학 쪽은 임금이 높은데, 장치 산업은 인력을 잘 채용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계속되고 중국이나 주변 국가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비용 구조 경쟁을 이겨낼 수가 없게 된다. 인건비는 생산성 향상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아웃소싱, 하도급을 상대하는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써왔다. 근본적인 위기는 여기에서 오고 그래서 해결이 어렵다.

성장 시기에서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산업 자체가 축소하는 것이 위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울산을 보면 대기업도 급여가 줄고 있다. 중공업 관련은 지난 1년간 기업들 수가 25% 감소했다. 굉장히 큰 위기이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근로시간을 겨우 40시간 맞출까 말까다. 나이가 많으면 떠나기 어렵지만, 적은 한달 급여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운 젊은 층은 많이 떠나고 있다.

노사 입장에 따라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 측도, 노 측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 측은 대기업이고 노 측은 대기업 노조이다. 그런데 실제 문제가 되는 곳은 중소기업 쪽이다. 우리는 산업별로 임금 협상을 하는게 아니라 기업별로 임금 협상을 한다. 대기업에서 임금 인상이 되면 중소기업 노동자도 같이 임금인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생산성이 늘고 이윤이 늘어서 이것이 중소기업에 흘러간다면 모를까, 지난 20년간 과연 어떠했는가. 제가 입사하는 90년대 후반에 초봉이 1,800만원대였던 것이 지금은 6,000만원 이상이다. 중소기업은 그만큼 늘었는가.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

격차 문제를 보면 내부 문제인데, 산업 부문 외부 위협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어려운 문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도 그렇고, 결국에 이렇게 재정 투입 해봐야 일자리가 생기냐는 말이 나온다. 제가 지금 공공 고용서비스 개편에 대한 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일거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자리를 만든다고는 했는데 이미 있는 일자리가 나가는 것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결국 우리 자식 세대가 울산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는가. 울산 인구가 현재 1년에 만 이천 명씩 감소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도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어젠다를 논해야 하는데, 재정 지원을 얼마 했다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내부 고용 격차 문제와 산업 부문 외부 경쟁력 문제 동시에 고민해야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중요하겠는가.

일례로 영국에 들어가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이 자기들 지역에서 친환경차 개발하는 것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개발로 자기 일자리를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대기업 노조가 경제주의적 투쟁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군산 미포조선은 아웃소싱으로 운영되다가 결국 없어지고 이제 GM이 나가려고 한다. 자동차가 울산에서 철수하지 말란 법이 있나. 현대차 생산량이 연 약 800만대 선에서 2015년 기준으로 37%가 국내 생산량이다. 이 국내 생산 비중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 내 상품 경쟁력이 떨어져서 중국 내 생산량이 한국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임금 격차 등의 고용 문제와 산업적 경쟁력 강화 문제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력이익공유제를 한다거나 그런 분배의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된다고 해도 결국 대기업은 통상임금, 최저임금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부분과 같은 데서 오는 부담을 중소기업에 돌린다. 사실 지자체는 지금 문제가 되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청년 일자리 대책을 보면 단기 부양책으로 돈을 넣는다. 마찬가지로 최저임금도 우선은 돈을 넣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체 만나봐도 금전적인 지원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한시적 정책이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적 해결책에 어떤 것들이 있나.

기본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R&D 인풋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이 그런 기능을 갖고 있는가. 중소기업 지원 체계도 지금처럼 백화점식 제도로 여러 관계 부처가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인건비 지원 위주의 정책도 좋지만, 연구개발 투자를 보다 통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각 부처에서 했던 것을 통합적으로 해서 시너지효과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울산의 R&D 기능 유출을 이야기하셨는데, 울산은 직업 훈련 참여 현황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90년대 후반부터 제조업에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이 없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년에 약 300만 개 기업이 생긴다. 이 중 200만 개가 신규, 100만 개가 기존 기업이 다시 생기는 것인데, 대부분 신규 기업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하는 구조다. 그런데 울산은 신규 기업이 생겨나는 구조가 아니라 주력 기존 산업에 의존하는 형태다. 고용 인원은 별 변동 없이 유지가 되고 이 안에서만 직업훈련이 되고 있다. 재작년부터 정부에서 교육 후 취업 연계로 4차 산업 혁명 대비 교육 훈련 지원을 늘렸다. 여기에는 드론과 같은 신산업 교육과정도 있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취업을 시키려고 보니 지역 사회에 일자리가 없다. 울산에서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는 수도권에 더 많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도 중요한데 그런 인프라도 부족하다. 경제, 산업적인 부분은 수도권 집중화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산업 기능 분산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까.

정부가 산업 기능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정한 거래를 위한 규제는 할 수 있겠지만 산업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뭔가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울산이 제조업 수도라면 각 기업들의 본사와 연구 기능이 울산에 다 모여있어야 하는데 울산에 산업박물관, 자동차박물관 짓는 것조차도 지지부진하다.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면 지역 문제는 참 어려움이 많다. 지금은 노동조합이 있어서 버티고 있지만, 인력이 노쇠화하고 신규채용이 줄다 보면 결국 여기도 디트로이트처럼 되는 것을 우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 수도 울산이 황폐화할 가능성까지 이야기하시는 것인가.

그렇다. 일단 산업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는 울산에 전용 항만이 있고 입지적으로는 좋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을 위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사업이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국내 시장은 수익률이 줄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여기서 견뎌낼 수 없으니 시장이 점점 해외로 넘어간다. 그럼 아예 현지에서 생산해서 현지에서 이윤을 내는 독립된 자산체 개념으로 분권화시킬 수도 있다. 저도 울산 시민이다. 저로서는 도시가 영속적으로 가고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도시가 그렇지 않다.

지역 내 모든 책임 주체 참여하는 고용 거버넌스 구축 중요

지역 고용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고용 거버넌스, 산업 구조 문제의 해결책으로 볼 수 있나.

지금까지의 고용 정책이라고 하면 중앙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지방으로 하달되는 식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과정을 만든다고 하면, 광주에서 만드는 것과 울산에서 만드는 것이 같을 수 있나. 각 지역의 산업과 특성에 맞게 인력, 노동에 대한 공급과 수요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체들이 모여서 그 공급과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고용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이 하나의 주체다. 지역 내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자영업자도 들어온다. 지방정부도 여기 주체가 될 수 있다. 노동자도 한 주체다. 지역 언론도 들어올 수 있다. 인력을 공급하는 지역 대학과 각종 훈련기관도 있다. 거기에 지역 사회 구성원들까지 다양한 주체가 들어와야 한다.

노사민정협의회의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나.

지금 노사민정협의회는 형식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열리고 산업별 실무위원회도 별로 없었다. 모여서 회의하고 심의하고 끝난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2013년에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서 매년 지역별로 인력 수요 공급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2015년에 생겼다. 마찬가지로 조선업, 화학, 기계 등 산업별로 인력 수요 공급에 대해 조사한다. 지역별로 나뉜 것과 산업별로 나뉜 것이 촘촘히 맺어지면서 이에 맞추어 적절한 인력 공급을 위해 지역 사회의 책임 있는 거버넌스 주체들이 모여 합의를 만든다. 중앙에서는 이것을 좀 더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력 산업 투자가 중복되지 않도록 분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불어 울산 지역 내 주력 산업 3개를 고도화해야 한다. 다만 저는 이 주력 제조업의 롱런에 비관적이다. 사회가 서비스 직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등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자동차 회사의 초봉은 200만엔 대로 중소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 거기에다 품질 경쟁력에 대한 집중이 엄청났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해왔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은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위기가 오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 조선업이 미리 대비를 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화학도 무너지면 문제가 크고 자동차는 연관된 산업이 너무 많아 무너져선 안 된다.

거버넌스 주체들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우선으로 논의되어야 하나.

울산 고용 거버넌스인 울산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양대 노총이 다 들어와 있다. 같이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이슈도 이야기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다. 그런데 기업별 노조들도 협력을 해줘야 한다. 현재 고용 거버넌스 실무위원회에 현대중, 현대차 등 제조업 기업들이 다 들어와 있다. 기업별 노조를 포함한 거버넌스 주체들이 어떻게 산업 생태계를 조정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핵심은 대기업 노조들과의 협의다. 저는 이를 위해서 산업별 임금협의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 내에서 시작해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사 측도 노 측도 함께 나서서, 1년마다 돌아오는 임금 투쟁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제, 지역 산업의 생존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 윤동열 울산대 교수

윤동열 울산대 교수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기획실과 오하이오주립대학교 CETE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인적자원개발학 석·박사를 취득한 윤 교수는 현재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글로벌HRD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정부 및 지자체, 주요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자문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