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표면은 아름답지 않다
달의 표면은 아름답지 않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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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이름과 연락처. 그 사람에 대해 주어진 건 두 가지였다. 그리고 한국지엠 희망퇴직자라는 것.

군산공장 폐쇄 발표이후 회사는 정리해고의 가능성을 내비치며 3월 2일까지 희망접수를 신청을 받았다. 일방적인 회사 방침에 분노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고민에 빠졌고, 신청자는 2천여 명을 넘었다.

실제 그들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도록 한다는 것이 질문을 하는 입장에서도 편치 않았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조금은 잔인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까지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졌다. 이내 말문이 막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감정이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지엠 위기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댓글은 ‘억 대의 위로금을 받는 귀족노조’라는 공격적인 말들로 가득했다. 순식간에 ‘나쁜 놈’으로 매도당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인생의 절반을 함께 달려온 회사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진짜 속내였다. 무거워진 기분으로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이번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군산까지 찾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댓글에서 그토록 비난했던 ‘돈’을 중요시하는 ‘강성노조’가 아닌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달을 보면 은은히 빛나는 모습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달의 모습이 매끈하고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달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상처가 가득해 그 동안 가지고 있던 환상을 무너뜨렸다.

희망퇴직으로 억대의 위로금을 받게 되서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없었다. 상실감으로 우울감이 가득했다. 아름답기만 했던 달의 표면이 못생긴 모습이었듯이 지엠의 근로자들도 사실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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