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보다 심각” 간호사들의 분노
“태움보다 심각” 간호사들의 분노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4.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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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 토론회에서 발언 이어져
보건의료노조 혁신 TF팀 운영해 인증 문제 쇄신

“인증이라고 하면 간호사들이 치를 떨어요.”
“인증 기간에 임신하는 간호사들은 죄인이에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 이대로는 안된다!’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기관평 가인증제에 대한 현장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현장증언은 국립대학병원, 사립대학병원 간호사가 각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이하 인증제)에 대한 문제점을 고발했다.

▲ 6일 오전 10시 국회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 이대로는 안된다!’ 토론회가 개최됐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인증제 때문에 간호사만 죽어나

임은희 부산대학병원 간호사는 간호사에게만 치중된 인증제를 지적했다. 임 간호사는 “인증제 수첩의 90%는 간호사가 암기하고 준비하여야 하는 내용”이라며 “간호사라 하여도 분야별로 특징이 다른데 병원에서는 본인 해당파트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내용도 간호사라는 이유로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인증제 수첩의 내용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가가 아니고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도록 암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직원안전사고 발생 시 보고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감연원 노출 시 전화번호는 6879, PHIS-통합메뉴-위험관리-직원감염노출보고서 입력-감연원 있으면 (주간)보건관리자 연락, 감염내과 방분/(야간 및 공휴)응급실 방문”이라는 대답이 질문과 동시에 나오도록 반복하여 암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간호사는 위 사례를 들며 인증기간에만 반짝하는 암기식 인증제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 인증제는 인증기간 동안에만 인원환자를 줄이고 수술 및 건사 건수를 줄이고 감영환자를 받지 않는 등 보여주기식 속임 인증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에서는 인증기간에 인증제 전담 근무자를 둔다. 이들은 일명 ‘인증 멤버’라고 불린다.

임 간호사의 현장증언에 따르면 인증 멤버들은 인증을 앞두고 매일 밤늦도록 공부를 해야 하고, 인증 기간 동안에는 데이 근무를 하지만 인증 평가단이 늦은 시간에 올까봐 퇴근하지 못하고 근무 멤버로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 간호사는 “인증제로 인하여 정규업무 시간에는 환경 및 물품정리, 간호기록점검 등으로 직접간호의 시간이 줄어들고 출근 전, 퇴근 이후에는 병동을 청소하거나 부서원끼리 모여 함께 공부하고 서로를 테스트 한다”며 “인증제로 인하여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간호사들의 사직욕구가 상승하고 인증기간에 맞추어 휴직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수영 한양대학병원 간호사는 “최근 병원 내 태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태움보다 무서운 게 인증”이라며 인증제로 인한 업무 과중을 지적했다. 인증기간이 되면 간호사들이 하루 16시간 근무를 일주일 동안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류 간호사는 “주 7일 112시간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환자 간호가 가능하겠냐”며 “그게 환자 안전이라고 이야기하는 인증제는 가짜”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사직 순번제는 옛말이고 이제는 짐 싸서 도망치는 응급사직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인증제가 간호사들의 사직, 이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7 의료기관평가인증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증제의 부담으로 휴직 또는 사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6%가 ‘약간 있다’고 답했고 28.4%가 ‘매우 많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의 4명 중 3명꼴로 인증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공표된 인증조사 기준의 일정 수준을 달성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4년간 유효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데, 1주기(2011~2014년)와 2주기(2015~2018년)를 거쳐 오는 10월 3주기를 앞두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실시한 2018년 제2차 인증위원회 논의를 통해 올해 7월 말까지 혁신 TF팀을 구성해 현재 지적되고 있는 인증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이번 (TF팀이 운영되는) 3개월 동안의 기간이 그동안 문제제기 됐던 부분이 근본적으로 쇄신되고 해결방안이 마련이 됐으면 한다”며 “의료기관평가가 연기되더라도 인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는 접근법을 가졌을 때 진정한 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