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인터뷰 전문]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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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후상박(下厚上薄), 임금에 연대를 담다
“공장 담벼락 안에서 밖으로 …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

“내가 옛날에 고향에 살았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울산이 내 고향인 거죠.”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1977년 처음 울산을 찾았다. 실습생 자격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첫 발을 들인 19살 부여 소년은 시간이 흘러 울산 자동차공장의 산 증인이자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었다.
하부영 지부장은 현대자동차 노동운동 30년을 평가하면서 ‘초기의 반은 성공하고 후기의 반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무엇이 성공이고, 또 무엇이 실패였던 것일까.
울산의 대표사업장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표선수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하부영 지부장을 만나 2018년 투쟁·교섭, 자동차산업, 울산지역, 노동운동에 대한 지부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임금과 연대가 만난 새로운 임금전략

- 최근에 울산에서 서울을 많이 오가는 것 같다.

2018년 투쟁 기조를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잡아줘야 밑에까지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금속노조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함께 조율했다.

- 그 결과 이번에 현대자동차지부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인 것인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에 대한 소개와 배경 설명을 부탁드린다.

말 그대로 임금이 높은 대기업은 임금을 적게 인상하는 대신 인금이 낮은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임금을 더 높게 인상하는 상향평준화로 가자는 임금전략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사회 양극화와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운동도 화답을 할 때가 되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30년 간 투쟁을 해왔고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을 해왔지만 산별교섭도 못하고 노동자들 간 임금격차가 더 커지며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정권과 자본에게 해결을 촉구하거나 투쟁을 해왔다. 이번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은 이러한 투쟁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정권과 자본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대공장과 중소기업 간 사회 양극화와 임금격차 문제를 노동운동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해결과제로 삼아 10년, 20년, 30년 투쟁을 해보자는 것이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노동운동 자체가 산별노조를 지향하고 있고 산별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은 노동운동이 본래 지향했던 목표고 산별노조의 완성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겉으로는 임금 투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요구는 최종적으로 재벌개혁 투쟁으로 드러날 것이다. 기업이 계열사를 동원해서 다단계 하도급을 하고 이윤을 챙기지 않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최저입찰제를 통한 중간착취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이를 구체화하면 재벌개혁 과제로 나타나는 내부 과제와 일감몰아주기의 폐해도 해결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산별노조의 목표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은 지난해 지부장 선거 출마할 때부터 생각해 놓은 사업인 것인가?

지부장 선거 전부터였다. 87년 노동조합 설립 당시는 임시집행부 조직부장을 맡았고 90년도 2대 집행부 때는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95년도, 96년도에도 사무국장을 했고 99년도에는 부위원장을 하는 등 쭉 노동조합에서 일 해왔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대공장 노동운동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서 10년 정도 주장을 하고 다녔다. 언제까지 대공장 노동자들이 공장 담벼락 안에서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고 재벌한테 빌붙어서 떡고물이나 얻어먹고 살 것이냐고, 공장 담벼락 밖에 있는 우리보다 더 고통 받고 신음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풀 수 있는 대공장 노조가 돼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변화와 혁신을 계속 주장해왔고 지부장으로 당선되면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금속노조에서는 지난 대의원대회를 통해 통일교섭 방침으로 산별임금체계를 확정했고 내용은 임금체계 개선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없고 산별 중앙교섭 돌파가 안 되니 문턱을 낮추고 우회해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 대기업들이 산별노조의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으니 본격적인 단체협약과 임금을 놓고 하는 교섭보다 임금체계를 가지고 논의해보자는 것이 이번 금속노조 10기 집행부의 목표더라.
산별임금체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금속노조 안에는 280여 개 사업장이 있다. 현대자동차부터,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업장들이 줄 서 있는데 이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임금체계를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자동차 재벌을 정점으로 계열사를 동원한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연동되어 있는데 그들이 임의적으로 벌리는 임금격차의 문제를 핵심 주범인 현대자동차 자본이나 한국지엠 자본들이 참여하겠느냐는 거다. 이제까지는 프레임을 노동자들끼리, 노동조합에서 만든 것처럼 덧 씌어놓은 건데 본질을 밝혀내야 할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랬더니 금속노조 집행부와 금속노조 지역지부장들이 ‘그렇다면 기업지부장들이 올해 관철시킬 수 있는 안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 현대중공업지부 4개 지부가 금속노조 집행부하고 만났다. 만나서 대의명분이 있는 투쟁을 어떻게 만들어갈까를 이야기했을 때 현대차지부에서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을 구체적인 실천 목표로 들고 갈 것을 밝혔다.

- 금속노조 안에서는 어떤 반응들이 나왔나?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논쟁이 많다. 사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임금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설득하고 동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부지런히 대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

조합원 부자 만들기 운동 해 온 활동가들의 잘못

-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하실 건지?

현실성 있게 투쟁을 만들어 가야한다. 우리 사회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현대자동차하고 동일한 임금인상과 동일한 상여금·성과급을 지급받거나 더 줘야 한다.
현대자동차에 있는 도급방식은 인도급과 물량도급이 있는데, 인도급은 사람에 대한 인건비, 근로계약이기 때문에 정해진 책정법대로 지급을 하면 되지만 물량도급은 노동자들의 생계비와는 관계없이 현대자동차가 차를 몇 대 만드느냐에 따라 인건비가 결정된다. 물량에 따른 인건비를 책정해놨으니 현대자동차의 귀책사유에 의해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든지 현대자동차 판매가 부진해서 물량이 감소됐다든지 하면 이들의 인건비가 확 줄어들고 화물노동자 같은 경우는 할부금도 안 나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처럼 최저 물량을 정해 계약하거나 최저 노동단가를 정하는 등 기준점을 만들어 준다면 이런 재원으로는 어디는 어떻게 개선해주고 어디는 어떻게 개선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서 요구안을 들고 가서 싸워보겠다는 것이다.
이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현재가 옳은 것이냐, 지난 30년 동안 해왔던 이 방식으로 임금격차는 계속 더 벌어지고 이에 대한 대책은 없고 정권과 자본에게 해결해달라고 빌고 사정하고 머리띠 매고 투쟁했다고 해결됐느냐, 우리도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해결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 이렇게 답변을 한다.

- 결실을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30년이 걸려도 하자고 한다. 우리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며 산별교섭을 법제화한다고 한들 280개 사업장 임금격차가 이렇게 큰데 당장 산별교섭이 법제화된다고 해도 이게 해결될 것이냐 인데 나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가지고 가 하나하나 왜곡되거나 잘못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간다면 노동운동에 덧 씌어져 있는 귀족노조나 대공장의 고임금 프레임도 원인과 본질이 밝혀지면서 하나하나 해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30년 동안 재벌개혁을 이야기했지만 재벌은 더 튼튼해지고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고 착취구조가 강화되는 구조였다.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밑에서부터 땅굴을 파는 것이다. 거대한 댐도 쥐구멍에서부터 넘어지는 것처럼 땅굴을 파서 재벌을 무너뜨리자는 것이다.

- 지부장은 그간 꾸준히 ‘연대’를 담론으로 삼아왔다. 양극화 해결, 사회 불평등 해소 등 사회연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 정작 ‘현대자동차노조’로 대표되는 대공장노조의 경우 이미 연대를 깨거나 반대하는 조직으로 낙인 찍혔다. 대공장노조가 주창하는 연대전략은 여전히 유의미한 것이라고 보는지?

30년간 유지해온 공장 담벼락 안에 갇힌 노동조합운동은 이제 사회적 고립과 국민들의 외면으로 존립 자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노동운동이 내 임금 많이 올리고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운동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운동이라면 한국사회가 병들고 아파하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면서 언제까지 기존 방식만 고집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촛불혁명에 이은 미투혁명에서 보듯 한국사회 민주주의 민도가 달라지고 변화하고 있음에도 공장 담벼락 안에서 내 임금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투쟁만 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간 대공장 노동운동의 변화와 혁신을 주장해 왔다. 사실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폭은 10% 정도라도 생각한다. 지부장에 당선되며 기존 현대자동차지부가 기득권에 안주하는 낡은 체제와 시스템은 사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새로운 체제와 질서로 가는 과정의 ‘반대와 부결’이라는 혼란과 무질서가 있더라도 방향을 5도라도 틀어 놓겠다고 밝혔다. 이게 조합원 전체가 인식의 변화와 동의되어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는 건 아니지만 지도부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실천투쟁으로 접목시키면 서서히 변화하고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노동조합으로 자리잡아 갈 것을 기대한다. 임기 2년 동안 완성은 불가능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제시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조합 운동을 하며 ‘운동은 투쟁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드러내놓고 ‘잘못 가고 있다’, ‘반대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귀족노조 프레임과 고임금 프레임에 당해온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집행부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가져가려고 하는 구나’하고 지켜보고 있다.
이제까지 현대자동차 운동은 실리경쟁이었다. 누가 더 많은 공약을 하고 더 많은 임금과 실리를 챙겨 줄 것인가가 선거 과정이었고 30년 간 반복되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 집행부는 협조적 실리냐 전투적 실리냐 두 가지 경향이었다. 협조적 실리는 회사와 협조적 관계를 통해 실리를 추구하고, 전투적 실리는 소위 민주파를 말하는 것으로 투쟁을 통한 실리추구와 선거를 통한 경쟁을 해왔다. 당연히 조합원들은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고 더 높은 실리를 챙길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더 많은 임금과 실리를 기대하게 만들고 기대만큼의 실리가 나오지 않으면 부결이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이 그렇게 당선되었고 기대보다 성과가 적었기 때문에 2017년 단체교섭 결과는 부결사태를 맞았다.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 해보니 현대자동차에서 연봉 1억 2천을 받는 사람이 5% 정도 되는데, 자신은 1억 가까이 받아도 그 5%와 비교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더라. 5%에 들지 못한 나머지 95%가 출근길을 지옥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임금을 받아주는 것이 노조의 역할인 것인 양 우리가 조합원들을 잘못된 길로 데려온 것이다. 조합원 부자 만들기 운동으로 끌고 온 활동가들의 잘못이지 조합원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 이끌고 왔다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지난 30년의 잘못된 운동은 저로서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불신임을 받더라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대공장 노동운동의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새로운 좌표와 노동조합이 가야할 방향이 맞다면 조합원들의 인식은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30년 동안 굳어져온 공장 담벼락 안의 실리추구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고 본다. 제가 대공장 노동조합이 가야할 방향과 좌표를 제시한다면 지금부터 30년 뒤에는 정의로운 노동조합, 세상의 아픈 사람들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연대와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노동조합으로 변화할 것이다.

- 지부장의 노력과는 별개로 현대차노조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시민들의 프레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든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조차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인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를 지렛대 삼아 자기들 이익만 챙길 것이라는 비판도 예상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대공장 고임금론과 노동귀족론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임금격차는 눈에 보이는 사실이며 삶의 문제이기에 대공장 노동조합에 둘러쳐진 프레임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우리 노동조합들은 정권과 자본 그리고 보수언론의 결탁에 의한 왜곡된 프레임이라는 비판만 가지고 국민들의 반대심리와 임금격차에 대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원망이 해소되지 않는다. 정권과 자본 그리고 보수언론이라는 삼각편대의 합동공격은 강고하기에 단방에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언가 다른 시도와 변화를,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노력도 해보지 않았다는 반성을 했다. ‘하후상박 연대인금전략’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격차의 원인과 본질을 밝혀내는 투쟁을 할 것이다. 재벌의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와 내부거래의 폐해를 밝혀내고 중간착취인 통행세 8~15%를 금지시키면 재벌의 문어발식 계열사 동원의 유혹도 사라지고 2차, 3차, 4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의 납품단가 인상 없이도 즉각 20~30%의 임금인상 재원이 생긴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임금직불제’ 입법 논의를 살펴보면 금속노조의 투쟁이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있다.
언론과 시민들도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의 투쟁이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날 때 기존의 왜곡된 노동귀족, 고임금론의 프레임에 속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도 1~2년 투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앞으로 30년 투쟁을 해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사회 불평등의 정점에는 재벌이 있고, 재벌의 경영방식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현재는 아니더라도 왜곡된 프레임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면 깨질 것이다.

-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다.

내가 잘못하면 불신임 투표 물으라고 이야기한다. 이거 하다가 불신임되면 내가 노동 역사에서 영웅이 되지 않겠나.

현대차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쓰나미 같은 재앙 밀려올 수도

- 현재 자동차업계 최대 이슈인 한국지엠 사태를 빼먹을 수 없다. 지부장은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고 본다. 2009년 부도사태이후 글로벌지엠의 경영방식이 변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인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 공유경제, 4차 산업혁명 등의 변화에 글로벌지엠은 완성차 사업에 메리트를 상실하며 수익성이 없는 공장에 대한 철수와 구조조정을 10여 년째 진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20년 이상 저성장, 침체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도 줄었고 메이커 간 경쟁도 격화되어 수익성도 예전 같지 않기에 수익성에 비관적일 수 있다. 미래 친환경자동차 개발 경쟁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서서히 자동차 사업의 비중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이다.
2000년도 대우차 해외매각 당시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때 완성차지부 지부장들 모아서 해외매각 반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자동차산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고, 현대자동차 노동자인 우리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노동조합이 모두 붙어서 해외매각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반대 파업을 하며 10개월 수배와 구속되었던 경험도 있다. 당시에도 국민의 혈세로 성장해온 대우 재벌의 자동차 공장이 헐값으로 해외매각 된다면 국가 간의 통상관계로 정부의 통제권을 상실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과 책임이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보았기에 반대했다.
지금도 한국지엠이 문 닫고 철수하면 현대·기아자동차가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그 반대로 생각한다. 지금 현대·기아자동차 시장점유율이 약 80%가 넘는데, 지금도 독점으로 발생하는 차량 가격 문제, 품질 문제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지 않나. 만약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현대·기아자동차가 일시적 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민들은 자동차시장 독과점체제에 등을 돌리고 급속하게 수입차 시장으로 돌아설 수 있기에 현재보다 더 위험해진다. 결국 한국의 자동차산업,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 실제 한국지엠 관련해서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보니 군산공장이 아니더라도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업계 중 현대자동차가 그나마 가장 고용이 안정돼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나름의 불안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4분기 노사협의회 요구안건 중 고용안정위원회 구성을 요구안 중 하나로 낸 것을 봤다. 그것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도 고용 불안을 느낀다는 뜻인가?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자동차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4~5년 후 쓰나미처럼 재앙이 밀려 올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금도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해외수출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울산공장도 수출물량이 감소하며 특근이 감소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어들었다.
이미 현대자동차 안에서도 고용불안은 시작됐다. 전주 트럭공장과 4공장 스타렉스 공장은 물량이 부족하여 공피치(라인에 제품 없이 빈 벨트로 흘러가는 것)와 휴가로 생산조정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수출이 대폭 늘어나거나 신차효과로 많이 팔리던 시대는 지나갔고 전기자동차와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물량을 확보하여 특근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 즉, 임금에만 관심이 높다. 집행부로서는 불과 4~5년 뒤에 닥칠 고용문제를 중장기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생각에 물량대책위원회가 아니라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집행부는 고용안정을 위한 시동을 걸고 싶은데 현장의 요구는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물량을 확보해달라고 하니 괴리감이 있다.

- 1/4분기 노사협의회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안은?

2017년 임단협이 10여 개월 소요되며 일상적인 노사협의 해결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주로 주차장 확대, 식당운영 이원화와 식사 질 개선, 결근자에 대한 대체인원 부족 해결 후생복지 분야에 대한 요구들이다. 하지만 집행부는 고용안정위원회의 시동이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신차개발이나 전기자동차 증산 시 인원변동 대책 등을 핵심과제로 보고 있다.

-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보고 현대자동차지부가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은 아무래도 ‘미래전망’ 부분이 아닐까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기자동차를 향후 자동차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지부장의 생각은 어떤가?

최근 세계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전기자동차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자동차를 미래의 전망이자 대안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이 완전히 사라지는 교체기간을 감안하면 완전한 전기차 시대는 20여 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적은 있다. 전기차도 배터리 수명과 폐기 문제, 충전기술 등 해결할 과제는 있다. 전기차는 전통적인 완성차 메이커와 석유산업 자본들은 꺼려 왔는데, 미국의 벤처기업인 테슬러가 선두에 섰다. 세계 도시들의 환경문제가 다급해지며 전기차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측면이 있다.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의 핵심기술인 엔진과 변속기 대신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엔진과 변속기가 현재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를 도입하면 모터와 배터리는 현대자동차 자체 기술이 없기 때문에 밖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동안 큰돈을 투자해서 만든 내연기관 기술을 이제는 밖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기존 완성차 수익모델로는 전기자동차가 살아남기 힘들어 진다.
그럼 회사는 어떻게 나올까? 수익성 보전을 위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악마의 신기술들을 접목시키면 현재 인원의 70% 정도를 줄이며 30% 미만의 혁신공장을 준비할 것이다. 전기차는 노동의 종말이고 노동자들에게 고용문제의 직격탄이며 악마와 같은 재앙의 쓰나미로 밀려 올 것을 우려한다.
전기차 전용라인을 도입하면 기존 인력의 70%를 줄여야 한다면 노동조합은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는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기존의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는 가동률이 30% 정도 하락하면 칼을 뽑는데 전기차는 70% 고용감소를 가져올 아주 위험한 기술이다.
다만 거부할 수 없는 기술적 진보이고 대세인 것은 맞다. 지금의 노동자들은 혁명적 변화를 수용할 준비나 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회사와 전기자동차 시대 구조조정 방지와 고용안정 방향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지만 시작하려고 한다. 금속노조와 함께 정부의 자동차산업 업종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도 요구할 계획이다.
미래사회에 대한 사상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 판단은 돈 벌어 부자로 살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일거리가 사라진다면 적게 일하고 가난하게 살 준비가 가장 완벽하다고 본다. 4시간 근무제, 재택근무 그리고 로봇세 도입 등 세금체계를 바꾸고 정부가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지는 정치가 나타나면 기본소득제 등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 지부가 생각하는 미래전망은 무엇인가?

고용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자동차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사라지면 망하는 것 아닌가. 플라스틱과 탄소섬유 사용 기술이 확장되고 신기술로 원가가 낮아지면 전기자동차는 철강산업까지 타격을 주며 주요 제조업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다.
다만 다가 올 미래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조합원들의 심장을 튼튼하게 만든다면 회사도 함부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칼을 뽑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로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사라지며 망하는 것이다. 플라스틱과 탄소섬유 사용기술이 확장되고 신기술로 원가가 낮아지면 전기자동차는 철강산업까지 타격을 주며 주요 제조업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다.
다행히 앞으로 10년 사이 2만여 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한다. 전기차 시대의 인원감소와 정년퇴직자 인원문제를 잘 결합하면 완성차인 현대자동차 고용문제는 연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내연기관인 엔진과 변속기 부품을 납품하던 자동차산업 가공공장들은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는 시장에서 소비가 되어야 작동을 한다. 정권과 자본도 노동자들을 망하게 하면서 상품의 판매를 포기할 만큼 어리석은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의 미래를 현재의 임금만 유지하려는 생각을 버리면 확실히 모르겠지만 현실 자본주의와 전혀 다른 사회체제가 나타날 것이다.

노동조합 스스로가 우리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사실 미래전망에 대한 고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자동차산업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판매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에 따른 현장의 변화와 지부장의 고민이 있다면?

자동차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하향추세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현대자동차는 지금도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해외수출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뒤늦게 신차와 친환경자동차를 투입하고 있지만 기존만큼 판매량이 늘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최선은 회사가 국내 공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공장에서는 신차투입이 어려워 노조를 회피하며 해외공장에서 선(先) 생산을 시도하는데, 리콜 등의 대량품질문제가 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국내공장의 적기생산과 품질향상에 고민이 깊다.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이를 꺼내놓기 어려운 현장 분위기이다. 조합원들은 고용문제가 눈앞에 닥쳐야 수용하겠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고용안정에 대해 지부가 대처해야 할 방향성은 제시할 생각이다.

- 이달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취업자도 줄어들었고 울산 지역 역시 고용률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자동차산업의 한 흐름으로 봐야할까?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의 국내 판매는 유지되지만 해외 수출물량이 감소했다. 특히 부품사들이 미국과 중국시장에 동반진출한 기업들의 완성차 판매가 급감하며 이익이 줄고 철수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비계열사 영업이익률이 2~3%라면 상당수 부품사들이 적자 국면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드니 몸집을 줄이고 수세적인 경영을 할 것이기에 자동차산업의 고용률은 감소하고 앞으로도 하향추세로 나타날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그런 기술을 몰라서 사용 안하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인건비가 외국 자동차보다는 싸고 국내의 25년 내지 35년 정도 된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무인화보다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 지점을 포기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4~5년 내로 올 것이다. 옛날보다는 훨씬 고도화된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는 ICT기술, IoT기술, 자율주행, 공유경제 이런 쪽으로 연결되면서 우리에게는 악마와 같은 신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미 25년 전에 글로벌지엠 미국의 새턴 공장에서는 외판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25년 전에 미국에서 했던 것을 우리는 이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신기술이 아니고 25년 전에 이미 끝난 기술이다.
지금 내판은 전부 외주화했고 외판만 내부에서 생산을 하는데 외판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외주화하고 도장 공정을 거치지 않고 의장에 투입되기 전에 뚜껑만 덮어서 옆에 장착하면 프레스 공정이 없어지게 되니 차체는 현재 공정에서 20~30% 정도만 있으면 된다. 대폭적으로 인력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 얘기했던 것처럼 이미 25년 전에 사용했던 기술들이다.
25년 전 이탈리아 피아트 공장에 갔을 때는 컨베이어 라인에 딱 두 사람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1000명 이상이 일하는 의장 조립 공장에 딱 두 명이 있더라. 그 두 명이 시트벨트 조립하는 노동자였고 나머지는 다 모듈이었다. 그때도 이미 해외 공장에서는 그런 기술이 사용되고 있었다.

- 실제로 자동화된 공장을 보니 어땠나?

그 큰 공장에 사람이 둘 밖에 없는 모습을 보니 유령공장을 보는 것처럼 섬뜩했다. 이럴 수가 있느냐, 이걸 노조가 동의했냐고 물어봤더니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 노동의 인간화 차원에서 노사가 합의를 했다는 것, 지겹고 힘든 컨베이어 작업에서 노동자들을 해방시키고 컨베이어 작업하는 노동자들을 모듈 공장에 인소싱했다고 설명했다. 7개의 모듈만 있으면 완성차가 다 조립된다는 얘기는 이탈리아 피아트 공장에서 직접 보고 들었다.
결국 현재 우리가 새로운 기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정말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일상화된 기술인 것이다. 그런 기술을 현대자동차라고 모르겠나? 연구소나 엔지니어, 경영진들도 다 알고 있지만 그 길로 가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인건비 차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기술력으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니 현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돈이 안 된다면 다 걷어내고 가버릴 것이다. 그게 정석 아니겠나.
노동조합 스스로가 우리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장점이 무엇인지 이번에 고용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깊이 있게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 우리의 장점을 회사에 던질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가 멈추면 울산은 암흑도시가 된다

- 지부장이 울산에 터를 잡은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77년도에 울산에 왔다. 19살 때 공고 실습생 자격으로 현대자동차 공장에 취업했고 지금까지 울산에 머물러 있다.

- 울산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옛날에 고향에 살았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울산이 내 고향이다.

- 현대자동차가 울산, 아산, 전주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고, 남양연구소, 그리고 전국의 판매 조직을 갖추고 있다지만 핵심은 울산이다. 울산 안에서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산업적인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나?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3대 산업의 핵심기지이다. 짐작으로 자동차산업이 울산 고용률의 30% 정도는 차지한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울산 동구라는 지역적 특성에서 불황으로 나타나지만 현대자동차는 울산 전역의 고용과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자동차가 멈추면 울산은 암흑도시가 될 것이다.

- 타 지역 공장에 비해서 울산공장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는 무엇인가?

지역적인 메리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울산공장은 현대자동차 150만 대의 주력 생산 공장이고 동일 지역에 150만 공장을 동시에 가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 25년 이상의 숙련된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이 일을 한다는 것도 장점일 수 있겠다.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이나 부품 품질이 미흡해도 조립과정이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해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유지시키는 힘이고 메리트라고 본다.
현대자동차는 노동조합 회피전략의 하나로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을 건설했다.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분산시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했다. 회사의 판단대로 전주공장, 아산공장은 각각 6만 대, 35만 대 규모로 운영되지만 울산공장은 150만 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기에 회사에서는 생산 공장 가동정지라든지 하는 부정적 영향이 일시에 확산되는 것을 단점으로 보는 것 같다.

- 최근 울산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핵심 3대 산업의 위기와 함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부장은 울산의 현재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미 10여 년 전부터 울산대학교 교수들과 지역시민사회 단체 전문가들이 울산 지역을 우려하며 토론회도 열고 포럼도 진행하는 등 산업차원의 대안 준비를 요구했지만 노사정 모두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지역의 수출산업이 활발하게 가동하고 수익성이 높을 때 노후화된 산업단지 개선 투자와 신산업에 대한 미래투자를 게을리 하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했다. 조선업이 이렇게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신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를 예견했던 사람들이 보내왔지만 듣지 않고 터지고 나서 대책을 세우려고 하니까 속수무책이 된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이미 신호는 있다. 문제는 이 신호를 아무도 안 믿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현 구조에서 자신들의 이익, 아니면 재벌의 가족경영을 통해서 사적 편취에만 골몰하고 있지 자동차산업이 이후에 어떤 문제를 가져올 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노조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 사람들 우리 겁줘서 인금인상 막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하고 있다.
노사정 모두 올바른 비판과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 후환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고 이미 터지고 나서는 수습 대책이 없다.

- 위기의 신호를 외면을 했기 때문에 현재에 이르렀다는 말인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어떤 대응이나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비관적으로 본다. 재벌이 기존의 경영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대로 망한다고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역도 마찬가지고 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가 기존의 재벌 경영방식을 손 털어야 하는데 수직적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서 내부의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를 통해 사적 이익을 편취하는 방식을 포기하겠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보는 것이다.
수도 없이 현대자동차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결국 최저입찰제가 현대자동차를 망하게 할 것이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을 나르는 기술의 총아이다. 그런데 이 기술의 총아에 들어가는 부품을 최저임금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 만들고 있다. 최저입찰제 때문에 그 단가와 원가를 맞추는 최저 숙련을 동원해서 부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임금을 주고 최고의 숙련을 갖춘 사람들에게 맡겨놔도 부족한데 이렇게 하니 밖에서 리콜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저입찰제 때문에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나 가내수공업자들이 이를 맡게 되고 그들의 기술은 축적되지 않은 상태로 최저입찰한 단가에 맞춘 부품만 들여오기 급급하니 현대자동차는 비전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차는 지금의 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재벌구조가 빨리 개혁돼야 한다. 그래서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을 지렛대 삼아서 재벌개혁에 손을 댈 생각이다.

- 지부장께서는 오랜 동안 생활 정치, 지역 밀착형 정치를 강조해 오셨다. 올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무엇인가? 또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울산 북구 국회의원 선거도 관심사다. 정갑득 전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권오길 전 본부장과 조승수 전 의원이 각각 민중당과 정의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이경훈 전 지부장도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우선 현대차지부의 지방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나? 민주당 후보와의 연대 내지 단일화 전략도 모색하는 것인지?

예전 민주노동당 시절 같지 않다. 민주노동당 분열과 분당 이후 진보정당 다당제 시대에 대한 불신이 높다. 진보정당들도 이에 대한 불신해소 대책 없이는 예전처럼 노동자들이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후보자 간, 현대자동차 노동자 간의 분열 출마는 비판이 대단히 높을 것이다. 현재의 분열된 정당후보 지지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민주당에 가입한 전직 간부들도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현장조직과 조합원들이 존재하기에 예전처럼 민주노총 지침 하나로 지지선언하기도 어렵고 표를 줄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촛불혁명 이후 조합원들의 민심도 많이 변했다. 진보정당, 노동자 중심의 정치에 대해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표를 몰아 줄 만큼 진정성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민주노총 선거방침에 따라 민주당은 배제하고 후보단일화 추진도 없다. 진보정당 간 후보단일화는 조합원 총투표나 ARS 투표를 하지 않고 정당과 후보자간에 맡기기로 했다. 후보단일화 안 된 지역은 민주노총 지지후보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에 복무할 것이다.

실사구시하는 돈키호테 되겠다

- 노동시간 단축 등이 가져올 조합원들의 삶의 변화,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을 잘못 데리고 왔다. 이제까지 장시간 노동을 통한 높은 임금을 만들기 위해 차 하나라도 더 만들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전 세계에 그런 미친 노동 운동을 하는 곳이 없다. 지난 과거 30년은 그런 노동 운동이 태반이었다. 내 표현대로 하자면 이건 회사를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서 과로사로 죽이는 살인마 같은 짓을 해온 것이다. 조합원들도 그냥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해지고 인간답게 사는 거라고 착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한 해에 30여 명이 과로사로 사망하는데, 한 노동자가 과로사로 죽었을 때 현장을 보고 분통을 터트린 적이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과로사로 죽었다고 특근 중단하고 퇴근시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월남전인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어디로 가고 있냐는 것이다. 옆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시체가 됐는데 퇴근시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지금은 주간연속2교대, 노동시간 단축이 되면서 과로사로 사망하는 인원이 한해에 5~6명 정도로 줄었다. 조합원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거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건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과감하게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 결국 안을 돌아봐야한다는 말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노동존중사회라는 것은 대통령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배려했을 때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경쟁사회를 깼을 때 오는 것이다. 지금은 적자생존이고 무한경쟁, 상대를 짓밟고 올라서야 그게 좋은 것인 양 가르치고 있는 사회다. 노동자들끼리 대공장에 일하거나 중소기업에 일하거나 더 많은 임금을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차별과 경쟁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노동존중사회로 이행될 수 없다. 노동경쟁사회를 깨고 평등사회로 가야 한다. 이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일을 정권과 자본이 잘못된 것처럼 우리가 그들만 탓하고 해결을 의존해왔는데 이제 그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전략을 세워서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인식의 전환의 계기로 삼지 않는 한 노동자들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지부장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설립 시점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게 현대차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노동운동의 핵심이기도 했고, 또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대표선수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 30년을 평가하신다면?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하는지?

87년 이래 30년 간 경제주의적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은 일정부분 성공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10년 사이 임금인상을 400%나 달성하고 내 집 마련,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세상을 바꾼 혁명동지들에게 아파트 한 채, 자가용 한 대라는 경제적 성과를 안긴 것이다. 노동자들의 호주머니가 든든해지며 건설과 자동차산업의 활성화 등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뇌관 역할을 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에서 초기의 반은 성공하고 후기의 반은 실패했다. 조합원들은 잘못이 없다. 앞에 선 우리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을 잘못 이끌고 왔다. 잘못 이끌고 왔다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활동가, 지도부가 먼저 바뀌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면 따라 오는 게 조합원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을 바로세우면 금속노조가 바뀌고, 금속노조가 바뀌면 민주노총이 바뀐다는 생각이다. 익숙한 방법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가자는데 반대도 있겠지만 그게 옳은 길이라면 비판도 두려워하지 않고 불신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
내가 꿈꾸는 노동운동은 현실에서, 집행기간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고 5도만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몽상가나 이상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먼 훗날이라도 ‘정의로운 노동운동’을 꿈꾸던 돈키호테 같았던 지부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세르반테스가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 중세시대의 삶을 고집하는 스페인의 낡은 체제와 싸우는 혁명가 돈키호테를 등장시켰다. 나는 돈키호테 같이 거대한 현실의 낡은 체제와 싸우지만 이를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실사구시파’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