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
세월호 4주기,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17 15:0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라우마, ‘매끈한 서사’ 아닌 몸에 각인되는 것”
“파편화한 기억, 사물로 환기할 방법 모색해야”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세월호 4주기를 맞아 2017년 인양된 세월호가 거치되어 있는 목포에는 대규모 추모 열기가 일었다. 다양한 집단과 단체, 개인의 참여로 각양각색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란 시간이 덧없이 흘렀고, ‘기억하라, 그리고 행동하라’라는 시민들의 선언은 그 아픔을 온전히 겪어온 이들의 가슴에 분명히 각인됐다. 잊지 않겠다는 말은 많은 시민의 세상을 향한 집단 선언이자 스스로를 향한 약속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과거 존재한 수많은 비극에 대한 기억이 그랬던 것처럼 유의미하고 분명한 노력 없이는 세월호의 기억 역시 언젠가는 처음의 선명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폴란드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박물관 전시장에 걸려 있는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처럼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다시금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끊임없이 환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효과적인 기록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 14일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열린 '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한 유의미한 제안이 있었다. 토론에 참여한 주윤정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라우마란 언어의 매끈한 서사로 서술되고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각인되는 것”이라며 “인류가 끔찍한 고통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통해 세월호를 기억해 나가는 데에 참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 선임연구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 가운데 하나인 아우슈비츠의 예를 들었다. 주 연구원이 주목한 아우슈비츠 박물관의 주된 참상의 기록 방식 가운데 하나는 현재 부재하는 것에 따옴표를 치는 일이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에는 안경, 가방, 혹은 신발 등이 수북이 쌓인 전시 공간들이 있다. 이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있어야 할 사람들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설명하는 데에 그 어떤 언어적 기록보다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의 휴대폰, 쓰여지지 못한 구명조끼들, 과적으로 인해 수북이 쌓여 있던 자동차, 선체 자체 등을 보존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며 “세월호의 기억은 하나의 매끈한 서사가 아니라 파편화된 기억으로서, 사물을 통해 기억을 환기하게 만드는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어떤 말이나 기록보다도 강력한 이미지의 힘을 강조하는 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불러온 이미지가 등장한 바 있었다. 지금은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에 위치한 ‘416 기억교실’이 이전되기 전 단원고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텅 빈 교실에 미수습자 학생들의 책상 한두 개만이 덩그러니 남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유가족이 되고 싶다던 미수습자 가족의 절규가 떠오른다.

주 선임연구원은 “이미지를 통해 한국사회의 악, 야만성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기억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세월호를 한국사회의 변곡점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