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노사의 아름다운 동행 ‘우분투’
제2금융권 노사의 아름다운 동행 ‘우분투’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4.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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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까지 사회연대기금 조성, 재단 설립
일자리·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 나서
▲ 카드·증권·손해보험·여수신업종 등 제2금융권 노사가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는 ‘우분투 프로젝트’를 18일 선포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사무금융 노사가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카드·증권·손해보험·여수신업종 등 노사는 ‘우분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되는 오는 2020년까지 사회연대기금을 출연, 재단을 설립한다.

우분투 프로젝트는 제2금융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분 일부에 기업이 소정의 금액을 더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코사족 말로 공동체 구성원이 나눔과 연대를 실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향후 3년간 노사가 마련한 기금은 공익재단 설립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등을 위한 사업에 사용될 계획이다. 우선 노사가 실무추진단을 꾸려 논의를 거친 뒤, 가칭 ‘공익재단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다. 노사는 추진위원회에서 정관과 사업계획 등이 마련되면 공식적으로 재단을 출범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을 주도하는 쪽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노동조합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현정, 이하 ‘사무금융노조’)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하 30여개 지부의 대표자와 각 금융기관의 경영진을 초청해 사회연대기금 출연을 알렸다. 이날 노사는 한국사회 불평등·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며 금융업계의 사회적 책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다.

김현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금융산업은 국민의 자산이 기반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않고는 안 된다”고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기관은 탐욕으로 신뢰를 받지 못했고, 노동조합은 조합 이기주의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분투 프로젝트를 노사가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제안한다”며 “비정규직, 청년들과 손을 잡고 함께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윤경은 KB증권 대표이사는 경영계를 대표해 연단에 올라 “사측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아빠로서, 기성세대로서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같아 반성의 마음도 가진다”며 “그동안의 노력보다도 열 배 스무 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사업 성공을 기원하며 열심히 후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문성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고형권 기회재정부 제1차관,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측 인사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장·차관들은 제2금융권 노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직·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행사를 주관한 사무금융노조는 ‘우분투 프로젝트’에 대해 1970년 전태일 열사 정신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48년 전 전태일은 노동자들이 당하는 고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결국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면서 “이제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구호를 뛰어넘어 우분투, 정의를 위해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사무금융노조는 우분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산별교섭 틀을 마련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사회적 책무 실천을 통해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산업별·업종별 노사관계를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사무금융노조는 늦어도 5월 말에는 산하 지부별 노사가 모두 모여 상견례를 한다는 목표로 5월 초 각 금융기관에 교섭을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