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오롱 그 700일의 기록
[현장] 코오롱 그 700일의 기록
  • 김창기 기자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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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코오롱 노조 투쟁 700일 잔을 부딪치며 눈물을 접고 잠시 흥겨워하자

 

1월 25일. 날이 쌀쌀했다. 물론 겨울이니 만큼.

 

용산역 철도 웨딩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라고 쓰인 익숙한 붉은 조끼를 입은 코오롱 노동조합 전 간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왁자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고, 소주잔이 오가고 사람들은 자리를 넘나들며 거나해져갔다.

2년간 누구보다 더 많은 피와 땀을 흘렸던 그들, 그 날만은 그렇게 잠시 흥겨웠다.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코오롱은 대규모 인원삭감을 진행했다. 전 직원의 3분의 1인 864명이 희망퇴직 했고 2005년 2월, 47명의 전·현직 노조간부를 포함해 끝까지 버티던 78명이 해고됐다.

 

이 때부터 코오롱은 노사관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업계의 침체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느냐, 노동탄압이냐를 두고 격론이 일어났으며 섬유산업의 미래와 지역 경제의 앞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해고자들을 더 분노하게 한 코오롱 그룹의 비리문제가 터졌고, 정리해고자였던 최일배 위원장이 당선됐다.

 

혹자는 처음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힘을 모았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대화 없는 과격한 시위와 투쟁이 불신을 낳았다고 이야기한다. 끊임없는 갈등 속에 그들의 투쟁에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으며, 폭력이 난무했고, 대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2007년 1월. 넘어야 할 산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해결은 더욱 요원하다.

 

최근 코오롱 노조의 김홍열 위원장과 신임 집행부가 12월 2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면서 노사 협력과 상생을 표명했다. 이같은 가운데 노조 와해를 위한 회사 개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리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및 10대 집행부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래도 투쟁 700일을 맞으며 그들은 웃었다. 흥겨웠던 술잔처럼 그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늘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