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료원지부 “재단, 신생아 사망책임 직원에만 떠넘겨”
이화의료원지부 “재단, 신생아 사망책임 직원에만 떠넘겨”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25 17:5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목동병원, 임금 체납하거나 기부금화를 통한 지급 유보
“사고 후 가장 중요한 인력 상황도 더 악화돼”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에 따른 경영악화의 부담을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영진이 경영 악화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체납하거나 기부금화를 통한 지급 유보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화의료원지부는 25일 북아현동 학교법인 이화학당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이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 보류, 분할 지연 지급 하는 등 직원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한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 충원은 전보다 더 악화한 상태라며 재단의 책임 있는 병원 경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화의료원이 현금 유동성이 악화하였다며 관례로 2월에 지급하던 연말정산 환급분을 일방적으로 지급 보류하고 지난 3월 급여일 당일 임금의 80% 만을 지급하고 20%를 뒤늦게 지급하는 등 현금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직원과의 상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직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최근 의료원이 직원들에게 1년간 급여의 20%를 기부금화하여 지급을 유보하고 2년 후인 2020년부터 매년 5%씩 4년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허장범 이화의료원지부 지부장은 “그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전 조합원이 내고 있음에도 재단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의료원이 수익이 날 때는 주인 행세를 하더니 사건 이후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방관자 코스프레’중”이라고 비판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 역시 “신생아 사망 사건은 잘못된 병원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경찰이 발표했음에도 병원은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금마저 주지 않는 것은 사기를 떨어뜨리고 우수인력 이탈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월 3~4명 수준이던 사직 인원이 사고 이후 10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충원도 이뤄지지 않아 의료인력의 노동조건 악화와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의료원이 지난 1월 사건과 무관하게 의료비 수납 시스템을 선 수납에서 후 수납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 악화가 예견되었던 일임에도 재단과 경영진이 이를 방관하고 후폭풍마저 돌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교직원들의 반대에도 지난 2월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를 운영하기 위해 외래 환자 수를 감소시켰고,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오류가 잦아 현장의 직원들은 혹시 모를 오류에 의한 의료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밤낮으로 시간 외 근무를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응급실 환자 수가 급감하고 경영 악화에 따른 병원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무분별한 경영을 통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노조는 신생아 사망 사건을 포함한 이대목동병원의 다양한 문제가 오랜 시간에 걸친 경영실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이대동대문병원 통폐합을 전후로 이화목동병원의 수익은 동대문 병원의 경영악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됐고, 이후 마곡새병원 건립의 부담까지 떠안아 왔다고 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최소한의 개선비를 제외하고 인력충원은 물론 여타 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 비용이 모두 재단이 투자하고 지원했어야 할 다른 병원지부로 사용되어 현재의 현금 유동성 논란을 낳았다는 것.

또한 신생아 사망 사건에 이화의료원지부가 긴급하게 문제 원인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했음에도 지난 9일 교직원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화의료원의 대국민 사과문에는 의료인력 충원 등 관련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9일 이화의료원은 사과문과 함께 종합 개선대책으로 ▲대책 성과 확인할 때까지 신생아중환자실 전면 폐쇄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 강화 및 진료, 교육 시스템 혁신 ▲이화스크랜튼 감염교육·연구센터 설립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앞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인력 충원 ▲정확한 업무분담과 책임 ▲안전시설 및 장비개선 등을 문제점으로 꼽아 전달했음에도 병원이 교직원들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실제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료 인력 상황이 지난 1월에 비교해서도 악화하여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회견에 참석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런 의료사고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과도한 민간의 경쟁체제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 인력 확충만이 병원을 안전하게 사람을 살리는 병원으로 만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