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학교비정규직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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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촉구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육부·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열악한 업무환경과 산업재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공무직 전 직종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노동현장의 위험에 대해 증언했다.

양선희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수석부지부장은 “학교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솥과 솥 사이를 넘나들면서 후드 청소를 하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물통과 플라스틱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곡예를 하듯이 천장 등을 청소한다”며 “학교 급식이 시작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안전 책임자와 안전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경기수석부지부장은 17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끓는 물에 데여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야채절단기에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순간이었다. 노동현장에서 위험요소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안전관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양 경기수석부지부장은 “사고 당시 119를 부르기는커녕 그날 남아 있는 일을 걱정해야 했다”며 “산업재해임에도 산재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해 걱정하며, 학교 책임자의 눈치를 봐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고 있는 일터에서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람으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망사고들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3월엔 끓는 국통에 빠져 전신화상을 입고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작년 12월 의정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국을 끓이던 급식노동자가 화상을 입었지만, 1년 넘게 일을 해야 벌 수 있을 정도의 치료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높은 노동강도와 반복적으로 근골격계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한다. 학교 급식실의 노동강도는 다른 공공부문 급식실과 비교해도 2~3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체인력이 부족해 휴식이나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노조가 전국 학교 특수교육지도사 4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업무로 인해 부상이나 질병을 얻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이는 77%에 달했지만 산재처리를 했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특수교육지도사들 중 근골격계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는 답변도 71%나 됐다. 그 원인으로는 ‘적절한 인력배치가 되지 않아서(48%)’, ‘적절한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서(24%)’ 무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는 “업무상 질환으로 많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산재보상신청과 인정율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며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업무환경과 재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실 안전 장비 설치와 대체인력 확보 ▲적정 특수교육지도사 인력을 배치, 휴게시간 및 산재신청 보장 ▲교육공무직, 전 직종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운영 ▲업무상 재해자의 치료받을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실을 ‘기관구내식당업’으로 분류해 산업보건안전법 제19조 제2항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후 법제처가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아직까지 학교현장에는 교육부의 어떤 지침도 내려온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