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지애
단장지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4.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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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진(晉)나라 장수 환온이 촉으로 출병할 때였습니다. 군마를 실은 함선이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병사 중 한 명이 장난 삼아 강변에서 원숭이 새끼를 잡아서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쫓아 100리(약 40km)를 울부짖으며 따라왔습니다.

강폭이 좁아지는 협곡에서 어미 원숭이는 병선을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어미는 채 배에 닿기도 전에 그만 쓰러져 죽고 맙니다.

기이하게 여긴 장수가 일러 어미의 사체를 가져다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제 자식을 잃은 슬픔이 사무쳐 큰 고통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이달의 특집 기획을 준비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과 슬픔이 아닐까요.

<참여와혁신>은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와 이번 4주기 기림 행사를 준비해 왔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단장지애를 어찌 가늠하겠냐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선뜻 도움을 주신 노동조합에도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눈 앞에서 마주한 세월호는 그동안 사진으로 영상으로 수없이 보았어도 처참한 모습입니다. 처참함의 크기는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고개를 돌리게 만듭니다. 당사자들은 어떠했을까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세월호 참사는 아직 그 과정에 있습니다. 또 세월호로 시작된 많은 것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게 항상 희망이나 낙관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현실이 그런 것처럼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개인이, 공동체가 배움과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