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인력 충원 없는 주 5일제 안 돼”
“집배원 인력 충원 없는 주 5일제 안 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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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완전한 주 5일 근무 목표
[인터뷰]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그동안 우체국 집배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야한다. 그런데 그간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 이견이 컸다. 지난해 노·사·정·전문가가 참여하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구성됐다. 오는 6월말 최종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1일 제31대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 위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신임 위원장에 이동호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이 당선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노사가 합의한 ‘주 5일 근무’에 대해 “인력충원이 없는 기형적인 주 5일제”라고 비판하며 긴급노사협의회를 통해 즉각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전하고 완전한 주 5일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충분한 집배원 증원만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그를 지난달 9일 우정노조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365일 조합원과 소통하는 위원장

지난 3월 21일 31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소감은?

당선의 기쁨보다는 중압감이 크다. 앞선 집행부에서 사측과 합의한 내용에 대해 조합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인력충원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5일 근무 도입은 현장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기형적인 주 5일제를 폐기하고, 완전한 주 5일 근무를 도입하겠다. 책임감이 무겁다.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계기는?

노조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집배원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작년 7월 노조가 강하게 투쟁을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었다. 노조 임원 선거 시기 긴급노사협의로 맺은 주 5일 근무 도입에 대해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실망도 컸다.

노조 운영이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전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독단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에 공감한 다수 지방본부 위원장들과 지부장들이 열심히 한다면 도와주겠다고 했고, 선거를 준비했다.

우정노조는 전국에 사업장이 있는 노조다. 당선 후 365일 조합원과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말이 과장된 면이 있지만, 365일 조합원을 생각하든, 현장을 방문하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부분을 얼마나 실천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개인적인 성격이 현장을 많이 다니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지부장, 본부장일 때 실제로 그랬다. 그리고 그 내용을 노사 협의 과정에서 강하게 관철시켜왔다. 위원장이 돼도 마찬가지다.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조합원 다수가 현장직군이다. 지역별, 사업소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노조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텐데?

2만여 명의 조합원 중 대부분이 현장직군이다. 노조 참여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현장을 바꾸려는 요구는 분명하고 의지는 강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조합원의 70% 정도가 40~50대였다. 지금은 20~30대의 비중이 커졌다. 조합원들의 세대가 바뀌면서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려는 강도, 스타일들이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반영해 나가려고 한다.

인력, 장비 지원 없는 주 5일제는 기형적

지난 1월 우정노사가 긴급노사협의회에서 도입하기로 한 주 5일제 근무 무엇이 문제인가?

완전한 주 5일 근무를 도입하려면 인력과 장비가 수반돼야한다. 지원 없이 기존 인력을 가지고 월~금, 화~토로 근무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식은 현장과 맞지 않다. 합의했던 내용이 시범 운영을 하기로 한 부분이지만, 집배업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근무형태임을 안다.

앞서 노사가 합의한 주 5일제 근무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근무 방식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한국의 상황과 다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가용인력을 50%정도 두고 있다.

적정 인력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가 근거로 삼는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됐다. 해당 시스템은 81개 항목을 구분하고 있지만, 현장의 배달환경을 반영한 부분이 거의 없다. 사측은 10년 전부터 비슷한 명칭의 시스템으로 인력을 줄이고 정원은 묶어 놓고 있다.

현재 집배원 인력이 1만 5,000명이라면 해당 인력에 맞춘 항목을 만든다. 편지 한 통을 배달하는데 6초가 걸린다고 계산하면 100명을 늘려야 하는데, 5초가 소요된다고 하면 현 정원이 맞다. 4초라고 본다면 100명을 줄여야 한다. 사측은 이런 기계적인 방식으로 적정인력을 계산한다. 시스템을 현장에 맞게 바꾸거나, 그렇지 않는다면 폐지해야 맞다.

같은 우체국이라도 도시나 농어촌 등 지역의 특성과 업무량에 따라 필요한 인원이 다를 텐데, 현장에 맞는 기준을 어떻게 잡을 수 있나?

노조가 강원도에 집배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다. 경인지역에는 신도시들이 많이 생겼다. 기존의 집배원 인력만으로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다. 서울시와 세종시의 일부 지역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우편 업무에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많다. 현재 구조상 우편에서 흑자를 낼 수 없다. 서울청과 경인청에서는 우편업무로 흑자를 내지만, 나머지 청에서는 다 적자인 상황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플러스로 만들 것인가가 문제인데, 우표 값을 3,000원으로 올리지 않는 이상 어렵다. 그렇다면 최대한 적자를 줄여야 한다. 집배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측이 인건비를 줄이려는 이유다.

우편사업은 국민들을 위한 보편서비스다. 우정사업본부는 수익성을 떠나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렇다면 본래 취지에 맞게 적자를 내더라도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 그동안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왔다. 시도해왔다. 더 이상은 어렵다. 한계지점에 도달했다. 지금 충원되고 있는 인원으로는 부족하다. 충분한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더 이상 조합원들의 사고와 사망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인력 충원해 안전하고 완전한 주 5일제 도입할 것 

그동안 집배원들의 사고 실태, 내부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

산업안전보건이라는 측면의 수준이 좀 낮았다. 지난달 4일 안전보건공단과 우정노사가 ‘우정사업 안전보건 관리 모델 개발을 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잡히진 않았다.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 나와 교육을 하거나 점검을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각 청별로 지역병원과 MOU를 체결해 분기별로 진료를 하거나 강의를 진행하는 방안 등도 담길 수 있다.

이미 기존에 우정노사도 안전·보건 사업을 해 왔을 텐데?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 활동은 노사가 꾸준히 해 왔다. 그러나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하는 것과 효과가 다를 것이다.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내부에서 정확하게 진단한다고 해도,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외부기관에서 감독관이 강하게 행정조치를 취하면 우본은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노조는 외부 기관이 집배원들의 노동 환경을 정기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강화해나가겠다.

노동시간 단축도 중요한 공약 사항이다.

그동안 조합원들이 요구해온 온전한 주 5일 근무를 위해서다. 현장 집배원들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도 주 52시간으로 바뀌었다. 우정사업본부도 따라가야 한다.

또 다시 충분한 인력 충원이 핵심이다. 오는 7월부터 개정된 근기법이 적용됨에 따라, 비정규직인 상시집배원 2,500여 명과 위탁택배원 500여 명은 주 52시간 이내로 일해야 한다. 이들은 그동안 그 이상을 일해 왔다. 앞으로 비정규직들이 해온 업무의 약 35%를 정규직이 떠안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추가 인력이 기존에 부족했던 인원에 더해 증원돼야 한다. 그래야 우체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적정한 인력증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집배원들의 안전문제는 대통령이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노·사·정·전문가가 참여하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서 현장을 실사해 집배원 증원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오는 6월 말 결과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증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추진단이 발표하는 데이터가 현장에 맞는지 지켜볼 일이다. 그 결과가 부족하다면 노조는 교섭을 통해 추가로 증원을 요구해 나갈 것이다.

올해 취임한 강성주 우본 본부장이 기술을 활용한 물류혁신을 강조하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드론이나 전기차를 활용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정책이지, 지금 당장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다.

집중국에서 소포나 통상우편물을 총괄국으로 보낼 때, 지금보다 분류를 세분화해 보냄으로써 집배 작업시작 시간을 앞당기겠다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선 집중국에 있는 기존의 기계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설비도 더 늘려야 한다. 완벽한 인프라가 구축되는데 상당한 시간과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공간이 좁은 탓에 물리적인 한계도 있다.

지금 조합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장기적인 대책이나 임시방편은 필요하지 않다. 주 52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인력충원이 답이다.

앞으로 노사 관계 어떻게 보나?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지 이제 갓 일주일째다. 강성주 본부장과 두 번의 미팅, 한 번의 간담회를 했다. 노사 간 의견 차이는 없었다.

전 집행부와 합의한 주 5일 근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애초에 24곳에서 시범운영하기로 했지만 현재 5곳에 도입한 후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강 본부장에게 ▲기형적인 주 5일 근무 당장 폐기 ▲완전한 주 5일 근무를 위한 로드맵 ▲계리원, 우편원, 별정직 사무원의 결위 회수분 즉각 채용 ▲집배원 최대 증원 위한 역할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서로 이야기를 한 부분에 대한 실천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