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민간인 노동자, 열악한 노동실태 고발
군 민간인 노동자, 열악한 노동실태 고발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27 14:57
  • 수정 2018.04.30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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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골프장, 마트 등서 일하는 군 민간인 노동자 현장증언 및 토론회군 장병 복지 업무 전담하는 공단 설립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군 내 민간인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장병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시설 내 노동자들이 국방이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 등의 갑질,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복지 수준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처우를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은 25일 국회에서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와 함께 ‘군대 제4신분 민간인 노동자 현장증언 및 토론회’를 열고 각 군 체력단련장, 골프장, 마트, PX, 호텔 등 국방부 산하 조직의 민간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증언을 듣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 현장증언에 나선 함영록 민주연합노조 국방부지부 지부장은 군 내 ‘근무원’ 직군으로 군 골프장 등 체력단력장, 마트, 호텔 및 콘도 등에서 근무하는 민간인 노동자 중 하나다. 함 지부장은 “우리는 군무원의 80%에 준하는 호봉제와 똑같은 복지 혜택받는 직군으로 시작됐던 근무원이었으나 언젠가부터 수당이 사라지고 연봉제로 계약이 바뀌는 등 노동 조건이 악화되어 갔다”며 “복지단이나 체육단을 봐도 거의 기본급과 초과근무수당만 받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복지 시설 관리 등을 맡는 근무원이란 직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등이 각 군에 위탁 경영되면서 임금 및 복지 체계가 제각각으로 개악됐고 공무원이 적용받는 휴일도 적용받지 못하는 등 근무조건의 악화가 심각하다는 것.

군인과 군무원 등의 갑질로 인한 피해 사례도 증언했다. 함 지부장은 “예비역 관리자들의 횡포, 군대식 억압과 상명하복의 권력 구조는 많은 노동자를 지치게 했고 결국 노조 시작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단순히 임금인상하는 것보다도 군 내 일반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속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일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증언에 나선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 지부장은 계룡대, 자운대, 상무대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10년 전 노조를 만들고 3년여의 투쟁을 통해 용역회사와 단체협약을 맺고 지난 2017년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으로 마침내 ‘근무원’의 신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삭감되며 오히려 근로조건과 임금 등은 개선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후 계룡대, 상무대, 자운대의 노동자들이 개별 교섭에 들어갔는데 국방부 예산 내에서만 교섭해야 해서 교섭할 내용이 없다”며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용역회사로 가던 회사이윤, 부가가치세 등의 예산을 통해 적어도 15~20%의 임금상승률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예산이 전보다 더 삭감되면서 계룡대의 경우 5만원 오르는 경우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근로 실태에 대한 고려 없이 월 209시간 노동, 최저임금에 맞추어 예산이 낮게 책정되었고 실질적으로 교대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실근로시간에 맞지 않아 임금 상승도 미미했다는 것.

현장에서 주휴수당 책정을 위한 근로시간을 빼더라도 평균 월 314시간의 노동을 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중간 휴게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노무관리가 이뤄지고 있고 노동자들은 기존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 휴게시간에도 일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주장이다. 또한 복지 부분도 열악해 근무원들에게는 군부대로 출근하는 차량 지원도 되지 않고, 휴게실이나 샤워실을 갖춘 곳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병복지를 위한 공단 설립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임성학 국군복지단 노동조합 위원장은 그간 분산된 군 복지 사업의 비효율 청산과 군의 다중 업무 해소를 통한 군 업무 전문화, ‘군피아’ 원천 차단 등 공단 설립이 군 내 민간인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 이외에도 많은 선기능이 있다며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 위원장은 “푸드코트나 당구장, PC방 등을 포함해 장병 복지 발전을 현시대에 부합하는 제도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며 “군인복지공단으로 국방은 군인이, 장병 복지는 공단이 맡는 직무 분리를 통해 군인에게 부과된 이중업무를 없애고 종합적인 장병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