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강화, 공무원 노조 견제 역할 중요
자치분권 강화, 공무원 노조 견제 역할 중요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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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중장기적 계획 수립해 1차 집행 단위
[인터뷰]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영맹 위원장

2018년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은 선망의 직업이다.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여전히 가장 큰 이점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을 겪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공무원의 역할에 차츰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 묵묵히 제 일만 충실히 수행하는 눈 감은 공무원이 용인됐다면, 이제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권력을 견제하는 눈 뜬 공무원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개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선 공무원 노조의 역할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3일 김현진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하 광역연맹) 위원장을 만났다.

업무 특성은 다른데 기준은 하나

광역시도공무원노조연맹은 어떻게 결성됐나?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안에 소속돼 있던 6개 조직과 단독으로 있던 광역단위 공무원노조가 연맹으로 뭉쳤다. ‘연합’이라는 느슨한 협의체로 모여 있다가 지금의 광역시도‘연맹’으로 통합했다. 후에 강원도와 경남, 부산 지역의 공무원 노조가 추가로 들어왔다. 2002년 공노총이 설립되기 전부터 개별 조직으로 있던 노조들이다. 현재 소속 단위노조는 17개 시·도 중 광주와 세종을 제외한 15곳에 있다.

연맹의 단위노조 조직률 평균이 90%를 넘는다. 98%에 이르는 지역도 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노조에는 6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 대상이 아닌 이들이 노조 활동을 지지하며 후원하는 후원회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공노총 안에 같은 지방직 공무원인데도 광역연맹과 시군구연맹이 분리돼 있는데?

업무에 차이가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 교육청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와 일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공무원은 크게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뉜다. 지방직은 다시 광역시도단위와 시군구단위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직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광역시도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1차적인 집행을 하고, 시군구는 시민 생활 밀착형 행정을 편다. 이처럼 업무가 다르다 보니 근무조건도 다르다. 당연히 두 단위 공무원들의 요구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가 지역별이 아니라 연맹별로 묶인 이유다.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인 공무원들은 왜 노조를 만드나?

공무원들의 근무형태에 안 맞는 제도가 너무 많다. 앞서 말했듯이 같은 공무원이라도 국가직, 교육청, 광역시도, 시군구 등 소속에 따라 업무의 특성이 다 다르다. 지방직의 경우 자치단체장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근무여건이 또 제각각이다. 서울과 전남, 전남과 제주도의 공무원들 간의 근무형태가 같을 수 없다. 대도시와 농촌기반형도시 등의 지역 성격에 따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다르다. 그런데 모든 정책과 행정 기준은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전국에 내려 보낸다.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 지방자치가 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변화의 욕구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급여가 적었다. 민간기업에 다니다 2001년에 전남도청 공무원으로 들어갔는데 월급이 딱 절반이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 욕을 많이 들었다. 직장문화도 군대식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부정부패, 상명하복에 대한 문제의식도 컸다. 공직사회 자체가 시대흐름을 못 따라 가는 것 때문에 공무원들이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열망을 가졌던 것 같다.

변화가 쉽지 않은 보수적인 공직사회

위원장이 노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시절 학생운동을 좀 했지만, 공무원 노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현실과 제도가 너무 안 맞는 것이 많았다. 30대 초반이라는 굉장히 젊은 나이에 전남도청공무원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 공무원 노조가 만들어진 초창기였다. 노조의 개념도, 노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자기의 이익이나 승진을 위해 노조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부위원장이었는데, 노조 위원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권한대행을 맡았다. 규약을 개정하고 노조 체계를 바꾸면서 노조활동에 중점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납득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라면?

기본적으로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인데 결정권자들이 하고 싶으면 해주고, 싫으면 안 하는 것들이 많다. 법적인 문제가 따르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다. 얼마든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

예를 들면 5급 이상은 정년이 60세인데, 5급 이하는 58세다. 정부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기능직이라는 공무원 제도를 왜 두는 지에 대한 설명도 구차하다. 허드렛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일반직이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공무원의 시간외수당도 불합리하게 계산되는 부분이 많다. 우선 기본적으로 한 시간이 공제된다. 민간기업은 시간외수당을 기존의 1.5배로 가산해 쳐주지만, 공무원은 55% 수준밖에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업직 공무원들은 근무명령에 따라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구조다. 배를 타고 단속을 나가거나 산불·구제역 상황실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광역시도의 경우 1년 내내 하는 감사도 문제다. 전남도에 있을 때 4개 감사를 한꺼번에 받은 적도 있다. 의회 감사, 중앙정부 합동감사, 감사원 감사, 국정 감사 등이 끊이지 않는다. 기준 없이 맡은 감사 범위가 아닌 자료까지 과도하게 요구한다. 각 감사 주체가 나뉘어 있는 것은 기능을 분산시켜 놓은 것이다. 그런데 감사권을 하나의 권력으로 여겨 본인의 영역이 아닌 부분까지 다룬다. 정치적인 질문도 굉장히 많다. 공무원들은 각기 다른 자료 제출 양식에 맞춰 9월부터는 내내 감사만 하는 지경이다. 바뀌어야할 부분인데, 쉽지 않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후 달라진 점은?

불합리한 정년 문제는 노조의 지적으로 60세로 평등화됐다. 영역이 중복되고 기준이 불명확한 감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전보다 10%정도는 나아졌다고 본다. 공직사회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바꿔낼 수 있는 것은 노조밖에 없다.

지방분권 강화에 대비하며 역량 강화할 것

올해 주요 사업은?

올해 목표는 지방분권 강화다. 지방분권과 관련된 개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이에 대비하는 공무원 노조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동안 노조는 지방정부에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는 직접적으로 공무원들의 근무여건과 연결되고, 대국민서비스의 효율적인 제공과도 연관되는 문제다. 현재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권한이 거의 없다. 자치단체가 지역 업무에 맞게 조직을 운영하려고 해도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너무 크다. 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을 지금보다 일정부분 더 강화해야한다.

자치분권 강화 내용을 담은 문재인 정부 개헌안에 대한 입장은? 

공무원 노조는 정책에 대비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제기하는 조직이다. 정치적인 집단이 아님을 밝혀둔다. 다만 자치분권 강화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민의, 정치권의 요구였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4년이 흐른 지금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개헌은 무조건 돼야한다.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속에서 공무원노조의 역할을 찾아 가겠다. 실제로 공무원노조는 지방분권 실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방분권이 실현된다는 것은 앞으로 지방권력이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그동안 공무원노조는 지방정부와 협력할 때는 협력하면서도 맞서는 역할을 해왔다.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막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무원 노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언론은 지방권력과 상당 수준 유착돼 있다. 지역의회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속된 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언론과 의회가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시민사회단체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 시민사회 조직은 빈약하다. 앞으로 내부자로서 공무원 노조의 견제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노조가 지방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보장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의 제한적인 노동3권에 대한 지적인가?

노동3권 제약의 문제도 있다. 노조 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자치단체장이 쥐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다 얽혀 있다.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소한 공무원 노조 활동가들이 타임오프제도(근로시간면제제도)는 적용 받아야 한다.

지난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무원의 타임오프제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하게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공직사회에는 공무원 노조 외에도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등이 만든 다양한 일반노조가 있다. 기본권인 노동3권을 보장하는 기초적인 수준의 제도에 세금을 연동해 문제를 삼는데, 이미 공직사회에는 타임오프제도를 적용 받는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들이 있다.

노조가 하는 사업 중에는 실제로 사측이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조직의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다하려는 공무원 노조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타임오프제도 도입은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