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우분투’로 사회연대 주체가 되다
산별노조, ‘우분투’로 사회연대 주체가 되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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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기금 조성해 양극화 해소 마중물로
[인터뷰]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우분투’(Ubunto). 아프리카의 코사족 언어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 문화인류학자가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화가 소개되며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하게 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현정)이 최근 우분투를 외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한 과제로 떠오른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김현정 위원장은 사회연대기금 조성의 의미를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서 사무금융노조의 우분투에 대해 들어봤다.

사무금융노조가 사회 양극화, 불평등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불평등, 양극화가 극대화됐을 때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게 표출된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현상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불평등, 양극화 정도가 정점에 올랐다. 87년 체제 이후 불평등이 심화됐고, IMF 이후 급격히 커졌다. 그러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갈라진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각계각층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부에서도 최저임금 1만 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얘기했고, 소득주도성장을 얘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정부, 노동조합 3주체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노동조합도 정부와 기업에 촉구만 했다. 노조가 계속해서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 원을 얘기한 주체였다면, 이제는 노사가 함께 이것들을 견인하는 게 산별노조의 가치라고 생각했다.

작년이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이었다. 사무금융노조가 6월 항쟁을 계승한 조직이라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다.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산별노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와 관련해 우리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주체로 나섰을 때 기업이 호응하고, 노사가 아름다운 합의를 한다면 정부도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 본다.

금융권 노사가 사회연대기금을 십시일반 조성하기로 했다. 관련해서 지난 3월 28일 토론회, 그리고 4월 18일 ‘우분투 선포식’에 소속 지부의 노사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사회연대기금 마련을 위해서 현장 간담회를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다. 내부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 예컨대 사업을 진행하는 데 현장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듣고 방안을 보완해 나갔다. 그럼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풍부한 명분과 논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지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용자가 우리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역할은 지부에서 하는 것이다. 본조는 논리나 명분을 만들거나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실제로 각 기업에 제안을 하는 사람은 지부장이다. 처음에는 지부가 사측을 설득할 만한 자기 무장이 안 돼 있었다. 간담회를 거치면서 지부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토론회 때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사측에서도 많이 왔다. 토론회에 왔던 회사 측 관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오셨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함께했다. 일자리위원회, 시민단체, 노동조합, 언론 등 다양한 주체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4월 18일 선포식에는 사용자 측 대표이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잘 될 거라 본다.

전태일 열사 50주기가 되는 2020년까지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안다.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우선 재단을 설립하게 된다. 거기에 노와 사, 그리고 전체를 관할할 외부 인사들로 임원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물론 조성된 기금으로만 최저임금 1만 원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연구용역비나 비정규직 자녀 등을 위한 장학사업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금융권 노동자들의 애환이 조기퇴직이다. 선배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연대기금 조성 사업의 연장선에 산별교섭 실현이 있다. 산별교섭이 실현된다면 가장 먼저, 또 중점적으로 다룰 의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산별노조가 제도화 돼있지 않은 데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장되지도 않는다. 단체협약은 오로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에게만 적용된다. 단협의 효력을 같은 산업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확산시켜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같은 임금을 받는 사회연대임금 전략을 산별 노사 차원에서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수단을 가지고 노조에서 원 포인트 교섭을 제안한다면 교섭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용자들이 그간 산별교섭에 왜 참여하지 않았냐면 본인들에게 도움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가 임금인상, 복리후생 확대로 빤히 보이는데 강제화 돼 있지도 않은 산별교섭에 응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런데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것만 가지고 교섭을 하자고 했을 때 사용자들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을 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산업에 관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할 때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 제안 내용을 정리해서 정부에 함께 낸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정부와의 통로가 생기고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도 산별교섭을 법제화 할 필요를 못 느낀 측면도 있다. 아름다운 합의를 이뤘을 때 정부나 국회도 산별교섭이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산별교섭 법제화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사무금융노조 조합원만 보호할 게 아니라 단협 효력 확장을 통해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산별교섭에서 한 발 나아가 ‘직장 내 민주주의 실현’을 올해 사업 목표로 정했다. 핵심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에서 불행하면, 회사 가기 싫어지면 삶 자체가 불행해지고 가족들까지 불행해진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직위고하를 이용해 부하 직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피해를 당한 직원은 어디 가서 말도 못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의 평등이 실현되는 게 직장 내 민주주의의 내용이다. 결국은 직장 안에서 같은 노동자들끼리 얘기다.

그런데 노동과 자본이라는 관계가 있다. 자본은 실체가 없다. 돈이니까. 자본은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활용되는데, 그 안에 노동자의 노동이 작용한다. 직장에 다니는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기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려면 자본과 노동이 한 몸이 돼야 한다.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지금은 따로 논다. 경영진을 통해서 실체도 없는 자본이 내려준 목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라고 하는데, 이걸 가지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게 만들고 차별한다.

직장 민주주의는 두 가지다. 구성원들 간 인권이 보장되는 것과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실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경영전략이 수립되려면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고, 이것이 직장 내 민주주의 핵심이다.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구성원들 간 민주주의 문제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

3단계로 나눠서 직장 내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취업규칙과 규정에 직장 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내용, 차별을 전제로 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성차별이나 복장규정,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들이다. 지금 지부별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그걸 없애는 투쟁이 1단계다. 그 다음에 직장 내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규정을 정관이나 단협에 반영하는 투쟁을 2단계로 할 것이다. 3단계는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 노동이사제나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통해서 참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