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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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4.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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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노조 할 권리를 되찾자”
[인터뷰] 김동성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지난 4월 21일, 경남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 배를 만드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청와대를 찾았다. 지난 2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사내 식당에서, 조선소 문 앞에서 받은 3,464명의 서명과 함께였다. 3,464명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이날 청와대를 찾은 김동성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회장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우조선해양 안에 있는 사내하청업체 중 한 곳에서 근무했다.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일을 해보니 정규직노동자와 사내하청노동자의 급여, 복지, 작업조건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대우조선해양에도 노조가 있다고 들었는데 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까하고 문의를 했더니 하청노동자는 조합원 가입자격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하청노동자를 위한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하청업체의 압박이 들어왔었고 결국 노조 설립 과정에서 해고됐다. 해고 문제는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그 판결이 내려진 시점에 소속되어 있던 하청업체가 폐업하게 됐다. 결국 복직 판결을 받았음에도 돌아갈 회사가 없어진 것. 그게 2016년 4월 28일의 일이다. 그때부터 해고자로 남아있다.

사실 지회 설립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전국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당시 거제·통영·고성 지역에 있는 조선소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사내하청업체에 가장 먼저 나타난 양상은 임금체불이었는데, 월급, 상여금 등이 체불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업체폐업으로 까지 이어졌다. 당시는 업체폐업으로 인한 고용 문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했다. 이때 지역 차원의 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을 해왔는데 대책위원회만으로는 결정적인 대응이 어려워 노조 필요성을 느꼈다. 준비기간을 거쳐서 2017년 2월 5일에 지회 출범을 하게 됐다. 이제 출범한지 1년이 갓 넘은 노조인데,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을 했고 처음 지회 설립할 때 33명으로 시작했던 조합원이 지금은 100명 가까이 늘었다.

지난 4월 21일, 청와대에 3,464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회의 가장 큰 현안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였다. 아마 전국적인 상황이겠지만, 하청업체에서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서 최저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되면서 받아왔던 상여금 550% 중에 150%를 삭감하고 400%를 기본급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지회가 이를 막기 위해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했다.

취업규칙변경 시 과반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되었음에도 2차, 3차에 걸쳐 계속 취업규칙 변경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행법에는 몇 번이라도 취업규칙 변경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이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압박을 받은 하청노동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부결을 포기하게 됐다.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550%의 상여금, 잔업, 특근 때문이었다. 물량이 줄어 지금은 잔업, 특근을 거의 하지 못하니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상여금 550%였던 것.

이에 작년 12월부터 매주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상여금 550%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처음에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못했는데 하청노동자들도 하나둘씩 모이고 정규직노조 활동가들이나 지역사회에서 같이 참여하면서 점점 숫자가 늘어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합원 가입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조합원들이 이런 공개적인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촛불집회에서 상여금 원상회복을 외쳤다. 그만큼 하청노동자들에게는 큰 문제였고 이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명운동은 지난 2월부터 시작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상여금을 빼앗기고 위험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서명을 시작한 것. 처음에 서명운동을 시작할 때는 천 명의 서명만 모이면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거의 천 명 가까이 서명을 받게 되자 좀 더 모아보기로 욕심을 냈다. 이렇게 해서 3,464명의 서명을 모을 수 있었다.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올해 사업이 하나 마무리됐다. 이후 지회의 활동은?

서명운동이 한차례 마무리됐으니 올해 남은 시간은 노조 조직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여전히 하청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는 먼 얘기다. 업체와 교섭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조합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