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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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입사동기인 고두심, 박정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악역전문 배우로 등장해왔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구형받는 형량만 해도 그의 34년 연기생활의 배가 넘는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아내 없이 아들 노마를 키우는 사고뭉치 노마아빠로 20년을 지내왔다. 몇 개월 전 드라마 ‘주몽’에 모팔모라는 역할로 캐스팅될 때는 배역에 대해 충성심이 굉장히 강하고 자신의 생활보다도 강철검 만들며 주몽왕자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이라는 짧은 코멘트가 전부였다. 당시만 해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배역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고 점점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원래 탁한 자신의 목소리가 극중에서 하루 종일 강철검을 담금질하며 연기를 들이마시는 모팔모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그는 거침없는 연기로 모팔모의 역할에 캐릭터를 부여하며 드라마 전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감초가 되었다. 그의 노력은 결국 뒤늦은 나이에 그의 손에 연기상을 쥐어 주었다.
 

 

 

 

 

 

 

 

 

 

 

 

 

 

 

 

 

그런 그가 두 달 전, 연기 생활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첫 팬 미팅 행사를 가졌다. 갑작스런 팬미팅 현장에서 그는 혹시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하며 내내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아끼는 진짜 팬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큰 역을 하는데 한계가 있고, 조역으로서 마감하겠지만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탤런트 이계인. 그의 이야기가 최근 광고에 등장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모 카드회사의 CF를 통해서다. ‘네 꿈을 펼쳐라’라는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그처럼 남들보다 늦깎이로 무언가 시작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인영 프로복서 데뷔 33세, 최윤희 카피라이터 신입사원 38세, 그리고 이계인 생애 첫 팬미팅 55세. ‘꿈을 이루기엔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나이라는 숫자는 꿈을 가둘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해가 바뀔 때 마다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그만큼 갖고 있던 꿈을 잊는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게 이른 바 ‘불혹(不惑 )’의 나이라는 마흔 살을 맞이할 때다. 공자가 ‘논어’에서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다(四十而不惑)’고 해 마흔을 ‘불혹’이라고 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유혹에 둔감해진다는 것이 뜻이 아닐까?

 

하긴 사람들은 ‘이제는 40대니까…’라는 이유를 달고 마흔을 전후로 꿈을 접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니까 말이다.
이런 불혹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기업에 다니는 올해 마흔을 맞은 어느 선배, 겉보기에 안정된 직장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가족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도 유혹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유혹이란 이상야릇한 것이 아니고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미처 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관심도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마흔은 불혹이라고 해서 어디 가서 ‘혹(?)’ 할 일이 없을 줄 알았지. 그런데 여전히 내 머리 속엔 생각이 많아. 이루고 싶은 꿈이랄까? 따지고 보면 불혹이라는 말은 마흔 살에 붙이기에 너무 이른 것 같지 않아? 지금이 공자가 살던 시대도 아니고 내가 한 백살쯤 되면 다른 생각을 안 하려나? ”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서 말한 모팔모도 나이를 핑계로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배우의 노력이 만들어 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보자. 꿈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마흔은 불혹이 아니라 유혹의 나이라고 해두면 어떨까?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