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농협 안에 농민 없다?
[타산지석] 농협 안에 농민 없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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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본질 잃은 농협
농민의 소리 들어야

 

작년 말에 갑자기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현대야구단을 인수한다는 언론발표를 하였다. 인수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최종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으며, 이사회의 승인과 노동조합의 승인을 얻기 위해 이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농민조합원, 그리고 지역농협노조와 일부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농협중앙회가 현대야구단을 인수하는 것은 농민 조합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일제히 반대를 하였다. 농협의 감독권을 갖고 있는 농림부와 사전교감이 있었겠지만, 이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농림부에서도 농협법외의 사업은 농림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원칙을 들어 반대를 표시하여 농협중앙회가 야구단인수를 보류함으로서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일은 농협중앙회가 어떠한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내는 형국이 되었다.

 

농민 외면하는 농협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의 농어촌발전위원회에서 협동조합개혁을 위해 3단계 안을 발표한 이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농협개혁은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으나,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농협개혁은 요원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야구단 인수 해프닝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농협개혁에 대한 요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고 농민조합원들은 외치고 있는가?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DDA, FTA 등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우리의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판로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갈아엎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아닌 자기조직과 직원들의 안위만을 생각하여 농민조합원을 외면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명시되어 있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사실상 거부하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자산관리회사, CA투신을 비

롯한 각종 신용자회사를 설립하여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정권의 농업정책구도는 겉으로는 개혁과 진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물결 속에 자본우선주의, 경제지상주의라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정책입안자들은 공공연히 농업을 등한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안보산업이며 생명산업인 우리의 농업을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 농업을 바탕으로 우리 농민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축산업협동조합은 농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들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기간 동안 계속된 협동조합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협동조합정신에 대한 교육부재라고 할 수 있으며, 지난 세월을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잊고서 단순한 농정의 대행기관으로 살아온 농협의 잘못이며, 이러한 상황을 좌시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전문·효율화 부재가 문제

지난 연말 농협중앙회가 인수하려 했던 현대유니콘스 야구단. 이번 인수건은 농협중앙회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현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는 상호 이질적인 기능(지도감독 및 농정활동, 경제사업, 신용사업)은 명백히 분화시켜 전문화와 효율화를 이룩해야 한다.


협동조합 중앙회는 비사업조직으로서 농민의 권익 대변과 농정활동, 지도·교육·감독 활동을 담당하는 협동조합운동의 중심체역할을 한다. 중앙회가 사업을 하는 단체인 한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지역농협과 갈등 및 군림하는 관계에 놓이게 되고, 중앙회의 본래 기능인 조합원의 농정대변기능과 지역농협에 대한 지원 및 서비스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앙회의 사업 가운데, 경제사업에 대한 지원기능을 맡은 신용사업은 분야별로 운영할 필요가 없으므로 하나로 통합하여 별도의 신용담당 독립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경제사업은 업종별 특성이 있으므로 각각 경제사업 연합회체제의 독립법인이 담당하여 전문성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 연합회체제를 통해 회원조합의 사업이 조합원의 경제사업 중심체제로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전문조합들이 자유롭게 전국연합회를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농협은 현행대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등 종합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조합의 전문적인 사업 서비스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자발적인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규모화를 추진하고, 계획적인 경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조합원에 의한 농협운영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전담하고 협동조합의 원칙과 조합원의 관점에서 조합의 사업과 연합조직의 사업을 지도 감독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이 없음으로 인해서 조합원에 의한 조합 통제가 사실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조합원에 의한 중앙회 통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합 구매사업의 대부분이 계통구매사업인데 조합원들에게 거의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계통구매사업에서, 가격결정, 업체선정, 수수료 배분 등 모든 방식을 중앙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지역조합의 판매가공사업에 대한 중앙회 계통판매사업의 지원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생산물에 대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율성 확보가 먼저
우리나라는 단품목을 취급하는 유럽 등 선진국의 단위농협과는 달리 다품목을 취급한 종합농협으로서 판매사업 기능이 매우 취약하여 판매사업연합조직의 기능이 매우 중요함에도 중앙회는 계통판매사업 기능이 매우 취약하며, 전문성의 이점이 있는 품목별·업종별조합 및 연합회의 설립에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의 경우 경제사업만을 취급하는 전국농협연합회가 종합농협의 판매사업 지원기능 담당하고 있어 판매사업을 수행하고 실적에 대한 평가가 용이하여 개혁도 용이하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규모화 된 품목조합이나 연합회가 조합원의 출하농산물 전량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농민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해야 할 조합의 공제사업이 전액 중앙회의 자금운용 및 경영에 기여할 뿐 농민에 대한 케어활동에는 미흡하다. 현재 농협 공제사업의 자산이 20조이상이고 이에 대한 취급수수료가 5천억을 상회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의 수익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경비 등으로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종합농협과 후생련 및 공제련의 경우 공제수익으로 자체 병원, 농촌건강관리센터, 농민요양소 등의 시설을 확대하고 건강진단, 건강교육, 식생활 개선, 농민체조 보급 등 건강관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원활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조합은 조합운영이 사실상 중앙회의 자금을 동원한 통제와 간섭에 의해서 자율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며, 중앙회는 구조적으로 농민조합원의 입장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중앙회 임직원의 입장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보기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현재 쌀 재협상, DDA, FTA, 소고기 수입재개 등 각종 통상에서 농업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도 농민의 대변인인 농협에서는 우리의 농업, 조합원들을 위해 목소리 한 번 재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금 추진 중에 있는 한미 FTA에서는 협상의제에도 없는 쌀 재협상이나 소고기 수입 문제, 그리고 농협 신용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준금융기관에 대한 지원 문제를 미국 측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익보다는 공익적 역할에 집중


지금까지 농업협동조합의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기술했는데 오늘날 우리들의 삶에 있어 협동조합은 무엇인가,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즉, 협동조합은 사회경제적인 약자들의 자조조직으로서 국민경제에서 정부나 민간기업과는 다른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종 사업을 통해 조합원의 편익증대는 물론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가치는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를 기본가치로 하며 조합원은 선구자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윤리적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신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7대원칙을 마련하였다.
그 원칙은 ①자발적이고 개방된 조합원제도, ②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④자율 및 독립, ⑤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⑥협동조합 간  협동, ⑦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이다.


특히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인간소외, 환경파괴, 복지축소, 생활안전의 위기 등의 문제해결에 있어서는 정부나 기업의 힘만으로 한계가 있어 협동조합의 역할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큰 역할과 기대를 받고 있는 협동조합의 현 실태는 어떠하며 혁신·발전 가능성은 과연 있는지를 생각할 때, 우리 현실에서는 아직도 이상으로서의 협동조합과 현실로서의 협동조합은 많은 괴리가 있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으로 다시 서야
농업협동조합은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로 이원화되어 있지만, 농민조합원의 출자로 만들어진 지역농협과 지역농협의 출자로 만들어진 농협중앙회 모두 농민조합원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그 주인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농협은 태생적 한계, 즉 농정의 대행기관으로 이용하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농민조합원의 참여를 거부당했고, 정부와 직원들의 사업을 펼쳐왔기 때문에 진정한 농민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한 농협은 그 역할은 다해야 한다. 즉,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농민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여 그 욕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으며, 동시에 그것이 농협의 역할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입각한 농협으로 정체성으로 확립하는 것이 조합원을 위한 길이며, 농협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즉, 농업과 농민조합원을 위한 사업과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정부정책에 단호하게 우리의 농업과 농민을 대변할 수 있는 농협으로 다시 서는 것이 농협의 위상을 높이는 길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