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분석] 4. 특별기고- 현대차노조는 왜 해마다 파업하나
[입체분석] 4. 특별기고- 현대차노조는 왜 해마다 파업하나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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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관계 파행의 진실과 오해,그리고 해법
'실리주의'넘어서려면 임금체계 개편부터 시작해야


[입체분석] 현대자동차 노사는 과연 '공공의 적'인가 ④



 

▲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현대자동차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논란이 온 나라를 휩쓸고 간 후, 이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하부영 본부장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사무국장, 현대자동차 우리사주조합장 등을 지냈고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대표적 정책통으로 불린다. 하 본부장이 지적하는 현대자동차가 매년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아울러 <참여와혁신>은 이 문제와 관련해 노사는 물론 학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에 언제든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 의견에 대한 지지 혹은 반론 등 어떤 주장이든 공론의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해마다 파업’의 비밀을 드러낸 성과급 소동

 

2007년 신년벽두부터 회사가 성과급 소동을 일으키고, 노조의 파업소식에 대한민국엔 또 한 차례 난데없는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소동의 원인과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언론에서 쏟아내는 일방적인 현대차노조에 대한 매도와 편파보도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선은 회사이며 악은 노조로 규정된다.

 

노조만 잡으면 모든 게 잘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높아진다. 그런데 회사는 또 다시 ‘악마’ 같은 노조와 손을 잡았고, 타협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잡은 노조를 놓친 게 분하고 원통해 진다. 전쟁과 같은 긴장이 갑자기 풀리며 허탈감과 공허한 가슴속의 응어리는 노사 모두를 미워하는 ‘불매운동’으로 배출되기도 했다. 언론에 또 속아버린 대한민국 국민들만 불쌍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관계는 대립과 갈등을 하며 공존하는 ‘모순관계’임을 부정하는 언론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다.

 

현대차 성과급 문제의 출발은 노사간에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소동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국민들의 관심사로, 전세계로 확산시키며 노사전쟁으로 비화시킨 것은 언론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현대차 노사분쟁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성과급의 문제는 적당히 돈으로 타협하는 결과가 뻔한 것일뿐 애초부터 ‘죽이고 죽는 전쟁’이 될 수 없었다.

 

호전적인 전쟁선동에 놀아 난 국민들, 상처만 남기고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현대차 노와 사, 일방적인 기업 편들기로 광고를 받아 먹고사는 치부를 들켜버린 언론, 그 언론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고 말았다. 특히 현대차는 수천억원으로도 살 수 없는 신뢰를 잃어 버렸다.

 

그러나 현대차 성과급 소동이 남긴 교훈은 있다. 해마다 파업이 일어나는 현대차 노사관계에 “왜 그럴까”라는 의문점과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 성과급 소동의 원인에서 ‘해마다 파업’의 비밀이 살짝 속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노조에도 부담스러운 파업을 강행하는 이유

 

국민들에게 들려오는 노조의 소식은 부정적이다. ‘현대차 노조 19년 중 18년 파업’, ‘2006년에도 한달째 파업’, ‘정치파업’, ‘올해 파업손실액만 1조3천억원’ ‘파업누적 손실만 10조원’이라는 말에 국민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연봉 5천~6천만원의 고임금 ‘귀족노동자’들의 배부른 투쟁이라는 보수언론들의 선동에 국민들은 분노에 찬 비난을 쏟아내며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는 깊어만 간다. 똑같은 일을 하고 절반의 임금만 받는 비정규직 문제도 노조 탓이고, 중소영세기업인 부품사 납품단가 강제인하도 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탓으로 알고 있다.

 

사건의 원인과 진실을 외면한 채 현대차 회사가 내주는 정보를 받아쓰기 수준의 보수언론이나 그대로 믿고 속아 넘어가는 국민들이 원망스럽다. 일방적인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 진실을 알릴 수단을 갖지 못한 노동조합은 참으로 억울하고 답답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조의 4만3천명의 조합원과 그들의 지도자 또한 일방적인 정보에 화가 난 국민들의 매몰찬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바보들도 아닐 것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일하는 것보다 10배는 고통스럽고 힘들며 어렵다. 취미활동도 아닐진데 그들이 왜 해마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해결을 못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때도 되었다.

 

세상에 음과 양이 있고, 일방통행이 아닌 이상 상호관계 속에서 작동한다면 뒤틀려 파행으로 가는 노사관계는 노사 각각에게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객관적인 판단일 것이다. 현대차 노사관계를 이해하려면 이쯤에서 냉정하게 이성과 균형감각을 회복하여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해마다 똑같은 파업을 되풀이 하는지 진실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어내야 올바른 해법이 보일 것이다.

 

 

현대차 노사관계 파행의 두 가지 역사적 사실

 

1)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와 파트너십 부재

 

현대차 노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87년 어용노조 설립과 98년 정리해고 사태라는 두 가지 사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1987년 6월 항쟁과 함께 찾아 온 민주화 열풍으로 노예처럼 일하던 노동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으로 일어서 잠에서 깨어난 노동자들은 질풍노도와 같이 87년 7,8,9월 대투쟁으로 나간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동조합은 안 된다”는 당시 현대그룹 창설자의 ‘노조 혐오증’을 뛰어 넘어 20년 전 울산의 현대자동차에도 민주노조는 어김없이 찾아 왔다.

 

회사는 노사협의회 위원들을 앞세워 소위 ‘어용노조’로 민주노조운동을 방해하며 첫 충돌을 일으킨다. 이 어용노조 사건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함없는 ‘무노조 경영’의 근간을 이룬다. 대등한 노사관계보다 노동조합은 걸림돌이며 방해물이라는 생각에 언제인가는 없애버려야 할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이 바로 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악화와 ‘해마다 파업’의 첫 번째 비밀이다. ‘해마다 파업’에 울산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직장폐쇄, 공권력 투입과 구속, 해고라는 강공을 퍼붓는다. 노조를 없애려는 회사와 지키려는 4만3천 조합원들 간의 긴장과 충돌이 20년의 역사이다.

 

현대차는 1년에 평조합원 23회 MTM(MAN TO MAN)이 노무관련 사업계획임이 탄로난 적이 있다. 만나면 술을 먹게 되고, 설득이 안 되면 돈으로라도 매수하려는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으로 순치를 꿈꾸고 있다. 강력하게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탄압하면 할수록 노조는 단련되고 강해진다는 진리를 회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2) 회사의 98년 정리해고와 잦은 합의 불이행으로 불신 심화

두 번째 1998년 현대차는 어려워진 경영환경에서 함께 사는 길보다, 경영위기를 기회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도 믿었던 회사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배신감과 분노가 가슴속 켜켜이 응어리져 있다. 불과 1년도 안 되어 공장은 정상화됨에도 1만여명을 길거리로 내쫓은 무능력한 경영진들의 오판이 회사가 하는 일 모두에 의혹과 의심을 일으키는 불신으로 나타난다.

 

해외공장 건설도 국내공장 노동자 해고를 위한 방편으로 보이고, 공장에서 공장간 물량이동과 작업장에서 다른 작업장으로 배치전환도 정리해고의 악몽과 겹쳐지며 고용불안으로 나타난다.

 

회사가 하고자 하는 일 모두를 믿지 못하고, 조합원들은 강력한 고용안정 장치와 단체협약을 통한 노동조합의 규제를 요구한다. 회사는 노조의 반발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며, 합의위반과 속임수에 뒤통수를 맞은 노조는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해마다 임·단협 시기에 폭발시킨다.

 

관행처럼 잉크도 마르기 전 단체협약이나 합의서를 위반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회사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이며, 이게 현대차가 해마다 파업을 하게 되는 배경의 총체적 환경이다.

 

 

해법은 없나

 

1)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 시급히 해체해 삶의 패러다임 바꿔야

총체적 노사관계 불안에 빠진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전통적인 ‘저임금 장시간노동의 착취구조’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연봉 5천~6천만원을 받는 노동귀족들이 과로사로 죽도록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면 믿을 사람 별로 없겠지만 엄연한 진실이다.

 

시간급제 임금체계에서 연봉 5천5백만원은 평균근속 15년 생산직이 주야간 맞교대 연장근무에 휴일특근을 매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저임금은 부족한 임금을 채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며, 자신도 모르게 육신은 골병이 들고 가정에서는 돈 버는 기계가 되며, 가정과 사회에서 고립되며 늙어 간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고용불안 공포 속에 “일거리가 있을 때 벌자”라는 당연한 선택과 비정규직의 처지를 외면하며 정의로움과 도덕성은 무너지고, 노동조합의 정체성은 상실하고 조합원의 인간성은 파괴되고 있다.

 

불안정한 시간급 임금체계가 그들을 단기적·소아적 실리주의, 이기주의와 돈의 노예로 만들었다.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1968년 회사 설립 39년째, 노조설립 19년째에서야 비로소 호봉제가 도입되고, 2009년에서야 8시간 노동체제인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8시간 노동의 안정적인 생활임금체계 확보가 현대차 노사관계 안정의 지름길이며, 가정파괴를 막아 그들의 인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2) 책임있는 기업경영 하도록 하는 사회적 압박 있어야 

 

현대자동차는 4천8백만의 국민과 소비자들, 원·하청 노동자들, 지역주민들이 협력하면서 서로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해 가는데 필요한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아니, 국민과 소비자를 포함하여 원·하청노동자들, 지역주민의 인간다운 삶이 올바로 보장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원천인 현대자동차가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에 맞도록 올바로 경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들이 사회적 책임과 요구와는 달리 자기만의 이윤추구 논리, 주주이익 극대화 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부품업체와 노동자들에 대한 분배 정의를 외면하고,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불법파견을 행하는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와 파업도 현대자본의 잘못된 이윤추구 논리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되어 나온 문제이다. 아니, 오늘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도 신자유주의 하에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자본이 자신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 부품업체, 노동자와 소비자,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현재의 현대차와 삼성 같은 대재벌기업에 대한 왜곡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동일노동에 절반의 임금을 주며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중소기업을 갈취하며, 때마다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 부담증가로 국민들에게 고통 주는 경영방식은 중단시켜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해고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독재시대를 불러 왔으며, 국민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국가 내부동력만 갉아 먹는 불가사리 같은 재벌을 만들고 말았다.

 

현대차가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은 전 세계 146개의 계열사를 유지하고, 하나에 8~10조원 드는 해외공장 건설에 투입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까지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40년 동안 허리 끈 졸라매며 밀어 준 국민들에게 아직까지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현대차 경영진의 무능력을 실토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노사관계 개혁은 현재의 이윤창출구조를 바꿀 때 가능하다. 가족경영 포기, 다단계하도급 중간착취회사를 해체하고 중소기업 흡수합병 중지 및 계열사 통폐합으로 비용절감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 재원으로 부품업체에 적정단가를 지급하고, 비정규직들에게 정상적인 임금을 줘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경영, 윤리경영을 말할 수 있다.

 

이때서야 비로소 노동조합에게 새로운 가치창출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대의명분과 도덕성의 회복은 파업 자제 요구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거짓으로 점철된 ‘노동조합 탓’으로는 현대차 노사는 파국과 공멸의 길을 피할 수 없다.

 

 

'[입체분석]1-노사의 손익계산서

 

'[입체분석]2-원칙 없는' 원칙 세우기는 또다른 관행 만들뿐

 

'[입체분석]3-현장조직 의장들이 말하는 '현대자동차 사태'

 

'[입체분석]5-'뜨거운 관심'이 노사의 발목 잡았다

 

'[입체분석]6-시기에 따라 출렁인 조합원들의 생각

 

'[입체분석]7-진짜 잃은 것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