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글로벌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2007년 글로벌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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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투자의

집중력 발휘가 필요한 때


1997년 12월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지 올 해로 10년차가 되어간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업과 임직원에게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내수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무한 경쟁시대의 도래’임에 분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익숙해진 단어가 바로 구조조정이었고 이를 성공시킨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성적표는 갈리게 되었다.

 

그러나 2007년 현재 살아남은 기업에게 또 다른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보수적 경영기조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이유는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 행보 속에 중국 등 신흥개도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이 가속되면서 한국기업의 입지가 날로 취약해지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기업 전반에 걸쳐 체질개선을 위한 새로운 담금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과 직ㆍ간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동향을 통해 자사의 경영전략 등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글로벌 주요기업의 경영방침과 전략 등을 성장 전략, 사업 구조, 기술 개발, 글로벌 시장전략, 조직ㆍ문화, 인재 전략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성장 전략 : M&A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
글로벌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은 규모의 경제 혹은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지속적으로 인수와 협력 시나리오를 검토해 나갈 것이다.”, “M&A는 모토로라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3M은 인수합병을 통해 인접시장 진입과 새로운 영역에서의 사업정착을 가속화 할 것이다.” 등의 메시지는 이들이 M&A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맹렬히 추구한다는 사실을 단편적으로 말해준다.

 

최근 1~2년 사이에 발생한 M&A는 ‘M&A 열풍’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새로운 시장개척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자사의 역량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을 때 M&A는 성장을 위한 빠른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전체적으로 유동자금이 풍부한 이유도 있지만 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자리보전이 힘든 CEO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또한 존재한다.

 

M&A를 확산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자사의 미래 성장전략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이것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는 것이다. CEO가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지출과 조직구조를 철저하게 검증하여 현재, 그리고 미래 비즈니스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직구조나 규모, 목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세계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사의 폴 오텔리니 CEO의 발언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업 구조 : 본궤도에 오른 新수종사업 투자 ■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우리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종사업은 무엇인가?”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이 좀 더 빠르고 과감하게 미래 먹을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우리 한국기업과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글로벌 선진기업의 경우는 미래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전략이 '탐색'에서 본격적인 '실행'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유망사업인 바이오, 환경 및 헬스케어 영역의 사업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현재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IT업체인 IBM은 2006년 2월 헬스케어 부문을 미래 수종 사업으로 공표한 이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중에 있다. 신에너지 및 에너지 절감 사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금융사(증권)인 메릴린치는 파푸아 뉴기니 등의 액화천연가스 개발과 생산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특히 현재 주력사업에 이어 확실한 수익원이 될 사업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R&D투자, 인력확보, M&A 등 규모 확대를 통해 진입장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설비 분야에서 세계 Top 랭크에 속하는 GE는 환경설비, 정수ㆍ정화시설 부문 등 청정기술분야의 R&D 투자를 201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인 15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인데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환경사업 분야에서 누구도 GE의 아성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하며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태양전지는 일본의 샤프사가 6년 연속 독보적인 1위 업체이다. 샤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태양전지를 현재 주력 사업인 LCD(액정)와 같이 ‘수익의 기둥’으로 키워나갈 것을 천명하고 있다. 2005년 생산능력을 415MW에서 500MW로 증강한 이후 2006년 10월에 생산라인을 증설하여 600MW 규모로 생산능력 확장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후발자의 추격의지를 사전에 꺾고 있는 셈이다.

 

기술 개발 : 개방형 혁신체제 추구 ■
R&D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의 '개방형 기술혁신'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개방형 기술혁신이란 외부 기술과의 연계와 아이디어의 적극적인 도입 등을 통해 제품개발을 추진하는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더 이상 자사 단독으로 투자하여 신제품과 기술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 기술개발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듀폰의 바이오 과학기술과 BP의 연료전문기술의 합작으로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사가 독자적으로 투자할 시 따를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강점이 있는 기술의 공유를 통해 상품화 가능성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Web 2.0’ 시대와 소비자의 프로슈머화에 대응하여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향후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제 2의 닷컴 붐'까지 거론되는 상황인데다가 세계 최고 검색 업체인 구글이 사용자 제작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1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필두로 여러 기업이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마이스페이스 등 참여자의 상호작용과 유대감이 높은 ‘인맥만들기(social networking)’ 사이트 연계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는 가입자 1억3천만 명에 신규 가입자는 하루 25만 명으로 명실상부한 사회적 네트워크 채널로 정착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전략 : 신소비계층에 주목 ■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와 중동 등 자원 강대국이 신흥 소비대국으로 등장하며 이들 지역에 대한 공격적인 진출 전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1998년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철수했던 유럽과 일본기업이 경쟁적으로 재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스웨덴), 메를로니(이탈리아), 베스텔(터키), 보시·지멘스(독일) 등이 러시아에 가전 공장을 설립했으며 소니, 도시바 등 일본업체도 법인을 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금융시장 또한 활황에 있다.


중동 금융 시장 규모는 4천억 달러로 연간 10~15%의 고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중동권 전문 금융기관만 전 세계에 300여 개 사에 달하며 씨티, HSBC, 도이체방크 등이 중동 금융부문을 신설해 중동 각국에 진출 중에 있다.

 

또한 차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브라질, 베트남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의 외국인 투자 유치정책 등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의 차기 유망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GE사의 이멜트 회장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00%의 매출성장세를 기록한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이 중국과 인도에 이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며 해외직접투자(FDI)가 2005년 59억 달러에서 2006년 102억 달러로 급속도롤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 비해 노동력과 입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인텔사는 6억500만 달러를 투입해 호치민시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조직ㆍ문화 : 구심력 있는 조직 만들기에 주력 ■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분위기 이완과 불안감 수습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외부 CEO 영입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직 일체감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은 “CEO에 지명된 후 가장 큰 적은 소니 문화였다. 이제는 경영의 중점을 미국식 기업문화와 일본식 기업문화의 조화에 두겠다”는 소니 임직원의 불안감 해소에 주력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등장한 마쓰시타 역시 구조조정의 후유증 최소화와 조직구성원의 결속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쓰보(大坪) 마쓰시타 신임 사장은 조직의 안정감과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땀 흘리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조직ㆍ문화측면에서 또 하나의 움직임은 대규모 M&A 이후 두 조직간 시너지 창출이 고민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수ㆍ피인수 기업 간의 조직문화 불일치에 따른 실적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TCL은 독일 TV업체 슈나이더, 프랑스 톰슨사의 TV사업부문을 인수하여 세계 최대 브라운관 업체로 발돋움했으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폴란드 공장을 폐쇄하는 등 유럽거점을 축소하는 대대적인 사업철수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자금 동원력을 통해 M&A를 하기는 쉬워도 M&A이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가 더 힘들다는 사례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조직문화를 좌지우지하는 CEO의 경우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비전'보다 '실적'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이사회, 투자자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CEO 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업적과 대외적 인지도가 높은 CEO라도 실적 회복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할 경우 퇴진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재 전략 : 글로벌 인재 확보에 집중 ■
일류 선진기업의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핵심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문조직과 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재 블랙홀로 불리는 구글은 스카우트인력 300명을 두고 ‘No. 1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핵심인재의 경쟁사 유출 방지를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등 강력한 저지책을 구사하면서 기업 간 분쟁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특히 Chindia(China + India) 기업까지 글로벌 인재 쟁탈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중국기업은 자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우수 인력을 노골적으로 유치하는 등 '글로벌 인재의 블랙 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한 중국의 레노보는 델(Dell) 차이나의 데이비드 밀러 사장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핵심간부 3명을 전격적으로 영입해 PC사업을 집중강화 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우수 과학인재 유치를 위해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최고의 처우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피부색을 가리지 말고, 국적을 가리지 마라, 어떤 대가도 아까워하지 말라(不分膚色 不分國籍 不惜代價)”는 중국정부의 글로벌 인재 확보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3대 원칙이다.


일부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파격적인 보상제도가 글로벌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심화될 것이다. "인재들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머리), 회사와 일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독려하고(가슴), 금전적으로도 채워줘야(지갑) 한다“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말을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여섯 가지 주제로 글로벌 기업의 2007년 동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올 한해에만 국한된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이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이고 향후 상당기간 이런 활동을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고 자원동원력도 유리한 이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한국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한국기업의 당면과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보수경영기조에서 탈피하여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경영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산업 재편에 대비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미래 수종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의 집중력 발휘’가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경영체제를 고도화하고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나가는(outbound)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여야 한다.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는 추종자전략에서 탈피하여 신사업, 신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조직의 '창조적 토양을 조성'하는 것 역시 한국기업이 사활을 걸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문지원<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