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신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의 새로운 도전
전국체신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의 새로운 도전
  • 박인희 기자
  • 승인 200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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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을 넘어 고용을 창출하다

통신기기 및 IT 산업의 발달은 우편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홈쇼핑,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우리가 흔히 우편물하면 연상하게 되는 편지와 같은 일반 통상우편물은 크게 줄었다. 대신 등기우편물과 소포·택배우편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 자리를 채웠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편업무를 담당하는 체신청도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편지만을 배달해 주는 곳이 아닌 기업DM부터 소포, 택배 물류 등 다양한 우편물을 취급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의 진출로 소포·택배사업이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공기업으로서 사기업과 경쟁하며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제 집배원들은 추억이 담긴 편지가 아닌 소포 픽업을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고, 한정된 인력 속에서 찾아온 업무환경의 변화는 집배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전국체신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위원장 이항구)와 서울체신청(청장 이규태)이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13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집배원 인력을 확충하고 부당한 경영평가를 개선하기로 합의하면서, 노사가 함께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고용창출을 일궈낸 성공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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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 업무 속 서비스 질 저하 우려
우편업무 중 집배업무는 특히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체신노조 서울지역본부 조병기 노사국장은 “집배원들이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동이륜차는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집배원들은 항상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근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설명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편업무에 고중량 택배가 증가되는 등 업무강도도 한층 높아지면서 조합원들에게도 큰 반발을 불러오게 되었다. 당시 집배원들 사이에서 “집에서 9시 뉴스 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1시가 넘어 퇴근 하는 등 일상적인 초과업무를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소포·택배 사업은 통상우편물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었기에 이항구 위원장을 비롯한 서울지방본부 전임간부들은 우체국 현장을 일일이 방문해 소포 픽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쳤고 비로소 위기를 타개하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는 데 노사가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새로운 우편 환경에 맞춰 업무가 변화됐지만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이는 곧 근무의욕과 함께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서울지방본부는 서울체신청 및 우정사업본부에 수차례 부족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한 결과, 지난해 12월 13일 긴급노사협의회를 갖고 협정서를 체결하기에 이른다.


협정서는 집배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 내용으로 집배분야 및 우편원, 계리분야 인력 519명을 확보 하는데 노사가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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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해소를 위한 519명의 고용창출
이번 협정서의 주요 내용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집배 업무 분야에 인력을 보충해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협정의 주요내용 중 인력에 관한 사항은 현업에서 절대 부족한 인력을 즉각 확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협정서는


▲ 소포위탁배달원(150명): 2006년 12월 중 ▲ 상시위탁집배원(150명): 2007년 5월 중 ▲ 상시위탁집배원(69명): 2006년 12월 중 ▲ 우체국택배원(50명): 2007년 1/4분기 중 ▲ 우편원(50명): 2007년 1/4분기 중 ▲ 계리원(50명): 2007년 1/4분기 중 확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기능직공무원 우편원, 계리원에 대한 충원 중지를 해제하고 신규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본부에 건의한 상태이다.


조병기 노사국장은 “아직 모든 인력이 배치된 것은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투입해 인력난을 감소하기로 협의를 마쳤다”며 “앞으로 집배원들의 업무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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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경영평가
체신노조 서울지방본부와 서울체신청의 이번 협의의 또 다른 성과는 부당한 경영평가를 개선한 것이다.


우정사업은 5천억 원 이상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높은 경영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는 특히 전체 물류량의 70%를 담당하는 서울지방본부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경영평가 제도는 전년도 수익을 기준으로 삼아 서울청은 최하위로 평가됐다. 그래서 경영평가는 집배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큰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체신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서울체신청이 노력한 성과대로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며 경영평가를 전년도를 기준으로 한 수지율이 아닌 전체 수익률로 평가하는 수지액 평가로 변경할 것을 합의했다. 그 결과 성과급이 29.3%에서 90%까지 상향조정되어 조합원들이 땀 흘려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이 밖에도 향후 우정사업본부의 경영평가제도 등 정책결정과정 및 사업운영에 관한 사항을 체신청 및 지방노조와 협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안건을 본부에 건의하기로 합의 했다. 


이번 협상을 지켜본 강남우체국 최봉기 조합원은 “무리한 초과근무로 조합원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는데 노동조합의 이번 노력으로 노조에 대한 신뢰가 한 층 더 커졌다”고 말하고 특히 “이번 협의가 원칙적으로 원만하게 이루어져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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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극복한 노사간의 신뢰
체신 노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모두가 힘들었던 IMF 시절에도 노사가 함께 어려움을 공감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음을 모았던 것.


사회전반에 걸친 인력구조조정이 실시되던 98년, 정보통신부는 7035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증가되는 업무 속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은 인력난을 심화시켰고, 이에 서울지방본부는 조합원 2만 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당초 7035명의 감축예정 인원을 4380 명으로 줄이고, 남은 3670 명의 추가 감축도 중단시켰다.


이 후에도 2002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비정규직 신분인 상시위탁집배원 2590명을 기능직 공무원(집배원)으로 정규직화 하기로 합의해 IMF 이후 최초의 정규직 전환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체신노조 서울지방본부의 이같은 노사관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평소 노사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서울체신청 산하 66개 총괄국 노·사 실무를 맡고 있는 지원과장을 대상으로 한국노동교육원에서 노동관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편사업 개방에 따른 노사공동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 양측이 노사협력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노사한마음 축구대회는 7~8천 여명의 조합원 및 가족이 참가하는 대표적인 노사단합대회로 자리 잡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침체된 조합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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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일 뿐”
체신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얻었지만 이항구 위원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집배원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다.
여기에 화답하듯 현장 조합원들은 서울지방본부의 이번 성과를 계기로 노동조합과 함께 하는 다양한 해법찾기에 동참하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하는 노와 사. 이것이 위기 속에서도 화합으로 노사관계를 더욱 단단히 굳힐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다.                                                

 

 

#[인터뷰] 전국체신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이항구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