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본] 기업 실정 무시한 성과주의 도입은 필패(必敗)
[일 본] 기업 실정 무시한 성과주의 도입은 필패(必敗)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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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제도 문제점과 시사점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하고 구성원 이해시켜야
안희탁 규슈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

최근의 성과주의 폐지·개선 움직임

일본에서 성과주의이란 말이 널리 회자된 것은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 이후 후지쯔가 성과주의 인사를 도입하고부터이다. 1992년 당시 후지쯔의 사장은 “관리직이 하고 있는 일은 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일하면 일할수록 생산량이 증가하고 매출액이 늘어나는 시대는 끝났다. 따라서 사원의 평가와 보수기준도 바꾸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대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일본에서 그 이전까지는 연공주의 내지는 능력주의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성과주의는 연공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인사노무관리의 처우기준으로서 연공주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연공주의에서 탈피해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게 되었다.

성과주의는 한 마디로 개인의 성과에 따라 종업원의 처우를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인사처우의 커다란 흐름은 연공주의→능력주의→성과주의로 변화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에서 급속히 보급된 성과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성과주의를 폐지 또는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미국식 성과주의가 집단주의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적 조직문화 내지는 토양에 적합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과주의 도입의 실패 사례로 후지쯔가 종종 화제가 되고 있다.

본글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성과주의를 도입한 일본의 실태와 문제점을 통해 우리에의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왜 성과주의를 도입했나

일본이 성과주의를 도입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가 있다.

첫째는 기업업적의 악화이다. 기업업적이 악화되면서 인건비 삭감의 필요성에서 인건비의 효율적 활용관점에서 성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는 종업원 구성의 변화이다. 종업원의 고령화, 고학력화, 여성화의 증가로 연공주의 임금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셋째는 종신고용관행의 붕괴이다. 경영환경의 변화로 종신고용을 보장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종신고용을 전제로 했을 때 설득력이 있었던 연공주의 임금이 종신고용의 붕괴로 인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넷째는 노동시장의 유동화이다. 노동시장의 수급조정 기능의 강화가 진전되고 있고, 전직이 용이한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유동적인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과주의 임금이 기업과 종업원 모두에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률 35.1%

일본에서 도입하고 있는 성과주의의 대표적인 형태로 연봉제를 들 수가 있다. 사회경제생산성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연봉제 도입률은 1996년에 9.8%, 2000년에 25.2%, 2003년 35.1%로 증가되었다. 연봉제는 주로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 사원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일반직의 평사원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봉제의 유형은 미국식의 완전연봉제라기 보다는 종래의 임금제도의 연장선상에서 기본급은 고정연봉, 상여금은 업적연봉 형태로 일본적 연봉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정연봉과 업적연봉의 구성비율은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개는 7대3 정도로 임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과 내지 업적을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목표관리제도를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도입하고 있으며, 성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다면평가, 컴피턴시, 고충처리제도의 도입률도 높다. 이는 평가의 납득성, 공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성과주의의 성공열쇠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쯔의 실패가 주는 교훈

후지쯔는 1993년 성과주의 도입 이후 1998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제도개선을 실시한 바 있다. 제도개선의 흐름을 통해 성과주의 도입의 목적과 운영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업무성과에 따라 개인의 처우와 관련이 있는 인사평가의 상대분포 결과를 보면 성과주의 도입 당초의 평가분포는 최고의 성과를 올린 SA평가가 5%, A평가 20%, B평가 50%였다. 여기에서의 문제점은 ①B평가를 받은 사원의 평가에 대한 불만 ②목표관리제도상의 달성하기 쉬운 목표설정(챌린지 정신의 결여) ③매출액 등의 수치목표만을 중시(프로세스 경시) 등이다.

이 결과 1998년 평가분포를 변경하게 되었다. A평가를 50%까지 확대하고, B평가를 10%, C평가를 20%로 감소시켰다. 즉 1998년의 평가분포 변경의 주안점은 A평가의 대상자를 늘림으로써 B평가였던 사원도 노력하면 A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기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2001년에는 SA평가를 10~20%, A평가를 30∼40%로 하는 등 1993년과 1998년의 중간범위로 설정하였다. 이 개정의 목적은 목표달성을 높이고 높은 목표를 기준으로 차이를 크게 하자는 것이다.

 

1998년의 변경으로 인해 목표를 낮게 설정하여 이를 달성하는 사원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 대충 대충 노력만 하면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해 높은 목표에 도전하려는 사람이 없어짐으로써 생산성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2001년의 개정은 평가분포를 변경함과 동시에 수치목표만을 평가대상으로 하던 지금까지의 평가점수에다가 성과를 창출하는 현재능력을 평가대상으로 삼았다. 즉 성과를 창출하기까지의 프로세스를 평가하였다. 수치목표라고 하는 성과만의 평가에 성과에 이르는 보조지표를 도입함으로써 극단적인 결과주의를 마일드한 형태로 바꾸었다는 것이 후지쯔 성과주의의 실체이다.

후지쯔의 성과주의 개선의 변천과정에서 시사하는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첫째, 평가의 공정성, 평가지표, 상대평가의 분포, 평가시스템의 복잡성 등 평가시스템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켜 기업실정을 무시한 성과주의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목표관리제도하에서 목표달성이 평가에 연계되는 성과주의의 경우 목표수준을 낮게 설정하여 달성하는 사원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업전체의 업적이 구성원의 높은 수준을 지향한 공헌의 결과인 경우와 처음부터 낮은 수준으로 설정된 목표달성인 경우와는 어느 쪽이 높은 업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성과주의는 분명히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목적이 있으나 기업전체의 업적향상에는 연결되지 않는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셋째, 수치목표만으로 개인의 업적을 평가한다면 평가대상이 되는 수치목표를 높이는 이외의 활동에 주력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영업사원이 어떤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결과이지만 기업의 계속적인 고업적의 유지를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능력과 행동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따라 일본기업에서도 단기성과 중심의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컴피턴시가 주요개념으로 최근 중요시되고 있다. 이는 프로세스는 중시하지 않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이 성과주의의 강점이라고 여겨왔지만 실제로 성과주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식 성과주의 보완해야

앞으로도 일본에서 성과주의는 확산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식 성과주의와는 다른 일본의 조직문화, 풍토를 고려한 마일드한 일본식 성과주의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지쯔의 성과주의 실패사례는 비단 후지쯔만이 아니라 성과주의를 도입한 많은 기업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자 과제로서 우리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성과주의가 많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도 거의 대다수 기업들이 적든 많든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일 것이다.

그렇다고 성과주의 내지는 연봉제를 포기하고 연공급으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임금결정방법의 방향은 분명 연공에 대신하는 성과주의 사고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성과주의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의 제도의 장점을 살려 도입목적을 명확히 하고 종업원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성과주의가 실제로 종업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성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종업원의 성과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종업원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면 성과를 기준으로 종업원의 처우를 결정할 수가 없다. 또한 성과주의를 적용할 때 개인의 성과를 비교적 관찰하기 쉬운 영업 등의 부서와 관찰이 어려운 총무부서 등의 부서의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

종업원 입장에서도 성과주의 도입에 있어 개인별 임금의 차이와 변동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종업원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종업원은 일반적으로 임금에 차이를 두거나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임금이 줄어드는데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종업원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노사가 함께 참여해서 설계하여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