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정부대책은 무엇인가
⑤ 정부대책은 무엇인가
  • 박인희 기자
  • 승인 2007.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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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은 현장 고민과 엇박자

인력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시설 및 여건 마련 시급

과거 산업단지가 우리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듯 지방의 산업단지가 앞으로도 지역경제와 국가산업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단지 현장과 정부 모두 현재의 산업단지로는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데 함께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과 이를 풀어 나가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무엇일까?
과거 산업단지 정책의 변화와 현재 정부가 진단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오늘과 향후 정책방향을 알아보았다.

 

양적성장에서 균형발전으로


산업단지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공장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집적의 효과를 높이고 기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성됐다. 특히 관련 산업체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연구소 및 대학이 기업과 함께 들어서 기업의 제품 연구개발과 함께 상품화가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어 기업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1961년부터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며 1962년 울산공업단지를 시작으로 전국에 수많은 산업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산업단지의 조성도 그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목적을 띠어 왔는데 국가산업단지는 초기에 국가주력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70년대 중반 이후 석유화학, 전자, 기계 등의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창원, 구미, 여수 등에 산업단지 조성이 이루어지고 90년대 말에 들어서면 지방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한편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목적으로 조성되어 온 지방산업단지는 60년대 말부터 대전, 춘천 등에서 지방산업단지의 1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경제정책이 성장에서 균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면서 2기 지방산업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그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90년대 물량공급중심 정책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사태를 발생시켰다. 그러자 정부의 산단 정책은 2006년 이후부터 수요 중심의 중소규모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맞춤형으로 변화하게 된다.

 

생산에서 연구개발까지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따라 산업단지 정책이 변화해 왔듯이 산업단지 내의 업종 변화도 산업단지 정책을 변화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고기술·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점차 변화함에 따라 산업단지 업종도 변화하게 된다. 과거 섬유산업이 주를 이루었던 구미는 사(원사), 직물, 봉제제품 산업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핸드폰, 컴퓨터, 반도체 등 IT 관련 산업들이 늘어나면서 첨단산업집적지로 변신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긴 했으나 과거 정부의 선도적인 성격이 아닌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에 기업들이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  했다.


그리고 조선, 철강 등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에서 현재는 IT, 반도체 등 ‘경박단소’ 산업으로 변화해 가면서 산업단지도 물건 생산 중심이 아닌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 것도 정책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과거 생산 중심의 기업들도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커져 법률, 보험, 컨설팅, 기계수리 등 산업단지에 필요한 시설이 늘어났지만 지방의 산업단지들이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역부족이다.


현재 산업입지연구센터에서 국가산업단지의 수출입 및 가동률을 분기별로 조사하고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나 지정권자가 지자체인 지방 산업단지의 관리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 재정 여건상 지방산업단지는 시설의 재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이 노후화 된 곳이 많으며, 특히 인력수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기술전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단지의 실태를 조사한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인력부족”이라며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 문제였으나 최근에는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인력부족과 함께 양질의 인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지방의 인력들이 떠난 자리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은 현재로서는 “여성노동자와 고령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지만 인력부족 문제는 산업단지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닌 도시와 지방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해결 할 수 있는 과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산업단지의 노후화로 인한 시설재정비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나, 지방 산업단지의 경우 인프라 구축과 시설정비는 지자체가 유지하고 보수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으므로 국가균형발전에 의한 지방투자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업종고도화를 통해 지방 산업단지를 활성화 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현재 산업단지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산업단지 조성에서 단지의 관리와 지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는 조성된 지 오래된 산업단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을 실시할 예정으로 금년 내 용역을 확정해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기반시설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 시범단지를 선정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산업단지가 계획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맞춤형 산업단지 조성에 힘을 기울여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산업의 경향이 생산과 연구개발이 융화되는 방향  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는 만큼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산업단지가 생산만 담당하는 기능에서 인프라 관련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주거나 산학연을 잇는 산업클러스터를 실시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사업은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사업단지내의 인프라, 도로, 센터, 편의시설 등을 만들어 산업단지 내 낙후된 시설을 재정비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산업집적지의 네트워킹 강화와 혁신 인프라의 정비 및 확충, 지원서비스 강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클러스터 사업은 현재 7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산업단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지원체계를 현장 밀착형 수요자 중심의 기업지원체제로 구축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업지원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밀착형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 고민이 담긴 정책 필요

달라지는 산업환경 속에서 산업단지에 요구되는 여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대책을 고심하며 구조고도화 사업을 계획하고 핵심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체질개선 및 시설재정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현장에서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어온 인력 및 금융, 정주환경 개선 등의 문제가 빠져 있어 지방의 산업단지 회생에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에 현장의 요구가 담겨야 하지만 지방 산업단지 현장의 고민과 정부의 문제인식은  차이를 보인다. 한 예로 산업단지 현장은 현재 인력부족을 당장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지만, 정부는 “지방의 인력부족은 산업단지만의 문제점이 아닌 균형발전을 통해 정책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장에서는 당장 급하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는 격이다.

 

결국 핵심이 빠진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전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 장욱현 교수는 “지방 일자리 창출, 학교와 기업의 연계를 통한 지방인력 육성, 산업단지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자녀교육문제 및 정주환경 개선에도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단지 조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주변의 생활 여건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럴 때 구호로 그치는 산단 활성화 대책이 아닌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진단 작업에는 입주업체, 지자체, 정부는 물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