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무식’한 대한민국 정부, 대체 이 일을 어쩔 것인
‘단순무식’한 대한민국 정부, 대체 이 일을 어쩔 것인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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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는 과연 성공한 FTA인가?

고개 들어 멕시코를 보고 대답하라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노무현 정부의 대국민 선전홍보를 보고 있자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고 하면서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찼으니 무조건 정부를 믿고 따라오라고 한다. 이들의 ‘비밀주의’와 ‘말 바꾸기’는 이미 무의식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국회를 무시한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라 영어로 된 한미 FTA 협정문 일부를 국회의원과 보좌관 1인이 국회 비공개 자료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이에 대해 국회와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현행 공개 방식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집념과 불굴의 의지는 최후의 필살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청와대의 지시로 한미 FTA 특위 대외비 문서유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써 한미 FTA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투철한 의지

 

한/미/ F/T/A/의/ 첫/ 선/물/은/ 미/국/산/ 쇠/고/기/?

 

지난 4월 23일 오전에는 미국산 뼈 없는 쇠고기 4.5톤이 인천공항을 통해서 들어왔다. 이번 수입은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지 3년5개월 만인데, 이번에는 쇠고기에서 뼈가 발견되더라도 해당 상자만 반송하고 나머지는 수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수입이 금지됐던 캔자스 주 아칸소에 있는 작업장인 ‘크릭스톤팜스’의 제품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2006년 10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자마자 처음으로 국내에 수출하려다 뼈가 발견돼 해당 물량이 전량 반송되고, 해당 작업장에 대해서는 국내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농림부는 지난 3월 이들 미국 내의 일부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대해 내렸던 수입 금지 조치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대부분 해제해버렸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와 지배세력은 정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는 한편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한미 FTA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상결과는 애초에 우려했던 대로 현실화되고 말았다. 한국의 비관세 제도, 비가격 정책, 국민들의 삶의 질, 사회권과 사회 안보를 송두리 채 내주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관료들의 상상력이다. 섬유 관세와 교환하려고 유전자변형생물(LMO) 개방을 먼저 제안해서 타결한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 발상이었다.

 

또한 국민들이 그렇게 우려하고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쇠고기도 구두합의를 하고 말았다. 노무현 정권은 관세철폐와 쌀 개방 제외를 집중적으로 선전하면서 자동차, 섬유, 철강, 전자 등등의 품목을 얻어냈다고 자랑하지만, 이는 얻어낸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것뿐이다.
여전히 노 정권은 심각한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것이다.

 

미/국/과/ F/T/A/ 체/결/한/ 나/라/들/의/ 현/실/

 

그럼에도 정부는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 외국인 직접투자를 비롯한 투자 확대, 경쟁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소득증대효과를 가져오는 한편 물가안정과 소비의 선택폭 확대로 인한 소비자후생의 증대가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과 후생증대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미 FTA로 인한 일부 산업의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임을 강조하며 외부충격을 한국경제의 선진화의 발판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교육 의료 등 핵심 서비스 부분이 빠졌고 부분적으론 관세 철폐의 기간이 늘어나서 불만이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 중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캐나다, 호주는 미국과 FTA를 맺을 당시 이미 선진국이었고, 이 두 나라 외에 다른 어떤 선진국도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다. 멕시코 등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모든 나라들은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했는데, 노무현 정부는 ‘미국식 FTA’의 모범사례를 바로 ‘FTA 선진국’인 멕시코를 통해서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북미자유무역협정)의 평가에 대한 편차가 상당히 심하다. 긍정론자들은 NAFTA 발효 이후 수출의 급증, 외국인투자 확대, 거시경제 안정을 내세운다. 부정론자들은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심화를 강조한다.

 

두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논거 간의 연결고리나 멕시코 경제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정치·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NAFTA에서의 멕시코 사례를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주는 장단점 분석은 가능할 것이다.

 

NAFTA 논리의 허구성

 

1) '폐소화 위기'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멕/시/코/의/ F/T/A/ 모/라/토/리/엄

 

멕시코가 2003년 11월 일본과의 FTA 체결을 끝으로 당분간 어떤 나라와도 FTA를 추가로 체결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NAFTA가 사상 첫 FTA였던 멕시코는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 전까지 전 세계 43개국과 12개의 FTA를 체결했으나, 현재 이들 국가와의 무역에서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 1년 넘게 멕시코와 NAFTA를 둘러싼 전면적인 논쟁이 우리 사회의 논의를 풍부하게 해주길 기대했지만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정부가 ‘멕시코의 양극화와 NAFTA는 관계없다’는 앵무새 소리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멕시코 경제 악화가 NAFTA 때문이 아니라 1995년 페소화 위기와 미흡한 경제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NAFTA 체결이 멕시코 교역을 증대시켰고 페소화 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위/기/는/ 페/소/화/ 때/문?

 

지난 4월 10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NAFTA가 회원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멕시코 경제난의 원인을 NAFTA 때문이 아니라 정정불안과 NAFTA 발효 전부터 안고 있던 거대한 외채 문제, 전세계 경기 변동 등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NAFTA는 1994~2004년 멕시코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2.6% 높여 놓았다. 또 멕시코의 실업률은 1995년 5.75%에서 2001년 2.14%로 떨어졌다. 2004년 수출은 1993년의 3.6배로 증가했다. 특히 제품 수출에서 전자 등 하이테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3년 21.2%에서 2003년 28.4%로 높아졌다. 산업구조가 그만큼 고도화됐다면서 삼성전자도 멕시코 북서부 티후아나에 1996년 전자복합단지를 만들어 현재 디지털 TV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과다한 외채와 잘못된 외환 정책, 정정불안 등이 잘 나가던 멕시코 경제의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페소화의 지나친 고평가와 이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를 경상수지 적자의 요인으로 지적했다. 정부와 삼성 모두 멕시코 경제난의 원인을 동일하게 진단한 것이다.

 

‘데킬라 위기’라고도 불리는 페소화 위기란 1995년 멕시코 경제가 겪은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액의 급감, 이로 말미암은 페소화 가치의 폭락을 의미한다. 당시 페소화의 가치는 단 6개월 만에 50% 가량 급락했고, 이에 따라 달러로 표시된 정부부채 부담이 급증해 멕시코는 심각한 경기침체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래서 정부와 자본의 논리가 일리는 있다. 당시 멕시코는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환율정책을 통해 ‘페소화 위기’를 피하거나 최소한 그 충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너/무/ 닮/아/ 있/는/ 멕/시/코/의/ 상/황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정부는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페소화의 가치는 NAFTA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폭락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멕시코의 입장에서는 1980년대의 경제 위기를 구원해 줄 수 있는 흑기사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선택하였으며, 이를 위해서 NAFTA가 필요했던 것이다. 즉 NAFTA는 멕시코 경제를 북미경제권에 제도적으로 연계시켜 세계화를 추진하려는 기술 관료들의 열망이 가시화된 것이다.

 

당시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살리나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몇몇 기업인들과 측근 경제 관료들 뿐이었다. 심지어 의회조차도 비준 직전에 방대한 협상자료를 넘겨받아 제대로 검토하지도 못하고 통과시켰다. 또한 멕시코의 협상 실무진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해 미국식 경제논리에 경도된 경제 관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정말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런데 당시 페소화의 가치가 높아서 1990년대 초반 멕시코의 대미수출은 감소했고 대미수입은 급증했으며, 멕시코의 노동비용은 상승하는 등 외자 유치를 위한 최악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페소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는데, 이것이 자국의 경제 침체와 양극화의 심화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소화 위기, NAFTA, 양극화 이 세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의 상관관계를 전혀 모르면서 분리해 보는 ‘무지의 극치’를 보인 것이다. 한미 FTA 반대 진영이 ‘단순무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자본이 ‘단순무식한’ 것이다.

 

NAFTA 논리의 허구성

 

2) 덧셈만 알고 뺄셈은 할 줄 모른다

 

벌/써/ 선/진/국/이/ 되/어/ 있/어/야/ 할/ 멕/시/코

 

한미 FTA 체결논리는 1994년 멕시코의 경우와 흡사하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의 체결로 10년 내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손잡으면 한국이 세계 일등국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또한 외국인투자, GDP 그리고 고용이 증가하여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시민단체, 노조들을 비롯하여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와 미국 정부가 1994년 NAFTA 체결시 전개했던 대국민 설득논리와 동일하다.

 

멕시코가 미국과 FTA 체결을 맺은 것은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노무현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멕시코는 벌써 선진 통상대국이 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의 멕시코를 보면 세계 일류 국가는커녕 다양한 사회문제로 인해 수많은 민중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린다는 꿈을 선전하며 강행됐던 NAFTA의 약속은 배신으로 점철된 사기극이 된 것이다.

 

정부나 반대진영 모두 인용하는 자료가 상호 편차가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수출증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고용창출, 연평균 GDP 성장률 증가 등을 액면 그대로 수용해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수/출/증/가?/ 자/국/ 기/업/이/ 없/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문제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수출증가의 문제점을 보면, 멕시코의 수출 정책은 ‘값싸고 불안한 노동’에 의존한 정책 중심으로서 대미의존도의 심화로 인해 수치가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NAFTA 발효 이전 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전체 수출에서 미국시장 비중이 보통 85~90%를 차지해, NAFTA의 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수출증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1위부터 6위 가운데 멕시코 기업은 국영석유회사 하나밖에 없고 다 미국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자기네 부품 가져다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수출이란 이름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5년 대미무역수지 흑자 650억 달러는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의 초국적 기업이 가져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멕시코가 초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 투/기/자/본/만/ 넘/쳐/난/다!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멕시코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중 상당 부분이 결국 미국에 있는 모회사에 이윤과 배당의 형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멕시코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1990년대에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고, 한국 정부도 바로 이 사실을 들어 한미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로 외국자본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공장의 신규 건설이나 신규 투자 등 소위 ‘그린필드 투자’가 아닌 기존 멕시코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주식, 채권, 선물거래 등 자본시장에서의 투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멕시코 경제를 더욱 초국적 투기자본의 위협에 빠뜨렸다.

 

고/용/창/출?/ 늘/어/나/는/ 건/ 비/정/규/직/뿐!

 

고용창출로 인한 실업률의 안정된 수준도 허상에 불과하다. 통계상 멕시코의 실업률은 1993년에는 3.3%, 1995년 7.5%에서 1999년 이후에는 평균 2.6%의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5년 공식 실업률은 3.6%로 통계상으로 보면 고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봐도 NAFTA 체결 뒤 10년 동안 멕시코의 고용이 993만 명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멕시코 전체 경제활동인구 4600여만 명 가운데 사회보험을 적용받으며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1300만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300여만 명이 임시직이나 지하산업 등에 불완전 고용 또는 사실상 실업상태로 있다. 그럼에도 임시직, 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규직을 일자리로 삽입하여 실업률을 계산한다면 정말 유구무언이다.

 

NAFTA 이후 노동자들의 평균 실질임금은 더욱 떨어졌다.
제조업 노동자들의 소득정체는 멕시코 정부의 공식 통계로도 잘 나타난다. NAFTA 발효 후 2005년 말까지 멕시코 제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은 68%나 증가했는데도 노동비용은 68% 감소했다. 기업의 이윤은 크게 늘었지만 노동자 몫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는 섬유나 신발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쇠퇴하고, 자동차·전자부품 등 자본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덕분이다.
통상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NAFTA 체제 아래서도 미국의 반덤핑 제소나 상계관세 부과 관행이 없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분쟁해결 패널 아래 결정이 나도 미국은 불리하면 지키지 않는다. 캐나다의 경우 통나무 수출 건으로 20년간 미국 측과 싸워 여러 차례 이겼지만, 항상 양보하도록 압력을 받았다. 

 

 

NAFTA의 교훈,

Que Sera Sera (될 대로 되라)

 

멕시코는 세계 8위의 원유생산국이다. 그들은 생산된 원유의 42%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멕시코 원유수출 총량의 78%에 해당한다. 그런데 멕시코는 유가상승으로 인해 발생되는 이윤을 무역적자를 메워 가는데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성장 후 분배는커녕 빈부 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NAFTA 이후 연간 영화 제작이 10편 이하로 떨어졌다가 10년이 지나 겨우 20편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봉되는 작품은 절반에 불과하다. 스크린 쿼터를 주장하면 영화인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이 깊게 착근되어 있어서, 이를 전환시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영화도 멕시코처럼 망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막가파식 사고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마저도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이성적 개인이 대중 속에서는 바보가 되는 사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수없이 목격해왔다.

정부가 홍보하는 멕시코를 통한 한미 FTA의 미래에는 달콤함이 아니라 독약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지배세력의 허구적 경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한미 FTA를 지렛대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살 길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대한 정면 대응이 절실하다.

 

부르주아 경제학의 장밋빛 전망은 언제나 민중들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 화창한 봄날 한국영화 한 편 때려야 겠다.

 

 

 

 

 

 

 

 

 

 

                  배성인<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