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상 독재’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의 ‘통상 독재’ 이대로는 안 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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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무엇이 잘못되었나?
입법부가 제어 못하면 사법부라도 나서야

한미 FTA가 1년여 협상만에 타결되었고, 이제 조인과 비준 등 국내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현재까지의 전망으로는 금년 10~12월 사이에 국회 비준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선과 겹치는 국회 일정과 반대 의견으로 인하여 다음 정권으로 비준 절차가 넘어갈 경우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한미 FTA의 경우는 관련된 법안 수정만 아마도 100개가 넘어갈 정도로 국내 제도정비라는 관점에서 사실 혁명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그리고 다른 협정 혹은 다른 FTA에 미치는 효과가 다른 협상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잘 되었는가 하면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잘 한 것이고 좋다고 얘기하는 말들은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좋다고 보기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이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협상 과정에 지나간 일들은 별도의 일로 치더라도 현재 이 한미 FTA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 몇 가지만 짚어보기로 하자.

 

 

 

Future MFN조항(미래 최혜국 대우)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안에 어떤 일들이 감추어져 있는지는 사실 외교부와 협상팀에 참여했던 일부 그리고 경제장관회의에 들어가는 몇 사람을 제외하면 아직 잘 모른다. 나도 알려진 사항들 외에 더 깊은 비밀을 알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대해서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다.

 

미/국/은/ 언/제/나/ 가/장/ 좋/은/ 조/건?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것보다 가장 크고 이상한 조항은 Future MFN(Most Favoured Nations) 대우를 미국에 대해서 보장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WTO 내에서의 내국민 대우와 유사한 조항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 조항은 앞으로 미국에 대해서 FTA 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만약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시 한미 FTA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이걸 한미 FTA에도 적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조항은 한미 FTA를 매우 특수한 상황 조건 안에 집어넣는데, 한국 입장으로서는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EU와 중국 혹은 캐나다 등과 바로 진행될 FTA의 기준선(baseline)은 미국과의 조건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미국보다 나은 상황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전혀 조건이 다르고 또 우리에게 먼저 FTA를 제안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 중국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조건에서 FTA 협상을 시작해서 최선의 방어를 했다고 하더라도 미국 수준이고, 만약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양보를 하게 되면 이 조건은 한미 FTA에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이 규정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이다. 일종의 조건에 대한 진화인데, 이런 식으로 몇 번의 협상을 가지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도가 높은 시장이 된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것이야말로 ‘FTA 체제’를 통해서 우리 정부가 의도한 바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자체적으로 자신의 로드맵을 가지고 제도 개선을 할 때의 일이고, 현 상황에서는 미국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거의 우리나라 국내 정책이 서 있을 여지가 없을 정도로 국내 시장은 외국에 대해서 완벽하게 투명해지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제어할 장치도 남아있을 것이 사실상 없다.

 

우/리/는/ 손/발/ 다/ 묶/이/고,/ 미/국/은/ 언/제/든/ 풀/ 수/ 있/고

 

그렇다면 이 Future NFN 같이 치명적인 조항을 내어주고 우리가 받은 것은 무엇

이 있을까? 알려진 바로는 특별히 우리가 더 받아온 것이 없으므로 그냥 내어준 셈이다. 여기에 래칫 조항으로 알려진, 이미 개방된 시장은 이전 개방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또 다른 조항과 연결되면 다음 정부에서 FTA 대책으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업체나 농가의 폐업 지원금 이외에는 별로 없다.

 

게다가 거의 유일하게 우리가 협상성과로 제시하는 자동차 시장의 경우에는 미국이 요구했던 80여개의 (숫자 외에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요구 중 한 개라도 이행되거나 미국측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미국 관세가 원상으로 복귀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자-국가제소제(ISD: Investor-State Dispute)

 

협상 자체로 본다면 유일하게 얻었다고 하는 미국 자동차의 관세철폐가 제한적인 반면에 국내의 개방 조치는 래칫 조항에 의해서 영구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국가제소제의 경우에는 단서 조항들이 일부 달려 있어 결국 국회 검증과정에서 실제로 정부가 진실을 알렸는가 아니면 사실상 국민은 물론 의회를 속였는가가 드러나게 될 조항이다.

 

실/체/ 드/러/나/지/ 않/은/ ‘가/장/ 큰/ 위/협’/ I/S/D/

 

부동산의 경우 포괄적 단서 조항을 단 것으로 정부는 지금까지 홍보를 했지만, 재정과 관련된 대출정책의 일부에 대해서 - 예를 들면 대출 제한과 관련된 최근 도입된 몇 가지 정책들 - 만 단서가 달려있다는 것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이 조항은 결국 국회 청문회 등 일련의 검증 절차를 통해서 자세하게 다루어질 것인데, 만약 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건국 이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국회의 비준 거부의 사유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항이 바로 이 조항이다.

 

법리적으로는 헌법의 최종심 기능을 무력화시켜 위헌 제소가 곧 바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도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국회를 고의적으로 기만한 절차상의 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조항이 바로 이 제도이다.

 

국제적으로 아직 안정화되어 있지 않고, 다른 국제사법과 달리 판례의 일관성과 같은 사법적인 규정들이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세계은행이 미국형 FTA에 대해서 가장 "가혹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이 제도이다.

 

약간 실무적으로 파악한다면 중소기업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부분이 기업들은 물론 심지어는 각 지자체에서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할 제도가 이 ISD의 간접수용 개념과 소송권자의 범위이다.

 

미/국/이/ 손/해/ 보/면/ 한/국/ 주/식/투/자/자/도/ 제/소/할/ 수/ 있/다?

 

한미 FTA는 간접수용의 범위를 명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이 제소의 범위에 해당하는데, 이 때의 투자자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아니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유자들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투자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상황에 의거하여 제소 가능시점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검토하는 시점에서부터 제소권을 부여하게 된다.

 

이런 범위와 대상이 예측가능하지 않는,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해서 언젠가는 적절한 보완장치가 생겨날 것이지만, 그 시점은 이미 상당히 불합리한 판결들이 이루어진 다음의 일일 것이다.

 

국제사법에 대한 전문가들은 조만간 이 ISD를 통해서 생산과 관련되지 않은 보상만을 노리는 국제 보상전문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을 하는데, 실제로 이런 활동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우리나라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ISD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미국 변호사들을 각 사업과 정책 시행에 대해서 검토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건들은 국내의 각종 경제활동에 대한 간접비들을 상당히 높이게 될 것이다. 가장 간단한 계산으로도 이러한 변호사 자문비용만으로도 정부가 예측했던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증가액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의 협상문 중에서 가장 시급히 재협상이 필요한 분야 중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GMO/LMO(유전자조작식품, 유전자조작생물체)에 대한 양보

 

통상의 관점에서 광우병이라는 한 가지 사건을 1이라고 본다면 GMO는 10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FTA라는 국제통상 협상이 이 경우에 10을 넘을지 안 넘을지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처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전자조작식품으로 얘기되는 GMO는 FTA보다 크기가 작지 않은 통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E/U/가/ 미/국/과/ F/T/A/ 협/상/하/지/ 않/는/ 이/유

 

EU와 미국 사이에 FTA 협상이 아예 개시도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GMO 때문이고, 3년간 협상을 하던 미국과 스위스 간의 3년 간에 걸친 FTA 협상이 결국 중간에 좌초하게 된 이유가 바로 GMO이다. 조금 더 큰 눈으로 본다면 WTO의 후속 조치에 관한 DDA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일단 정지하고 다른 라운드로 넘어갈 준비를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GMO 문제와 농업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GMO가 과학적으로 위험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문제는 별도의 문제이지만, GMO에 대한 양보는 곧 광우병의 10배 정도는 큰 무역 이슈 한 가지를 양보한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현 국제 통상에서 단위 사안으로 가장 큰 무역분쟁 이슈가 바로 GMO 문제이다. 섬유의 일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끼워넣거나 할만한 정도의 작은 이슈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별도의 기술적 논의 테이블을 열어주는 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보/다/ 더/ 큰/ 문/제/ 생/길/ 수/ 있/다

 

만약 FTA 조건에 문항이 들어가 있다면 잘못된 손익 계산이고, 들어가 있지 않고 기술적 논의 테이블을 열었다면 이면합의이고, 협상단의 배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미 GMO의 안정성에 관한 국제협약에 당사국으로 가입되어 있고, 다자간 논의에서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면서 관련된 규정과 국제적 틀에 따라가면 될 일이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과 양자 협의를 통해서 별도의 규정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

 

국회에서 협상단의 절차상 문제를 다룰 때 만약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만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절차상의 하자

한미 FTA 협상은 공청회 개최를 비롯해서 몇 가지 명확한 절차상의 하자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절차가 아직 제정되지 않은 통상절차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령도 시행령이지만 법은 법이다.

 

대/통/령/·/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소/송/ 가/능/성

 

이런 절차상의 하자는 기업에서 흔히 파업 등의 일이 있을 때 발생하는 손배소와 마찬가지 법정 구조에 놓이게 되는데, 통상적인 정책집행의 눈으로 생각해본다면 비용편익분석과 타당성 평가와 같은 법적으로 검토했어야 할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 법리적 검토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조약이 발효가 되면 절차적으로 하자를 가지고 있는 이 한미 FTA 협상에 대해서 지금의 대통령 및 통상교섭본부장 그리고 협상단장을 피고로 하는 손배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절차상으로 하자를 가지고 있는 공무집행이 명백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이러한 손배소 소송이 성립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1차적으로는 제주도 감귤 농가를 비롯해서 농민들이 이러한 손배소를 진행할 것이다.
2차적으로는 ISD 규정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미국 기업에게 배상금을 물어주게 되었을 때, 이 배상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지출되는 것이므로 국민들은 누구라도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3차적으로 가능한 것은 공기업 중 한미 FTA로 인하여 계획에 없던 민영화를 맞게 될 기업의 해직자들이 손배소를 청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 모/두/가/ 손/배/소/ 주/체/될/ 수/ 있/다/

이 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지금의 대통령을 비롯한 조약추진의 책임자들은 매우 오랫동안 손배소 소송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에 의해서 움직이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서 법률 규정이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피소에 대해서 직무기간에 대해서 유예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손해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매우 높은 수천억원대의 손배소가 될 것이지만, 아마 다른 FTA를 포함해서 국제 협상에서 지금과 같은 통상독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손배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위헌 제소 및 기타 법률적 제소들

 

이 경우에는 전술한 바와 같이 ISD가 일단은 위헌 제소의 대상이 된다. 아직은 국회가 비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제소를 할 시점은 아니지만,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에 시민단체나 혹은 개인이 ISD 조항에 대해서 위헌제소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률적 위임관계의 문제에 대해서 미국이 모든 주가 전부 FTA의 당사국이 아닌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각 지자체는 정부가 위임하여 당사국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자체의 조례를 포함해서 외교적 위임관계에 대해서 적절한 절차를 돌렸는가는 또 다른 범주의 문제이기는 하다. 제주도와 대구 그리고 전남 지역과 같이 한미 FTA를 통해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과, 지역 산업단지를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해서 적절한 협상이 있었는가를 둘러싸고 매우 복잡한 법률적 검토가 진행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정부 내의 법률적 분쟁에 해당하기 때문에 손배소 보다는 행정처분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외교당국은 물론 행정부와 시민들 사이에 아무런 대화가 불가능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해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대변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업종의 유예 여부와 관련된 조항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항들이 공개가 되면 상당히 많은 수의 행정소송 및 민형사상의 소송들이 한미 FTA 협상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

 

행정 독재가 진행되는 것을 입법부가 제어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지금 한미 FTA에서 내몰린 사람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합법적 보루인 셈이다.


 

 

 

                            우석훈<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