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경청하라
적극적으로 경청하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4.12.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 자체를 꺼린다. 교섭테이블에 나와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고 합리적인 대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요구를 관철시킬 방법을 찾는다.’(노조간부의 말)

 


협상 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의사를 교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의사전달은 공동의 가치관을 갖고 경험을 함께 나눈 사람들 사이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입장이 서로 다른 노사협상에서 의사전달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노사가 대립적인 관계 하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것을 다른 뜻으로 알아들을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당신이 의제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 말을 경청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상대의 말을 듣기는 했으나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80%의 시간을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의사소통에 사용하고 그 중 45%는 듣기에 소비되는데, 우리가 듣는 단어 중 75%는 무시되거나 잘못 이해되거나 혹은 잊혀진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협상의 가장 중요한 매개수단인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제1법칙이 바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기 의사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단순히 들어주는 것(hear)과 경청하는 것(listen)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적극적 경청이란 상대가 말하는 것과 구분되는 행간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협상테이블에서 적극적 경청의 모습은 상대가 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해가 안 될 때에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상대에게 묻고, 내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알도록 해 주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상대의 말에 어떻게 대응할까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확히 이해할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협상에서 상대의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감정이 고조되거나 시간에 쫓기는 협상상황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어떤 경우에는 상대의 주장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상대방 주장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것을 좋은 협상전술로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의 고수일수록 그와는 반대로 행동한다. 유능한 협상자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양보는 ‘내가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도록 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평상시의 노사관계나 노사협상과정에서 단순히 들어주기만을 잘해도 문제의 반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서 경험하고 있다.


‘막무가내로 나가던 노조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사용자가 있더라. 노조의 이야기를 끝까지 묵묵히 경청해 주면서 필요한 말만 논리적으로 하는 사람이더라.’(모 사용자단체 간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