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광고전쟁
쩐의 광고전쟁
  • 안상헌_카피라이터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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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만 믿고 돈 빌렸다가 생활과 꿈이 KO 되어 버린다면?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요즈음 드라마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돈에 복수하려다가 돈에 노예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과연 ‘쩐’이 뭐길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돈 이야기가 나오면 난 대학시절 기업철학을 가르치시던 원로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가 연변에 갔을 때였다고 한다. 어느 날, 기업들과의 만남에서 맨주먹으로 연변에 건너와 근면 성실 하나로 부를 쌓은 어느 조선족 동포를 만났다. 조선족 동포는 기업철학을 묻는 그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군자는 원래 재물을 좋아한답니다. 그러나 그 재물을 취하는 데는 도(道)가 있지요” 세계적인 석학들도 어려워한다는 기업철학을 조선족 동포가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리해버린 것이다.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와머니, ○와머니, ○와머니♬”
요즈음 TV 안에선 바로 대부업체들의 광고전이 한창이다. 그리고 TV 밖에서 대부업체들의 광고를 두고 말들이 많다. 최근 대부업체들의 그늘이 드러나면서 대부업체의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 모델들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연예인들이 하나 둘 출연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성인남녀의 53.1%가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대부업체들의 이자율 상한선은 연66%, 세계적으로 높은 이자율이지만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 지난해만 해도 광고규모 41억원 가량의 지상파 TV 광고를 집행했다. 그러나 이런 광고 속에는 가려진 부분이 많다. 높은 이율을 낮게 보이기 위해 윌리로 계산해 표시한다는 것, 그리고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누구나 쉽게 빌릴 수 있는 점만 강조할 뿐, 계약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보라는 등의 내용은 찾아 보기 힘들다. 마침, 대부업의 원조라는 일본의 대부업 광고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앞서 대부업이 자리잡았다는 일본, 물론 그들의 이자율 상한선은 현재 연29%로 법정이자율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광고가 전하는 내용이 우리나라의 대부업 광고와 사뭇 대조적이다.

 

다음은 일본대부업체인 A사의 TV-CF다. 지하철을 타고 지친모습으로 퇴근하는 젊은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역에 내렸는데 마침 비가 내린다. 우산을 갖고 마중을 나온 아내의 모습을 본 남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다녀오셨어요?”라며 남편을 사랑스럽게 맞는 아내. 이 때 카피가 흐른다. “당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깐, 지나치게 빌리지 마세요. ○○대부회사.” 그리고 광고 중간에 최대 얼마라는 이자율 표시는 물론 ‘계약내용을 잘 확인하세요’ ‘수입과 지출의 균형’ ‘무리하지 않은 변제계획’등등의 자막들이 큼직하게 들어간다.

손쉽게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외치고 높은 이자율이 보일 듯 말 듯 작게 처리되는 우리의 광고와는 다른 모습이다. 급하게 돈 빌릴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부담 없이 빌려 준다는 광고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앞에서 마음은 한 없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광고만 믿고 돈을 빌렸다가 소중한 생활과 꿈이 KO 되어 버린다면? 현대사회라는 링에서 광고는 힘이 세다. 그래서 더욱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