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다름을 들춰내는 작업을
차이와 다름을 들춰내는 작업을
  • 박유기 현대차노조 전 위원장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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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Ⅵ] <참여와혁신>을 말하다

박유기 전 위원장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지금부터 3년전 7월, 저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 10대 사무국장 임기를 끝내고 심신의 피로가 쌓여서 ‘병가 휴직’을 하고 쉬고 있었는데 그때 창간호를 받았습니다. 새삼 창간 3주년이라니까 그때의 기억이 나네요. 
 

<참여와혁신> 창간 3주년이 되어가는 지금 저는 또 휴직을 했습니다. 이번에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마지막 위원장의 역할을 마치고 ‘업무방해’라는 죄명으로 구속되어 울산구치소 0.93평짜리 독방에서 <참여와혁신>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사실 현장 일선에 있을 때는 늘 바쁘게 다니다보니 마음 편히 종이에 적힌 글을 읽을 시간조차 잘 없지요.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 정보가 넘치고 쌍방향소통이 온·오프라인으로 전달되는 세상이니 월간지의 읽힘이 옛날보다 어렵지요. 그러나 이곳에 갇혀 있으니 시간이 넉넉해서 더욱 더 꼼꼼하게 살펴 읽을 수 있습니다.


<참여와혁신>은 일꾼들이 많아서, 재력이 튼튼해서, 뒷빽이 든든해서 탄생되는 책이 아니라는 걸 넘겨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상머리 기사가 아니라 발로 뛰면서 구하고, 분석하고 다듬어서 책으로 꾸미는 전 과정에 투여된 땀은 노동의 가치일 것입니다. 그러한 수고가 있었기에 저 같은 울산 노동자도 나와 다른 노동, 나와 다른 생각들을 알 수 있는 기쁨을 주신 것이라 생각하면서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월간지로서 ‘이런 시도가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요.
생각의 차이, 입장의 차이, 서로 다른 주장 등을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노사간 주장의 차이, 예를 들면 “왜 천만날 파업인가?”, “왜 해외이전인가?”, “고용안정 어디까지 가능한가?”, “노사간 공존방식”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주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노동계 내부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금속노조 내부 파벌 문제, 원·하청 노동자들의 입장을 들춰내게 만들고 그 다음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비교대상을 보여주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냐 하면 현대자동차에서 컨베이어를 타는 노동자의 경우 자기 스스로가 하루 10시간씩, 1주일은 주간, 1주일은 야간, 토요일 철야근무, 1년에 2700시간 노동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노동자가 이렇게 사는가보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참여와혁신>에 보면 특집을 다룰 때 주로 외국의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앞으로 한국의 노동자와 스웨덴 노동자(가능하면 동일업종)의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교해서 ‘우리처럼 사는 것만이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자각을 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튼, 창간 3주년을 축하드리면서 다음달 책이 늘 기다려지는 <참여와혁신>이 되길 바랍니다. 자본가들이 경쟁을 이윤착취와 지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차이와 다름을 제대로 알아야 하나됨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산구치소 수감번호 13번 박유기 드림

 

박유기 전 위원장은  ‘업무 방해’ 혐의로 수감 중에 있다. 현재의 상태를 ‘휴직’이라 표현하는 그는 수감 이후 여섯 자루째 볼펜을 사용할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구속 노동자들의 조속한 ‘귀휴’를 기대해 본다. 박 전 위원장의 ‘현주소’는 울산시 남울산우체국 사서함 164호 수감번호 13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