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노동조합의 동병상련?
개신교와 노동조합의 동병상련?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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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됐습니다.

8월호가 나오는 시점에는 많은 분들이 휴가지에서 더위의 공세를 피하고 계시겠군요. 더위만큼이나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 소식들이 가득합니다. 정치권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일념이 넘쳐, 서로 베고 쑤시느라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만 궁리하는 모양입니다. 이 꼬락서니를 연말까지 계속 봐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들을 지치다 못해 처지게 만든 사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했습니다. 모 교회 소속 ‘단기선교단’ 일행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7월 30일 오전 현재 1명이 살해됐고, 이 비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명분을 내세운다 할지라도 납치와 살인은 추악한 범죄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무사귀환에 대한 기원, 납치 사건을 저지른 탈레반에 대한 분노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납치 사건에서 피랍자들이 욕을 먹는 이 희한한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요? 일부에서는 ‘네티즌들의 철없는 악플’ ‘인터넷 찌질이들의 도를 넘어선 언어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벼이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도배’를 해가며 독설을 퍼붓는 대상은 크게 셋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가 군 문제와 페미니스트, 즉 성역할에 대한 사안입니다. 군 입대를 기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모 가수는 집중포화를 받다 결국 입국이 금지됐고, 토론회에서 군 가산점 부활을 옹호한 변호사는 졸지에 ‘거성’으로 추앙받습니다.


다른 하나가 개신교에 대한 독설입니다. 이번 피랍 사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정부에서 그렇게 말리는데 갔으니 책임은 본인들이 지라는 정도는 점잖은 편이고 더욱 심한 공격들이 넘쳐 납니다. 이슬람 사원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에게 기도를 따라하도록 한 모습이 공개된 후 이런 공세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나머지 하나, 가장 최근에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노조와 관련된 기사만 나오면 댓글에는 논리적 접근보다는 일단 싸잡아 욕하는 분위기입니다. ‘귀족 노조’ ‘배부른 투정’ 정도는 양반입니다.

 

성역할이나 군 문제를 둘러싼 공격성은 그 밑바탕에 마초이즘이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논외로 하더라도 개신교와 노동조합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토 분위기는 새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겠지만 이런 ‘매도’를 초래한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공세적이고 정복주의적인 선교 활동(부산의 한 기도회에서는 그 지역에 있는 사찰들이 모두 무너져 내리라고 기도하더군요), 국민의 정서와 사회 여건을 감안하지 못한 무리한 투쟁 전술과 비리 사건 등은 개신교와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일부의 모습일 뿐이라고, 혹은 언론의 왜곡된 공세라고 부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비난과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먼저 내부의 반성과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교도 노조도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입니다. 어느 더운 여름, 시원한 청량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