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아빠, 힘내세요♪
외로워도 슬퍼도~ 아빠, 힘내세요♪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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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 계셨죠. 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하고 불렀는데 어쩐지 아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무슨 일이 있나요. 마음대로 안 되는 일 오늘 있었나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힘내세요, 아빠!’

 

요즈음 문화씨가 곧잘 흥얼거리는 노래, 어느 카드 회사 광고 속의 노래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원래 이 노래(권연순 작사, 한수성 작곡)는 1997년 MBC 창작 동요제에 입상했던 곡으로 IMF때 잠깐 유행했던 동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요즈음 다시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고 있다. 진짜 그 때만큼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일까?

그리고 문화씨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더 들어보자. 왠지 어깨가 축 처진 남편, 뒤로는 포장마차가 슬쩍 지나가고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아끌며 응원의 노래를 부른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남편을 보는 삶의 고단함, 그리고 힘내라는 응원이 고여 있는 아내의 눈망울 위로 카피가 흐른다. “마음에 힘이 되는 아내의 노래처럼” 바로 대한민국 광고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어느 보험회사의 광고다. 어릴 적 누구나의 18번이었던 캔디의 노래가 아빠의 응원가가 되고 있다.

물론 광고계에서 불황기에 아빠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 으레 있는 일이지만 IMF를 겪고 난 지금, 다시 비슷한 류의 광고를 보게 된다는 건 씁쓸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긴 요즈음 좋은 아빠가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좋은 아빠를 체크하는 가장 기본적인 리스트를 소개한다. ①자녀의 생일을 정확히 안다 ②자녀가 좋아하는 캐릭터, 연예인을 안다 ③자녀의 담임선생님 이름을 안다 ④한 번이라도 책을 읽어 준 적이 있다 ⑤일주일에 한 번 이상 스킨십(피부접촉)이 있는 놀이를 한다 ⑥자녀의 혈액형을 안다 ⑦자녀의 신장과 체중을 대략 안다 ⑧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안다 ⑨자녀의 예방접종 여부를 안다  ⑩모자 보건수첩을 읽은 적이 있다.

 

1~5번은 한 문항에 2점, 6~10번은 한 문항에 1점씩 계산해서 5점 이하가 나오면 요주의 아빠라고 한다. 막상 체크해 보니 문화씨도 움찔해지는데 아빠들이 겪어야 하는 신드롬은 이뿐만이 아니다.

 

돈버는 노하우가 아빠의 자격이 되는 ‘부자 아빠 신드롬’, 38세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삼팔선 신드롬’, 45세가 정년의 마지노선이라는 ‘사오정 신드롬’은 물론 주 5일제라는 새로운 생활패턴과 함께 등장한 ‘슈퍼맨 신드롬’도 있다.

 

주중에 빡빡한 업무 그리고 주말엔 집안일, 주말을 활용해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빠들에겐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재테크에 밝아 돈도 많고, 직장의 자리도 든든하고, 가족들의 주말을 위해선 인기만점의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어느 하나 소홀하면 요즈음 기준에는 그야말로 평범한 아빠가 아닌 나쁜 남자, 나쁜 아빠가 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가족과 사회가 당장 아빠의 짐을 나눠 들어주지 않으면 언젠가 아빠는 사라질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귀가 솔깃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아빠는 나눌수록 커진다. 그들의 파이팅도, 사랑도, 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