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미래 ‘실패 경험’이 좌우한다
우리 아이의 미래 ‘실패 경험’이 좌우한다
  • 김종휘_하자센터 기획부장
  • 승인 200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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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거친 아이가 문제해결 능력 높아

김종휘
하자센터 기획부장
지난 번 글에서 “너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물었는데 자녀가 대번에 무엇을 하고 싶다고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면 무조건 칭찬해주시라고 말을 했었지요. 학교 공부를 못 해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안 하는 것 같아도, 설령 내일이면 하고 싶다는 것이 또 바뀌더라도 무조건 칭찬해주시라고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뭔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했다가도 인터넷에 무수히 떠도는 좌절과 실패의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접합니다. 그 결과 미리 포기를 해버리고 나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이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번에는 “너 무엇을 하고 싶니?” 라고 부모가 자녀에게 처음부터 잘 묻지 않게 되는 경우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떤 경우일까요? 바로 공부를 잘 하는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내 아이가 지금 학교 성적이 우수할 때, 그래서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일 때, 부모는 “넌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자녀에게 묻지 않게 됩니다.

 

일단 명문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 궁리해도 된다고 보통의 부모는 생각하기 쉽지요. 입시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괜히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물어서 내 아이 머리 속이나 마음이 복잡해지게 하느니 그냥 지금처럼 공부만 열심히 잘 해라 하고 바라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해서 공부 잘 하는 아이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대답할 기회가 없어집니다. 아니, 그런 말을 하고 그것을 해보기 위해 그것 근처에 가볼 기회가 없어지죠. 전혀 그런 생각과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대학에 가게 되고, 대학생이 된 다음부터 멍~해지는 경우가 생겨나지요.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그것 주변을 배회해보고 한번 맛이라도 보고 그것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 이것은 학교 공부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하면서 뭔가를 성취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거기에는 학교 공부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시행착오의 보물이 있거든요.


진짜 시행착오의 보물, 그것은 자기 주도적인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문제해결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공부를 잘 하고 대학에 진학을 해도 말이죠.

 

대학에 들어가서도 또다시 입시 전쟁을 위해 온갖 자격증 따러 다니고 영어 연수 다니느라 여전히 삶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회사에 취직을 해도 정작 중요하게 요구받는 능력은 문제해결능력, 그것도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인데 이건 시행착오의 경험이 없이 책상에 앉아 원리 외우고 문제지 풀고 시험 점수 높여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거든요.

 

창의적 문제 해결의 열쇠 ‘경험과 시행착오’   


내 아이가 지금 성적이 좋고 학교와 학원과 자기 방을 오가며 교과서와 문제집과 열심히 씨름하고 있다면 명문 대학에 입학하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모라면 한번쯤 ‘내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당장 방문을 덜컹 열고 들어가서 “너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니?”라고 묻지는 마시고요. 그럼 아이는 십중팔구 “몰라” 그럴 겁니다. 내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고, 그 꿈을 찾아가게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행착오의 경험입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자칫 이런 시행착오의 경험 자체를 싫어하게 되고 피해가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부 잘 하고 시험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칭찬만 받았을 테니까요. 자신이 직접 겪어본 시행착오의 경험이 없이 “나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기 쉬운데 그 자신감만 가지고 정작 세상에 나와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고 더욱이 그것 주변에서 시행착오의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자기 혼자의 머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다가 아닌 것 같아서 지우고 다시 생각하고 지우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자기 안에 갇혀있게 됩니다.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엄마가 집으로 찾아온 미래의 사위에게 물어보지요. “형광등 갈아봤어? 못질 해봤어? 김칫독 묻어봤어?”라고요. 얼마나 그걸 잘 하느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시행착오를 겪어보았느냐 물어보는 것이지요.

 

아마도 공부 잘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태반이 삼순이 엄마 앞에 가서 그 질문을 받는다면 모두들 “아니오”라고 대답 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삼순이의 남자 친구 대답 역시 “아니오”였습니다. 물론 바로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삼순이 남자 친구는 대답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겪어보는 시행착오의 경험은 그 사람이 살아갈 미래의 보물이 된다는 측면에서 너무 뒤늦은 대답입니다.

 

요즘 부모님 중에서 공부 잘 하는 내 자녀에게 형광등 갈게 하고 못질 시키고 김칫독 묻으라고 일을 시키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냥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하겠지요. 설령 아이가 하겠다고 해도 말리면서 “넌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해”라고 말하는 부모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은, 특히 학교 성적이 좋은 아이는 시행착오의 경험 없이 시험지 푸는 기계가 되어 대학에 갑니다. 그렇게 혼자 머리로 생각하는 것밖에 할 줄 몰라서 나중에 정작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요구받을 때는 뒤처집니다. 그때부터 당황해하면서 점점 더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더욱더 자기 안에 갇혀 지낼지도 모르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호에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