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로 당당하게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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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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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사태,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제한적
국내 주택관련 금융시장의 선진화 계기로 활용해야

황상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브프라임 사태 동향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 증시 상황을 반추해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다시 부각된 8월 9일 이후 8월 17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71(-14.2%)포인트 하락 했으나 이후 8월 24일까지 153포인트(9.4%) 가량 상승하여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인한 확대된 증시의 변동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대부분 공식적인 소득증빙 없이 낮은 신용등급의 차입자에게 우량 모기지 대출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운용되는 대출을 의미하며 2004년 이후 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 하였다. 2003년 전체 신규 모기지 대출액의 8.3%에 불과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중이 2004년에는 18.9%로 크게 증가한 후 2006년 중 21.1%까지 상승하였다. 2006년 3/4분기 말 기준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규모는 전체 모기지 대출의 11.8%를 차지하며 잔액으로는 1조 2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 관련 시장은 크게 1, 2차 시장으로 나누어진다. 1차 모기지 시장은 주로 차입자와 모기지 대출회사 사이에 발생하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와 대출을 해 주는 은행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상상하며 되겠다. [그림 1.의 (1)에 해당] 2차 모기지 시장은 1차 모기지 시장에서 대출거래에 의해서 발생하는 대출채권, 즉 은행이 차입자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 주고 대가로 가지게 되는 원리금을 수취할 수 있는 권리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유동화 증권 시장을 의미한다.

 

 

모기지 대출업체는 대출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수취하게 되는 원리금을 단기간에 유동화시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주택저당담보부 채권(Mortgage Backed Security: MBS)을 발행한다. 2차 모기지 대출 시장은 바로 이러한 유동화 증권 시장을 의미한다. [그림 1.의 (2)와 (3)에 해당]

 

2007년 2월 말 이후 발생했던 글로벌 주식시장의 큰 폭 조정은 중국 증시의 과열에 대한 우려와 엔케리 트레이드의 청산 등 불안요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 증가에 따른 미국 모기지 관련 회사들의 파산 및 영업정지 등의 불안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즉 2007년 상반기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아래 그림 1. 의 (1)부분에 해당되는 것으로 주로 1차 모기지 시장인 차입자-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회사 사이에서 발생한 불안요인과 관련된 것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사태는 서브프라임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융기관 및 펀드들의 부실화가 주요 원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기반의 주택저당담보부 채권(MBS)과 부채담보부 증권(CDO)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Bear Stearns, Macquarie, Dillon Read, BNP 파리바 등 글로벌 헤지펀드 및 투자은행들이 운용하는 서브프라임 관련 펀드의 손실이 구체화된 결과이다. 즉 최근의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는 그림1.의 (2)와 (3)에 해당하는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된 여러 유동화 증권에 투자한 투자은행들의 펀드 수익률 하락이 불러일으킨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미국 연방 준비은행과 유럽 중앙은행은 공개 시장 조작 등을 통해 대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올 3월에는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 금융상품의 손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관련 파생 금융상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손실파악이 상당한 시간을 요함을 의미하며 현재도 완벽한 손실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경제적 파급효과

 

2006년 3/4분기 말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잔액은 1조 1900억 달러로 전체 모기지 대출 잔액(10조 300억 달러)의 11.8%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3/4분기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은 12.6% 로 1495억 달러가 1∼60일까지 연체되었고 연체된 서브프라임 대출 규모는 미국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가치의 0.7% 정도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연체율 증가는 모기지 대출회사들의 폐업과 피인수 사태를 초래하였는데, 모기지 대출업계 2위인 New Century Financial은 230억 달러 상당의 부채를 안고 파산절차 진행 중이고 대출규모 6위인 AmeriQuest는 소매부분의 영업을 폐쇄하였고 7위인 Option One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총 2006년 1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총 15개의 군소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회사들이 폐업을 신고하기도 하였다.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는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MBS로 증권화된 모기지는 전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54%인 6400억 달러 규모이며 이들 MBS의 손실 규모가 3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MBS 등 1차 증권화 상품을 기반으로 발행된 2차 증권화 상품인 CDO의 평가손실 규모는 180∼2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주택저당담보부 채권(MBS) 및 부채담보부 증권(CDO) 등 관련 파생 금융상품의 평가손실액은 총 61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적 손실에 대한 우려는 헤지펀드 및 ABS 투자펀드의 환매 및 청산을 초래하여 미국 부동산금융 부실이 국제금융시장으로 파급되는 양상도 목격되었다. 투자은행 Bear Stearns는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채담보부 증권에 주로 투자한 200∼300억 달러 운용규모(자본금:20억 달러)의 헤지펀드 2개의 파산 신청을 한 상태이고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는 ABS에 주로 투자하는 총 자산가치 38억 달러에 달하는 3개 펀드의 환매와 가치산정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국내 금융기관은 서브프라임 관련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노출이 미미하며 현재 300억원 미만의 평가손실이 예상된다. 국내 한 주요 금융기관은 MBS와 CDO에 투자하여 6월 말 현재 260억 원의 평가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의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

 

정량적인 분석은 다소 힘든 상황이나 서브프라임 부실은 다양한 파급경로를 통해 미국내 투자 및 소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중요한 자금원이었던 1, 2차 증권화 시장의 부실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원을 감소 시키고, 이는 다시 유질처분된 주택재고의 증가와 맞물려 주택건설 및 주택거래를 감소시켜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 및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펀드들의 수익성 악화가 최종 투자자들의 손실과 자본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경우 역(逆) 부(富)의 효과를 통해 민간소비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내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자율 상승에 따른 기업의 차입비용 증가는 투자를 저해하여 내수 둔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미국정부의 정책집행을 통해 어느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기지 회사인 Freddie Mac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대체할 만한 안정적 프로그램을 제공키 위해 2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고 Fannie Mae는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의 유질처분을 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안정적인 대출상품을 공급할 목적의"HomeStay"라는 회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미국 연방준비 은행은 재할인율을 인하하는 등 서브프라임 사태의 강력한 해결의지를 보이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있어서 향후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제도적 보완과 투명성 확보에 대한 정책적 제고가 동반된다면 일시적인 금융시장 교란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부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제거함으로써 실물경제로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차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부실문제의 국내 경제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택담보 대출 시장은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를 통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2006년 중 월평균 2조2천억원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2007년 중 월평균 1200억원씩 증가하며 증가세가 크게 둔화 되었다. 또한 다양한 변형(Hybrid) 대출상품이 존재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과 달리 대출구조나 상품이 단순한 국내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감독당국의 모니터링 또한 용이하다.

 

서브프라임 부실문제의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도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세와 일본, 유럽, 중동 및 개발도상국의 경기회복세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의 수입수요 둔화를 보전할 가능성이 있어 서브프라임 사태의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물경제 차원에서는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내수진작 및 신성장 동력의 확충 등 국내 경제현안이 보다 더 중요하다. 다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미국 소비에 대한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경우 세계경기 성장세가 둔화되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정책적 시사점

 

서브프라임 관련 금융혼란은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과 조정이라는 인식하에 당당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선제적 대응은 사태의 심각성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식시켰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초기대응이었다고 분석된다. 예상외의 정책충격 등 신뢰성을 해치는 위기관리 정책은 자기실현적 혼란을 더욱 심화시켜 시장 참가자들의 안정적인 균형으로의 수렴을 저해하는 반면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기대를 수정하며 안정적인 균형으로 수렴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혼란 양상을 보이는 작금의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필수적인 정책은 투명성 제고와 선제적 대응인 셈이다. 또한, 향후 국내·외 서브프라임 관련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부실발생이나 여타 금융상품의 부실문제로 파급될 가능성을 대비한 대책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관련 파생 금융상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현재 정확한 손실규모의 파악이 힘든 상황이고, Alt-A등 서브프라임 이외의 모기지 대출 부실가능성이 부각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파악된 잠재손실도 향후 수 개월 후에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된다. 서브프라임 채무 불이행에 따른 유질처분(foreclosure)의 손실이 실현되는 데에는 수 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외 금융기관의 손실규모를 적시에 파악하기 위한 면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요구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제고하는 장기적인 정책과 금융시장의 일시적 교란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단기 정책의 조화도 필요하다. 단기적인 자산 및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이 장기적인 실물경제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금융시장의 혼란이 잠재되어 있는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을 증폭 및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목표가 일시적 금융 교란요인에 영향받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단기의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장기 경제정책과 단기적 금융안정화 정책과의 유연한 조화는 제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체계적인 분석은 장기적으로 국내 주택관련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필수조건이라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주택금융시장의 선진화가 요구되고, 주택금융시장은 다른 금융상품 시장과 달리 공익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어 시장원리의 효율성이 제약받기도 한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체계적 분석을 통해 국내 경제·산업·문화 환경에 최적인 주택금융 시장의 선진화의 틀을 마련해 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