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의 밥, 걸인의 찬
왕후의 밥, 걸인의 찬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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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깊어간다’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나 ‘가을’과 ‘밤’인 듯 싶습니다. 여름이나 겨울은 아예 깊어간다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고, 봄은 말은 되지만 왠지 제 표현이 아니라는 느낌을 줍니다. 깊어가기에는 가을이 제격이지요. 아침이나 낮도 깊어갈 수 없고, 새벽 정도가 있을 터인데 그래도 제 맛을 내는 건 밤입니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 밤’에 <참여와혁신>이 조촐한 자리 하나를 마련합니다. 이미 지난호에 알려드렸듯이 <참여와혁신>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겼습니다. 9월호 발행 이후 정신 없는 준비 과정을 거쳐 추석을 앞둔 시점에 이사를 마쳤습니다.

 

이사를 마치면 바로 여러분들께 ‘신고식’을 하는 게 예의겠지만 사정이 그리 여의치가 못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아직 ‘정리’를 다 마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무실의 공간이 협소해 저희가 보유하고 있던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자료는 거의 창고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래도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면서 자료실을 마련했고, 자료들을 제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려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군요. 창고에 그냥 쌓여 있던 자료들만 해도 2.5톤 트럭 4대 분량이었으니 이걸 정리하자면 손 꽤나 가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그간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집들이’를 아니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11월 2일(금) 저녁 6시 30분에 <참여와혁신>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참여와혁신>이 공간을 이전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노동과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좀더 열어놓고 많은 분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러분을 모실 정도는 되었습니다.

 

‘입주식 및 후원의 밤’이 <참여와혁신> 구성원들과 그간 <참여와혁신>을 응원해 온 분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차린 거 없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함께 덕담도 나누고 내일도 준비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십시오.

<참여와혁신>은 앞으로도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을 내놓겠습니다. 가진 것 없기에 화려한 찬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노사관계를 둘러싼 구석구석을 다 담아내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라는 <참여와혁신>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왕후의 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푸짐하게 내용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경제며 사회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내일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두를 위한 일인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노동’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입니다. ‘노동’은 ‘노사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몸을 움직여 일을 하고, 그 속에서 공동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소중한 가치들을 생산하는 일입니다. 바로 우리의 삶 자체가 노동입니다.

 

앞으로의 선거전 기간 동안 ‘노동’을 제대로 말하는, 우리 사회의 노동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후보가 나오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