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성 확보하는 국감으로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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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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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자율성 말살 기도 철회해야

이재기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책1실장>

 

이제 17대 국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이어 마지막 국정감사도 시작된다. 이번 국정감사에는 과연 우리 국민들을 대리하여 국회에서는 어떠한 모습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에 임할까? 행여 여·야간 정쟁으로 정책국감은 뒷전이라는 해묵은 비판을 또다시 받지는 않을는지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다가온다.

 

우리 공공부문은 사회공공성 확보라는 대전제아래 힘찬 노동운동을 강력한 투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공공성 확보투쟁에는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제시될 수 있지만 올 한해 우리 공공부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몇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이번 정기국감에 기대를 걸고 싶다.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 보장해야

우선 첫 번째 화두는 공공부문 노동계를 태풍의 회오리에 몰아넣은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의 틀을 견고히 하기 위해 기존의 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새로운 법제도를 시행한 바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이다.


이 신법은 관료적 통제를 답습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길들이기 지침서이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정부는 인력감축 및 민영화, 기관별 경영평가제 실시, 기관장 공모제 등을 통한 공기업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몰아붙여왔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안착된 2004년 이후에도 여전히, 공공부문을 방만 경영 및 도덕적 해이의 상징으로 매도하며,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2단계 개혁 작업을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의 폐지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실상 관료적 지배구조의 틀을 온존시키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흐름을 중층적으로 포함시킨 형태에 불과하다. 즉,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부문에 대한 관리통제권을 기획예산처에 집중시킴과 함께, 시장가치에 준거한 공기업 지배를 강행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공공성의 약화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줄기찬 투쟁에도 구태의연한 모습을 유지하여 왔다. 우리 노동계는 지난 05년 11월 말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공청회장의 점거투쟁을 도화선으로 정부의 지배구조 혁신방안을 노사정위원회 논의 선상으로 끌어들이고, 06년 5월에는 민주적 지배구조 확립을 권고하는 노사정위 공익위원 권고문을 이끌어내는 등, 일방적 지배구조 개편을 저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섰다.

 

같은 해 9월에 열린 정기국회에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 상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이사회 및 임원추천위원회에 민주적 지배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노동계 참여 보장을 줄기차게 요구하였고, 입법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하여 공공성 상실 및 대국민 서비스 저하, 그리고 기획예산처 권한 집중의 폐해 등의 문제들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표하였다. 정부와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청와대 및 유관부처, 심지어는 기관의 경영진까지 부추겨 파상적 공세를 취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노동계는 법안의 모순점 및 법안 통과 시 미칠 파장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노동계인사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에도 단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독단으로 현재까지 열린 8차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위원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법률 제정 및 노정협의 과정에서 노조 또는 노사협의회 대표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기로 논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하는 등 당초의 취지와 다르게 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연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인가? 공공기관 통제에 관한 법률인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노동자의 민주적 참여를 배제하고,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말살하여 획일적인 통제, 관리 체계 하에 두려는 정부의 의도를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 놓은 법이다. 이러한 법은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공성의 본질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국회에서 나서야 할 때이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에서 법의 취지를 살려 법을 운용하느냐 겉포장만 요란하고 타율과 통제를 통해 과거보다 더 후퇴한 제도를 운용하느냐 이러한 판단을 이번 정기국감에서 냉철하게 다뤄주길 바란다.


국민 부담 가중시키는 통합징수

둘째, 현재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보험 적용·징수 통합제도는 적용 당사자인 국민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지 미지수이다.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일부 사업장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뿐 사업장의 근로자나 4대 보험 중 일부만을 적용하고 있는 지역가입자들에게 있어서의 행정편의나 혜택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보험가입자인 국민은 자격·부과·징수업무만 전담하는 공단이 신설되므로 급여(보상)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국민(가입자)은 징수공단과 기존공단 양쪽을 다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및 서비스 확대라는 단기적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징수업무의 효율성만 고려해 졸속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사회보험제도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의 국민여론 조사에서 88%에 달하는 국민이 ‘늦더라도 충분한 사전준비와 사회적 동의를 구한 후에 해야 한다’고 답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정부가 최고로 내세우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 설립은 오히려 비용증가를 수반할 뿐만 아니라 보험료 징수율 하락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이나 사회보험의 혜택축소라는 부작용이 필연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번 정기국감에서 올바른 지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한다.

 

노정합의 이행이 우선

마지막으로 그동안 많은 논란과 어려움 속에서 추진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올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지원 특별법」을 마련·시행함으로써 혁신도시 기본구상 수립에 따른 지역별 혁신도시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공공부문은 2005년 6월 수도권 과밀문제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일부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득과 이해를 구하여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입지선정 심의 및 지방이전 추진사업에 적극 참여하여왔다.

 

하지만 노정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가장기본적인 전제조건인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이 바르게 마련될 수 있고 이전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문화, 복지 등 양질의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노정합의사항을 바탕으로 한 이전지원 실천력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노조와 맺은 약속을 어영부영 넘기려 하고 있다.

 

우리 공공부문은 정부와 이전지역 지자체에 대한 철저한 협약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의 불이행시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이전지역 지자체는 약속을 이행하고 이전대상 공공기관이 대원칙에 입각한 협조를 담보할 때 비로소 이를 토대로 최적의 정주여건과 양질의 도시환경을 갖춘 혁신도시 건설 및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살고 싶은 모범도시가 되고, 지역의 새로운 발전거점 및 국가균형발전의 모태로 정착될 것이다. 이런 노·정 간의 합의사항 이행실천력을 이번 정기국감에서 짚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부문의 현안사항을 토대로 이번 국감에서 제대로 된 국회의 역할을 기대해보며 나열해 보았다. 이번 정기국감에서 정부정책의 이러한 문제점이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하지만 설령 밝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공공부문은 제대로 된 정책의 토대 위에서 올바른 사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의 박차를 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