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에 익숙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
좌절에 익숙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
  • 김종휘_하자센터 기획부장
  • 승인 200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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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거친 아이가 문제해결 능력 높아

김종휘
하자센터 기획부장
다시 시작한 연재 글이 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내 아이를 자주 칭찬하고 격려해주시라고 했습니다. 무엇에 대해서냐면 뭘 잘 해서가 아니라 공부 외에 관심 갖는 것이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할 때라고 했지요.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걸 그대로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면, 그 꿈을 꾸는 만큼 자기 삶이 꿈을 닮아간다고,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두 번째 글에서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모르는 대표적인 아이가 바로 학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고 했지요. 공부를 잘 하니까 부모가 “넌 지금 뭘 하고 싶니?”라고 묻지 않게 되고, 이런 아이는 머리로 하는 공부만 하다 보니 몸으로 부딪쳐서 시행착오를 거칠 때만 체득하는 삶의 문제해결능력은 정작 기르지 못한다고요. 공부 잘하는 것으로 늘 칭찬만 받았으니, 그 성적이 삶의 능력 전부인 줄 알고 대학에 가고 사회로 나오는데, 그때부터 부딪히는 모든 일은 공식과 모범 답안이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 투성이니 쩔쩔매게 되겠지요.  

 


이번 세 번째 글에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다시 미루고, 이번엔 청소년기를 학교-학원-집을 오가며 공부만 하며 지내느라 일상에서 몸을 움직여 시행착오를 거쳐볼 경험(형광등 갈고, 못질 하고, 김칫독 묻고 하는)을 잃어버린 아이가 장차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는 그 무렵에 이르면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어 있을지를 묘사해볼까 합니다. 이 묘사는 한국에서는 한창 진행 중이고 일본에서는 이미 몇 가지 유형의 청소년 문제로 크게 부각된 현상을 참고삼은 것인데요. 한 마디로 부모들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지요. 

 

누가 은둔형 외톨이 되나

일본에서는 은든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오래 전부터 큰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해야 할 나이에 집(자기 방)에 틀어박혀 몇 년 이상씩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는 청소년과 청년을 가리켜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는데요, 누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지 여러 전문가들이 살펴보았더니 그 결과는 의외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이유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그 유형도 여러 가지이지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게 여겨지는 유형의 청소년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꽤 많아서 충격을 주었던 것이랍니다.


그 유형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잘 했고, 품행은 단정했으며, 부모에게는 순종적이며, 성격은 착하고 온순한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라면 사실 우리 부모님들이 바라는 이상적 자녀상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런데 그런 아이가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는 겁니다. 한번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면 집 안에서조차 부모와 마주치는 것도 피하게 되고 자신을 세상과 완전히 단절시키는 쪽으로 더 기울어진다고 하니 왜 그렇게 되는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 같네요. 우리 사회도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좌절 극복하기’ 

일본의 어느 정신의학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지 않는 청소년을 보면 이렇다네요. 그런 청소년은 패션 유행에 민감하고 최신 음악을 듣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화제를 소재 삼아 이야기를 즐기는데, 그 대화 속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개성 있게 전달하거나 어떤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힘이 약하답니다. 또, 친구들끼리의 관계를 너무 중시하고 있어서 조금만 갈등이 생기는 것 같으면 바로 그 갈등의 싹이 트지 못하게 제거해버리는 식의 수다스럽고 시끄럽고 의미 없는 대화에 많은 시간 동안 치중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청소년은 이렇다네요. 학교와 집에서 어른들이 말한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자기 방에서 책을 잃고 문제를 풀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렇게 해서 시험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곧 잘 하는 것이라고 믿고 지냅니다. 그러다가 친구들의 화제에 끼지 못해서 따돌림을 받거나, 원했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혹은 대학을 갔으나 교우 관계에서 상처를 입거나 하는 큰 좌절이 왔을 때가 닥치면 그 좌절을 깊게 생각하고 무엇보다 혼자 머리로만 생각하면서 속으로 갈등과 스트레스를 키우는 과정을 밟는답니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는 한결같이 부모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깊게 가지면서, 동시에 자신을 그런 모양으로 기른 부모를 미워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한답니다. 또, 동시에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조바심을 내는 머리로는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친구를 만나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첫발을 내딛기를 무엇보다 가장 힘들어한다는군요.

 

너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인가요? 다음에는 이런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안내하고 자립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부모들이 내 자녀와 함께 지금 시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