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광고에 낚이실래요?
여러분, 이 광고에 낚이실래요?
  • 안상헌_카피라이터
  • 승인 200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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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인 사람도 끝까지 모르게 만드는 광고 속 미끼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낚였다…’
언제부턴가 이 단어가 낚시터를 벗어나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바로 ‘속았다’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댓글이나 뉴스, 이메일 제목을 보고 들어가 보았을 때 전혀 기대 이하거나 엉뚱한 내용이어서 허탈할 때 쓰면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낚였다!’ 이 정도 되면 미끼를 덥석 문 붕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내로라하는 분들이 단체로 붕어가 되고 말았다. 바로 학력위조로 불거진 신 모씨 스캔들이다. 낚임의 미학으로 보자면 말 그대로 한 사람에게 예술계와 학계, 정계가 낚인 셈이다. 사람들은 수군댄다. ‘어떻게 감쪽 같이 속았을까?’그건 물론 미끼가 아주 먹음직스럽거나 감쪽같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낚였다는 걸 아는 순간, 냉정한 현실이 기다리지만 상대적으로 낚였다는 걸 아는 순간, 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광고에게 낚이는 경우다. 자, 모두가 낚인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자.


몇 년 전 미국 백악관은 웃지 못할 브리핑을 했는데 그 내용은 엉뚱하게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는 낙서가 없고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리얼리티를 가장한 한 광고동영상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이 아주 발칙하다. 칠흑 같은 밤 철조망을 뛰어 넘는 젊은이, 그리고는 활주로에 있는 에어포스원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 그 내용은 미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낙서 금지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 영상자체가 카메라의 흔들림과 거친 숨소리까지 너무 리얼한 덕분에 네티즌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백악관까지 나서면서 한 의류브랜드의 광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금은 전설이 된 ‘선영아 사랑해!’ 광고도 많은 사람이 낚였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광고의 기본은 진실성에 있지만 요즈음 같이 광고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을 낚기란 제 아무리 뛰어난 낚시꾼이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낚고 낚이는 게임은 계속 되기 마련이다. 눈길을 끌기 위한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귀여운 속임수라고나 할까?

 


그래서 이 게임의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는 많은 광고들이 UCC(User Created Content) 전성시대를 맞아 광고가 아니라 네티즌이 직접 만든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영상 속의 주인공 ‘백 부장’이 실제 인물이냐를 두고 많은 관심을 일으켰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동영상 시리즈가 이를 말해준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광고는 문 사람도 끝까지 모르게 만드는 미끼가 아닐까? 낚시꾼도 물고기도 모두 점점 영리해지는 시대, 누가 누굴 낚을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