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일자리 줄고 서비스 일자리 증가
전통적 일자리 줄고 서비스 일자리 증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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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양극화 기대, 어떻게 대비할 건가
인력부족 전망 속 일자리 부족 딜레마
전문성 양성 및 복지 향상 등 고용의 질 개선돼야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경제성장률 패턴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연평균 7~8%를 유지하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4%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과거 고성장체제에서 저성장체제로 전환하면서 경제성장과 고용이 연동되지 않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영업을 포함한 전체 일자리가 연간 30만개를 넘어서지 못했고, 2007년 일자리 창출 규모 역시 지난 해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할 전망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5% 수준을 넘어 설 것이라는 희망적인 경제성장전망과 함께 일자리 30만개 이상 창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으나 만연한 일자리 부족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고용딜레마’에 빠진 우리 사회

 

우리 사회는 머지않은 장래에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경제성장에 필요한 적정 노동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인력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우리 눈앞에는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남용 및 차별 문제, 청년실업 등과 같은 고용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일자리가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저고용 현상과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따른 노동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만 하는 ‘고용 딜레마’(dilemma of employment)에 빠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은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회 경제적인 과제로 다가왔다.

 

줄어드는 제조업 일자리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산업별 노동력 구성의 변화를 보면, 농업 및 어업, 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 가사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것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지난 7년 동안 농업 및 임업 취업자는 2.8%, 제조업은 2.3%, 도매 및 소매업은 2.1%, 가사서비스업은 0.3%씩 감소하였다. 

 

다른 한편, 사업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기타 공공, 수리 및 개인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가 꾸준하게 증가하였다. 사업서비스업 취업자가 2.4%, 교육서비스업은 1.5%, 기타 공공, 수리 및 개인서비스업은 1.35%,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은 0.9%씩 늘어났다.

 

2000년 기준에서 노동력 구성 비중이 높았던 제조업, 도소매업, 농림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 취업자 규모가 하락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았던 산업의 고용흡수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서비스산업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중화학 편중적인 제조업, 수출중심적인 개방경제체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민경제에서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아주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비중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나 두 가지 정도 지적해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성 증대가 사람 대신 기계로 대체하는 노동절약적(labor-saving) 생산기술에 의해 주로 달성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제조업이 고용부담을 임금절약의 목적으로 서비스산업으로 전가시켰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사업서비스업 취업자 규모 증대는 용역 및 파견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증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업서비스업은 제조업 관련성이 높은 산업으로 취업자 대부분은 제조업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서비스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도 고용의 질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산업별 취업구조 동학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제조업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서비스산업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하여 산업구조의 서비스화 경향이 분명해질 것이다.


예컨대 지난 몇 년 동안 서비스산업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였던 사업서비스업 일자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사회복지 서비스 수요 증대에 따라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성장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농업 및 임업 등의 일자리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산업별 취업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변모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으나, 고용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 숙련 직종 일자리 줄어든다

 

지난 7년간 우리나라 직종별 노동력 구성 변화를 보면, 사무종사자, 전문가, 단순 노무종사자 등은 늘어나고, 농업, 임업 및 어업 숙련 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판매종사자 등은 줄어들었다. 전문가, 사무종사자와 기술공 및 준전문가 등 고숙련 직종과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와 단순 노무종사자 등 저숙련 직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하였다.

 

다른 한편 농업, 임업 및 어업숙련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으며, 고용감소 속도 또한 가장 빠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력 수요의 숙련별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선진국 사례에서 볼 때, 숙련 편향적 기술변화와 산업구조 변화의 불가역성으로 인해 숙련구조의 중간영역이 지속적으로 해체되면서 숙련수준의 상향 또는 하향 편중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력 수요의 숙련별 편중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10년간 일자리가 사무종사자, 서비스종사자, 기술공 및 준전문가, 단순노무종사자,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판매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감소할 것으로 본다.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과 산업구조 변화 패턴이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경우 노동수요의 ‘직종별 편향’ 현상은 심화된다.

 

‘고숙련’ 직종과 ‘저숙련’ 직종 취업자가 편향적으로 증가하는 ‘모래시계형’ 직종별 고용구조는 고용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동시장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근로자의 능력 또는 숙련수준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된다고 할 때, 고숙련 직종과 저숙련 직종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는 불가피하고,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될지도 모른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숙련 수준의 차이는 근로소득 불평등의 원인이다. 노동수요의 직종별 편향 효과는 ‘고용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모래시계형’ 직종별 고용구조는 외국인 노동력의 수요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숙련 직종에서 고용의 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저숙련 직종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은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내국인 근로자의 소위 3D 직종 취업 기피 현상을 낳아 인력부족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저숙련 직종이 외국인 노동력에 의해 충족될 경우 장기적으로 중간 숙련 수준의 기간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노동력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법률에 의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력의 숙련형성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노동시장의 직종별 숙련구조가 기형적으로 구축되어 국민경제 전체의 비효율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고용의 질이 개선되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산업고도화는 숙련 편향적 기술변화를 유발하고, 그로 인해 고학력 직종 및 고숙련 직업군의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직종별 양극화 구조는 선진국 사례에서 쉽게 확인된다. 이와 같은 고용구조 변화는 세계적 추세라는데 대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모래시계형’ 직종별 고용구조에 따른 고용양극화를 비켜가기 위해 고용의 질 개선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만약 저숙련 직종의 저임금 현상이 지속될 경우 내국인 경제활동인구의 노동력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쟁력이 취약한 저숙련 직종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저임금-저숙련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단기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숙련노동자를 양성하고 고용의 질을 개선하여 생산성 및 품질향상을 추구하는 하이로드(High Road)전략을 추구하는 장기주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기존의 양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에서 고용의 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시야를 돌려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노동자 역시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 추구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고용의 질 개선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상황이 전혀 변화하지 않은 노동시장의 미래는 아무도 상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