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전망대] 새 정부 노동정책이 핵심 키워드
[노사정 전망대] 새 정부 노동정책이 핵심 키워드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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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사관계 충돌 가능성 가장 높아

어느 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2008년 노사정 관계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08년 노사정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새 정부의 출범이 될 것이다. 이는 <참여와혁신>이 해마다 실시하는 창간기념 설문조사 ‘노사관계 영향력 순위’에서 대통령이 늘 1, 2위에 꼽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노사정 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노총-정부 파트너십 잘 이뤄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2008년 노사정 관계가 평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볼 때 ‘친기업적 보수 정부’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한국노총이 이명박 당선자측과 정책연대를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했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수립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내건 핵심 구호인 ‘경제살리기’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업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강화라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에 대한 ‘공헌도’가 낮다는 점도 파트너십 형성에 있어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들과의 표차가 워낙 크게 났고, 따라서 노동계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이전 선거들처럼 박빙이었다면 노동계의 지지가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이명박 당선자 진영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당선을 이뤄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노총에 소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전선 형성할 듯

민주노총과 새 정부는 첨예한 대립와 갈등이라는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민주노총으로서는 노무현 정부 후반 들어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지난 10년 간 정부와는 사실상의 ‘허니문’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민주노총 출신 인사들이 정부에서 활동을 했고, 정부와 청와대 등에 민주노총 관련 인맥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막후 협상 등의 통로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이런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장에서도 정부와의 전선 형성을 통해 선명성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공무원·공공 노사관계 긴장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자주 주목을 받게 될 것은 공공, 공무원 노사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부처의 통폐합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이는 공무원 노사관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요인이다. 공무원노조는 2007년 대부분의 노조가 법외노조를 벗어났다. 현재 공무원노조들이 사분오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는 단일한 대오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실상의 공무원 노사관계 원년이랄 수 있는 2008년이 상당히 삐걱거리는 한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들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효율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 됐다. 공공 부문 노사관계가 곳곳에서 폭발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 제자리걸음? 후퇴?

사회적 대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국노총 참여, 민주노총 불참이라는 사회적 대화의 기조는 기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새 정부와의 정기적인 정책협의회를 가진다고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한국노총-한나라당 간 정책협의와 노사정위원회의 두 축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간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자주 보여 왔고,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회 무용론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 유지 여부까지 전반적으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으로서는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내부 이견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새 정부에서는 더욱 더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민주노총에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대화 참여 명분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

 

비정규직·산별 노사관계도 쟁점

비정규직 문제는 2008년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이다. 두 노총 모두 이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높기 때문에 새 정부 초기 노정 충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높다.

 

총선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수정보완 과정에서 재계의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정 모두 초기 기선제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비정규직 문제는 향후 판세를 둘러싼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로서는 비정규직 문제는 명분상으로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고, 정부로서도 법과 기초질서 확립을 수차례 강조한 상황에서 타협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

 

산별 노사관계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역시 금속노조가 자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007년 완성차 노조들이 참여해 덩치가 커진 금속노조가 2008년에는 본격적인 산별 중앙교섭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 산별 노사관계 최대의 쟁점은 완성차 업체들의 중앙교섭 참가 여부가 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금속노조는 완성차 업체들이 ‘산별교섭 확약서’를 작성한 만큼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약속을 한 이상 그 약속을 지키라고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그 ‘확약서’라는 것이 해석상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은 현대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한 완성차 업체 노무 담당자는 “현대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중앙교섭 참가 여부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 관계자들도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산별교섭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임자 임금·복수노조 문제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조용한 가운데 소용돌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2009년 말까지 유예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2009년에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2008년에 논의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것이 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재계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혹은 각 노조의 상황에 따라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대형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굳이 끄집어내 분란을 만드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경우도 있고, 비슷한 세력 분포의 내부 경쟁자가 있는 노조도 복수노조 허용을 썩 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사안들이 2008년에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경우 앞선 두 차례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또다시 정치적 타협을 통해 유예시키는 경우도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