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상 ‘사전협의’ 조항 지키지 않은 전보?
단협상 ‘사전협의’ 조항 지키지 않은 전보?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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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정당성 있다면 회사의 전보 발령 유효
사전협의 절차는 전보의 정당성 판단하는 자료에 불과
변호사 김도형
법무법인 지성
A는 외식업체인 B사에서 일하고 있고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B사는 지난 해 중간관리자와의 면담을 통해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며 타 지역으로 A를 전보 발령하였고, A는 이에 응하였습니다. 당시 A의 아내는 거리상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아이들과 함께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발령받은 지역의 직영점에서는 점장까지 지낸 A에게 주방일만 지시하는 등 사실상 불이익을 가하였고, B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령 후 3개월 만에 A를 다시 원래 근무지로 발령하였습니다. 이에 A는 2차 발령지가 곧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되기로 확정된 점포로 조만간 3차 발령이 예상되고, 1차 발령으로 A의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하였음에도 2차 발령을 내린 것은 명백한 퇴직강요라고 주장하면서 2차 발령을 거부하고 있으나, B는 계속 인사이동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A와 B가 체결한 근로계약상 A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고, B의 단체협약에는 ‘타 지역 발령시 본인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경우 A에 대한 2차 전보가 정당한지 여부 및 A의 2차 전보발령에 불응에 대한 징계 가부에 대하여 문의하셨습니다.


1. 전보명령의 정당성 여부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따라서 사용자의 전보·전근명령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규정, 노동관행 등 근로관계의 실태에 비추어, ① 근로계약상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에 관한 약정의 범위 내에서 ②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③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교량하여 합리성이 있으며, ④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직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근로자에게 구속력을 갖춘 적법·유효한 인사명령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사례의 경우, 근로계약상 근로의 종류와 내용 및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점에서 B는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전보발령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2차 전보지가 곧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되기로 확정되어 3차 전보가 확실히 예상되고, 1차 전보로 A의 부인이 퇴사를 하고 전 가족이 이사를 한 점에서 2차 전보는 그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는데 반해 근로자에게는 큰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 점, B는 단체협약상 전보시 근로자와의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A와 아무런 협의를 거친 바 없어 전보발령 과정에서 요구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A는 2차 전직발령의 정당성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단협상의 ‘사전협의’, 의견제시 기회제공 정도 의미

 

다만, B는 전보시 근로자와의 협의를 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에도 불구하고 2차 전보시 A와 아무런 협의를 거친바 없는데, 대법원은 단체협약상 노동조합과의 협의사항이 문제된 사안에서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인사를 하기 위하여는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것은,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회사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로 인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회사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간부 등에 대한 인사의 내용을 노동조합에 미리 통지하도록 하여 노동조합에게 징계를 포함한 인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조합측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노동조합으로부터 제시된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하게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인사가 위와 같은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행하여졌다고 하여 그 인사의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대법원 1995.8.11. 선고 95다10778 판결 참조)한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규정된 근로자와의 협의절차는 근로자에게 의견제시의 기회를 주고 제시된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하게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고, 전보에 있어 사전협의 절차는 전보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B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2차 전보를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2. 전보발령 불응행위에 대한 징계 가부


전보명령이 무효가 아니라면 근로자로서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유효한 전보명령에 불응하여 부임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의 규정에 따라 전보명령에 불응하여 장기간 계속 무단결근할 경우 회사로서는 징계해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은 당연하나, 전보명령이 무효라면 이에 응하지 아니한 근로자의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5.8.11. 선고 95다10778 판결, 대법원 1995.5.9. 선고 93다51263 판결 참조).


따라서 위 사례의 2차 전보의 정당성이 부정될 경우, B가 A의 2차 전보발령 불응행위에 대하여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한 것 또한 위법·무효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