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죽이는 말과 혁신을 살리는 말
혁신을 죽이는 말과 혁신을 살리는 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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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어느 쪽?
혁신적 아이디어는 씨앗과 같은 것
관심 갖고 보살펴야 꽃 피고 결실 맺는다

박은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혁신 없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요즘엔 상식이다. 소비자의 취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런 와중에 잠깐만 제자리걸음을 해도 뒤쳐지게 된다. 반면에 제품 몇 개만 혁신을 잘해도 기업의 시장가치가 쑥쑥 올라간다. 도요타는 선도적으로 환경친화적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개발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더니 5년 사이에 시장가치가 150%나 올랐다. 애플은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어 시장가치가 5년 사이에 무려 일곱 배로 뛰었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는데, 정말 혁신을 이루는 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

 

혁신적 아이디어 성공률은 3000대 1

 

혁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에는 사람들 앞에서 제안해야 하고, 제안한 아이디어는 프로젝트로 만들어 시도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거쳐 완성한다. 모처럼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봐도 그 중에 성공적으로 개발을 마쳐 실행되는 것은 몇 개 안 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신상품의 경우 3000개의 아이디어 중에 300개만이 제안이 되고, 제안된 300개 아이디어 중 100개만이 시도되며, 100개의 시도 중 1개만이 신상품으로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실행이 되는 확률이 1/3000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혁신이 실행되기 어려운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장애요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공격적인 말 한마디에도 쉽게 수그러진다는 것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씨앗과도 같다. 한 사람의 새로운 생각이 조직 전체에, 그리고 나아가 시장 전체에 퍼져 결실을 맺어야 비로소 현실화되는 것이다. 똑같은 씨앗이라도 환경이 좋으면 꽃이 피지만, 환경이 열악하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혁신은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에도 쉽게 밟힌다. 그럼 어떤 말들이 혁신의 싹을 밟는 것일까? 4가지의 혁신을 죽이는 말들을 살펴보자.

 

殺言 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마라”

 

첫 번째 혁신을 죽이는 말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마라”는 말이다. 이 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어렵게 만든다.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한다.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이 참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있는 아이디어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데, “자기 분야도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지 못하니, 자연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다. 혁신을 싹수부터 자르는 것이다.


프록터앤갬블이 새로 내놓은 글자를 넣은 감자칩 ‘프링글스’는 이탈리아 작은 빵집의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접목시켜 만든 히트상품이다.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이 동네 빵집에게 배울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했다면 ‘프링글스’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혁신이 시작이라도 될 수 있다. ‘앞에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에 하나는 내 스승’이라는 옛말이 있다. 누구에게라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마음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 대신에 “신선한 시각이 필요해”라고 말해보면 좋을 것이다. 미국의 혁신 컨설팅 업체인 갭 인터내셔날(Gap International)의 경우엔 한 발 더 나아가 분야 간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매 분기 이틀씩 전 사원이 모여 자기분야의 목표와 성과를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영화로 각색하여 보여준다. 자연스레 서로의 업무를 알게 되어 ‘잘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된다.

 

 


殺言 둘,  “된다는 증거를 대라”


“된다는 증거를 대라”라는 말도 종종 듣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어려워진다. 좋은 아이디어를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으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제안을 해야 한다. 이때 어려운 점은 혁신적 아이디어는 기존의 방식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를 대보라고 다그치면 마땅히 이야기할 사례도 아직 없다. 여기다 대고“성과가 날 것이라는 증거를 대라” 또는 “비슷한 거 해봤는데 안 됐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건 막 올라온 어린 싹을 밟는 행위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어쩔까 두려워하게 되고, 다음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도 아무도 말하지 않게 된다.


요즘 한국 기업의 수수께끼 중 하나가 왜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놓았는데 이렇게 창의성이 없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은 창의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은 많은데 말할 용기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팟’도 처음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고,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창의적 제안을 많이 듣고 싶다면 “된다는 증거를 대라”는 말 대신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군. 아이팟처럼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해보면 어떨까?


殺言,  셋 “내 업무가 아니다”


“내 업무가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시도로 옮겨지지 않는다. 혁신 프로젝트가 나올 때에는 대개의 구성원들은 이미 하고 있는 일로 바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럽고, 내 실적과 평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가욋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자연히 “내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하고 발뺌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너도 나도 발뺌하면 아무도 맡을 사람이 없어 혁신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즉석사진기로 유명한 폴라로이드사는 한 때는 안정적이고 성공한 기업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아직 종종 볼 수 있지만, 정작 이 회사는 망해 버렸다. 즉석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주된 무기였는데, 디지털 사진기술이 나온 것이다. 이 회사도 새 기술이 개발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디지털 시장에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새로운 분야를 내가 맡겠다고 자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새로 개발한 인스턴트 사진기 I-Zone는 개발과 영업 분야를 담당했던 임원들마저 중도 이직하며 시장 진출 시기를 놓쳤고, 디지털 사진기에게 시장을 완전히 빼앗겼다. 새로 영입된 CFO도 재정적 쇠락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했다. 임직원들이 모두 “내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결과, 이 회사는 결국 2001년 파산했다.


“내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생각 대신에 “나의 일은 나의 일, 너의 일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야 혁신이 제대로 시도될 수 있다. 이때 혁신을 시도하는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공식적 프로젝트의 리더일 수도 있고 아무 직책이 없는 임시직 말단직원일 수도 있다. 반드시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주인이 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꼭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이라도 주인이 된 사람이 혁신적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열정적으로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다.

 

殺言 넷,  “아직도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아직도 하고 있어?”라는 말 또한 혁신을 죽이는 한마디다.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혁신이라면 규모도 크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도 많은 법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자주 의사소통을 하고 여러 사람의 관심과 협조를 받아야 빠른 진행이 될 터인데, 지나가다 “아직도 하고 있어”라고 한마디 던진다는 것은 무관심했다는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사람들은 기운이 빠진다.


도요타의 2003년형 코롤라 자동차는 생산가격을 1만5000불로 유지하면서 디자인과 옵션을 고급화한 가치혁신의 성공사례다. 이 프로젝트의 주임연구원인 요시다 씨는 관계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각 부품마다 생산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한 것에 성공의 원인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큰 방을 마련해 놓고 모두가 생산가격, 생산가격이란 말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자주 이야기한 결과, 5년 만에 ‘1만5000불의 고급화된 코롤라’라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한 내에 현실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기업 문화는 극히 드물다.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도 한 달 내내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미국 캐논사에서는 조직원끼리 회의에 와서 모두 석상 같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 이스터 석상 효과 (Easter Island Effect)를 타파하고자 노력한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행하자고 모였는데 모두 큰 바위 얼굴을 하고 뚱하니 쳐다보는 경우는 없었는가? “언제 적 얘긴데 아직도 하고 있어?”하고 관심을 잃은 것이다. 이런 무관심이 팽배하면, 결국 혁신 프로젝트는 완성 기한을 넘기고 흐지부지되어 버린다. 혁신을 끝까지 성공시키고 싶다면 자주 들여다보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잘 되어가나? 기운들 내요”라는 말을 해주면 좋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혁신의 기를 살릴 수 있다


성공적으로 혁신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단지, 혁신이라는 것이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서 모두 혁신기업이 되지 못할 뿐이다. 혁신을 하려는 좋은 의도를 좌절시키는 커다란 장애물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라는 것은 위에서 본 기업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면 혁신은 언제까지나 천 분의 일의 확률로만 실행할 수 있는 것일까?

성공적으로 혁신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단지, 혁신이라는 것이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서 모두 혁신기업이 되지 못할 뿐이다. 혁신을 하려는 좋은 의도를 좌절시키는 커다란 장애물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라는 것은 위에서 본 기업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면 혁신은 언제까지나 천 분의 일의 확률로만 실행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말 한마디로 쉽게 죽일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로 말 한마디로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부터 시작해 무심결에 혁신을 죽이는 말을 하려던 것을 멈추고, 혁신의 기를 살리는 말을 한마디씩 하다 보면 놀라운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의를 할 때 “신선한 시각이 필요해”하고 신입사원이나 다른 부서의 사람을 초대해 보면 어떨까? 뜻밖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는 언뜻 엉뚱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줘 보면, 숨겨져 있던 창의성이 발휘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제안이 나오면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보이는 말 한마디를 해주다 보면, 혁신기업에 한 발짝씩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