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임금 격차 잡을 수 있는
한국형 임금 모델 필요”
“생산성-임금 격차 잡을 수 있는
한국형 임금 모델 필요”
  • 승인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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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정진호 소장

 

임금 및 직무체계의 변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인사·노무담당자들과 노조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정보의 부족’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 노동부가 노동연구원에 임금직무혁신센터(운영위원장·최종태, 소장·정진호)를 설립했다. 센터는 경제상황,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에 적합한 한국형 임금·직무 모델의 개발과 노사 실무자에 대한 정보 제공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2월 25일 개소식을 마치고 센터 운영에 분주한 정진호 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임금직무혁신센터의 설립 취지는?
▷임금은 근본적으로 고용과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인데 양자 모두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죠. 

 

첫째로 경제 환경의 변화입니다. 예전처럼 고도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노동 수요가 줄어들고, 때문에 임금 인상률도 둔화되죠. 경제구조의 비중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전통 제조업에 맞도록 설계된 획일적 임금구조가 직종·업종별로 다양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고령화입니다. 경제성장의 속도는 느려지는데 인력은 빠르게 고령화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임금이 비례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죠.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 기업은 점점 위기관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임금 결정구조는 예전과 다름이 없다보니 자꾸 다른 쪽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겁니다.

 

가장 손쉬운 예가 고용조정이죠. 결국 노사간 불신을 키우고 고용안정도, 장기적 기업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현실입니다.

 

임금직무혁신센터는 고용안정과 삶의 질, 기업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임금·직무 시스템 마련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여러 곳에서 연공서열적 임금체계와 경직성을 큰 문제로 지적하는데 그것은 좀 성급한 판단입니다. 특히 이제까지 노동관련 정책을 보면 어설픈 진단이 잘못된 처방을 가져온 경우가 많거든요. 무엇을 정형화해서 ‘딱 이것이 문제다’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연공서열적 임금체계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런 임금체계가 적합한 직종이 있고 다른 임금체계가 필요한 직종도 있죠. 쉽게 말해서 연공서열형 임금이라고 하더라도 연공서열에 따라 생산성이 함께 향상된다면 별 문제가 없거든요.

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 그건 연공서열이 아니라 다른 임금 체계라고 하더라도 똑같이 문제가 됩니다. 결국 최대 관건은 생산성과 임금을 어떻게 일치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노동시장 내부를 봐도 생산성-임금 격차가 혜택을 받는 노동자와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차이로 이어지고 고용창출 여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노사 모두 임금 체계의 개편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방향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노동계는 임금문제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런 입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운동은 좀더 길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떤 제도를 개편하자고 하면 일단은 ‘기득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냐’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죠.


하지만 기업의 전략을 생각해 보면 달리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전략은 간단하거든요. 정규직 비정규직 관계없이 일단 인건비 문제부터 생각한다는 말이죠. 계속해서 기업이 인건비 감축을 시도하는 이상 정규직 고용도 보장받기가 어려워집니다. 개별 노동자의 고용은 물론, 노동운동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임금 체계의 개편이 언뜻 보기에는 노사의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일치 영역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 고용안정과 기업경쟁력, 삶의 질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임금 못지않게 고용안정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두 문제가 연관을 갖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하게 보면 이렇습니다. 노동자가 기업에 기여하는 것보다 임금이 높으면 이것은 해고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노동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겠죠.

 

그런데 임금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지표로 측정이 가능하지만 생산성은 객관적 측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상적으로는 여러 가지로 표출됩니다. 특히 최근에 고령자들이 어떤 형태든지 계속 해고되고 있잖아요.

 

이것이 바로 임금과 고용의 관계입니다. 기업은 생산성과 임금 사이에 괴리가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조치에 나서게 되죠. 그래서 이 임금과 생산성 사이의 관계를 하루 빨리 발전적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고용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생산성과 임금의 불일치 간격을 메우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가 지금 도입이 활발한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 조정 조치입니다. 다른 하나가 교육훈련, 숙련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후자를 더욱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센터의 주요 사업 방향을 소개해 주십시오.
▷초기에는 기업과 노동조합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수요조사를 통해서 방향을 잡을 계획입니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신들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센터의 주요 활동 방향입니다. 새로운 대안을 논의할 때, 섣불리 외국의 시스템이나 특정한 제도를 이식하는 것은 옳지 않죠.

 

가장 중요한 것이 개별 기업의 경제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임금 정보를 생산, 공급하는 것입니다. 순차적 단계를 밟아 개별기업 컨설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어도 임금 전문가와 정보가 없고 작업 구조도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현장과 괴리되어 학자들만의 논의로 그치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기업 문화, 노사 문화에 맞는 새로운 임금·직무 모델의 개발을 위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